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요즘 경험하고 있는 것들

marsgirrrl 2010. 10. 13. 01:44
+ 막 클린트 이스트우드옹을 영접했다. <히어애프터> 정킷으로 배우들 및 감독들의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를 했다. 첫 타자가 맷 데이먼이었는데 영화의 찌질함은 온데간데 없는 이 전광(후광이 아니다)의 훈남은 누규? 영문 인터뷰에서 읽었던 데로 유머감각이 넘쳐 흘러 영어로 맞받아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막 반하려고 할 때 브라이드 달라스가 들어왔는데 영화의 비중도 작아서인지 약간 냉담한 분위기. 저번 <2012> 정킷에서도 느낀 건데, 여기서도 여자 배우에게 일보다는 가정이나 가족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잦다. 영어권 기자님들아, 인지하고 있는 거냐. 세실 드 프랑스는 아름다우셨는데, 내가 요즘 프렌치 쓰는 벨기에 언니들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 그냥저냥. 그리고 영화에서 너무 재미없는 캐릭터였음. 영화에서 프랑스어로 연기하는데 클린트옹은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한다고 폭로.
그리고 대망의 클린트우드옹. 떨리는 손으로 악수도 하고.ㅠ_ㅠ 내가 발음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귀가 먹어 그렇다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처음에는 말을 너무 느리게 해서 곧 돌아가시려나 했는데 인터뷰 내내 유머 내공이 장난이 아닌지라 다시 '이 분 오래 사셔야할 텐데'의 기원의 자세로 바뀌었다. 맷 데이먼은 어느새 머릿 속에서 사라지고. 누군가 '안 쉬냐'고 물었더니 지금 쉬고 있는 거란다. '감독은 보통 1년이 2~3편은 만들 수 있잖아요'라시며.(그리고 영화음악도 만듦) 이거 감독판 행복전도사 멘트같지 않아. "1년에 기본 두 편 안 만들면 감독 아니잖아요." 뭐, 손만 대면 투자 걱정이 없다는 그런 서포팅 백그라운드도 있겠지만.
그러나 <히어애프터>에 관해서는 노코멘트.

+ <엉클 분미>가 뭘 말하고 싶어하든 말든 나는 이 영화가 아름다워서 좋다. 오가닉 드럭같아. 근데 아피차퐁(아피샤퐁이라는 설도 있음)씨 어깨에 힘 많이 들어가셨음. 장 뤽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은 잠깐씩 깨달음이 오는 것 같다가 결국은 노친네 노망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는. 뉴욕영화제의 선정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영화들이 왜 이렇게 '마더 네이처'를 캐릭터로 잡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좋았던 영화는 <엉클 분미>와 이탈리아 감독의 처절하게 말 없는 롱테이크 영화 <콰트로 볼테르>. 자연주의 영화에 반응하는 걸 보니 벌써 문명의 중심 뉴욕에 질린겨?

+ 인연을 예상치 못했던 분들과도 짦막한 인터뷰를 겨우겨우 하고 있다. 넬리라든가.(라고 말하면 팬들이 화냄?) 너님 시대에는 내가 좀 힙합을 소홀히 했는데. 음악 애기보다는 새로 낸 피트니스 dvd에 더 열광하더라. 여자들한테는 자전거가 좋다는 힙합 몸짱님의 말씀.

+ 취재차 드레이크같은 애의 콘서트도 갔는데 별로 익숙치 않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흑백이 섞여 있는 광범위한 관객층에 깜놀. 아놔, 난 진짜 애가 랩 잘 하는지 모르겠다우. 내가 올드스쿨인거냐. 근데 어린 여자애들은 한마디 한마디에 깜빡 죽더라.

+ 저번에 '얀 티에르상은 뉴욕 좀 오세요'라고 태그를 달았더니 정말 와버렸다. 그래서 두 장을 질렀는데 신랑이 안 간다며 변심. 친구도 안 오고 팔지도 못해서 결국 94불에 공연을 본 셈이 됐다. 그러나 정말 초현실적인 경험을 해서 100불도 아깝지 않았다.(고 정당화하고 있다) 이건 나중에 시간 많을 때 포스팅. 사실 지금은 모처럼 짜투리 시간이 있어서 호텔 로비에서 끄적이는 것임.

+ 영어실력은 정말 미세한 발전만 느껴진다. 6개월은 살아야 단어가 들린다더니 리스닝만 어느 정도 되고 스피킹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 그나마 발음이 나아졌다고 자위 중이다.(그러나 인터뷰 중 계속 r발음 할 때 '어겐' 지적을 받았어. 흑) 한국 라운드 테이블이면 취재욕 발산하며 앞서서 질문했을 텐데 가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일 때가 있어 촘 우울하다. 내성적이었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정말임. 나 학교에서 정말 조용한 아이었음) 그런데 여기는 나대는 사람이 짱먹는 문화라서 무조건 표현을 해야 한다. 별 것도 없이 나라 믿고 잘난척하는 유럽 애들 보기 싫어서라도 말문이 어서 트여야 할 텐데.
언어의 한이 쌓여서 이렇게 블로그에서 한국어 폭주하고 있구나.

+ 뉴욕의 경험을 잽싸게 포스팅하는 정신이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