잡동사니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marsgirrrl 2009. 2. 15. 01:51
몇 사람만 알고 있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프로젝트 런웨이>다.(이 프로그램도 세상에다가는 '길티 플레저'라고 말해야 하는 수준인가?) 어렸을 때부터 날라리 엄마의 영향으로 옷에 민감했던 나는 지금도 옷옷옷 거리면서 살고 있다. <프로젝트 런웨이>를 보면 내가 옷이라도 만드는양 대리만족의 판타지가 너울대곤 한다. 그래, 내가 포기한 꿈 중 하나가 디자이너라구. 흑.

아무튼 내꿈이야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문제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1편 보고 예상외로 깔끔하게 만들어서 좀 깜놀했다. 뉴욕처럼 찍으려고 노력한 서울 풍경도 그럴싸했고(가장 반한 부분) 남의 트렁크에서 옷 두 벌 꺼내 재구성하라는 첫번째 과제도 흥미진진이었다. 설마 현지 제작진이 참여한 부분이 이 두 부분은 아니겠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구호 스타일의 디자인이 1등을 먹고 여체를 무시한 해체적 관점이 난립해도 어려운 과제여서 그러려니 했다.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가 제일 먼저 떨어진 건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옷도 뭐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 정도로 성깔 있는 애가 없었던 거 같은데.(친구왈, 전 세계적으로 요즘에는 실력을 안 보고 인간성을 보나부다...타이라가 원조잖아라며 투덜) 남자들이 한 방에 모였을 때 모두 비슷한 헤어에 뿔테 안경 쓴 것도 좀 예상치 못한 발견. 대략 남자들 사이의 유행 스타일이 나온다.

그래도 '기대보다 재미있네'로 의견 정리하고 기다렸던 2편. 어울리지 않는 옷감들을 이용해 파티복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결과를 보니 이게 웬일. 무엇보다 '예쁜' 옷이 없다! 파티에 입고 가고 싶은 옷이 정말 한 개도 없다. 옷감의 한계는 있었지만, 도대체 '파티복'의 기본은 어디로 가고 다들 튀지 못해서 안달인 건지. 가장 화나는 부분은 1등 먹은 레오파드 무늬. 레오파드가 아무래도 디자인의 허섭함을 가려준 것 같은데 나는 가슴도 가릴 수 없는 그 옷이 진정 탈락 후보인 줄 알았다. 탈락한 아줌마의 의상은 정말 악몽. 빨리 잊고 싶은데 너무 강렬해서 잘 잊히지도 않는다. 2등 먹은 후드? 아이디어만 좋으면 뭐하나. 옷이 안 예쁘다.
진지한 거 좋아. 시간 부족한 거 알아. 그래도 님하, 좀 유머감각 좀.(웃긴 옷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 경쾌하고 발랄한 옷도 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초롱씬가 하는 분이 만든 그 옷은 그나마 좀 웃기긴 했다)

일주일을 기다려서 본 옷의 향연이 이토록 불쾌한 기분만 남긴다면 이 프로그램을 과연 닥본사 해야 하는가. 제발 예쁘고 멋진 옷 좀 만들어주세요. 한국인 손 빠른 건 알아요. 하지만 천 잘라서 붙인다고 옷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개성 만발한 감각은 어디에 있나요?

이소라의 진행은 여전히 어색한데, 나중에는 그 말투 놀리듯 따라하게 될 거 같다. 심사위원들 결과물이 기대보다 후져서 대략 난감이겠지만 그래도 좀 쿨한 심사를. '같아요' 좀 쓰지맛! (어차피 반 이상이 사전제작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