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근황들

marsgirrrl 2010. 8. 21. 11:55
1. 공짜 공연임에도 훌륭했던 공연 둘. 앤틀러스 the Antlers소닉 유스 Sonic youth. 사실 소닉 유스는 강제로 도네이션 3불을 받긴 했지만. 앤틀러스는 명상용 포스트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력이 넘치는 라이브 공연을 보여 줘서 완전히 반해 버렸다. 앨범보다 라이브가 3배는 좋은 듯. 소닉 유스를 보러 가서는 드는 생각이 '근데 이분들 히트곡이 뭐임?'이었다. '마이 프렌드 구? 미드나잇 프린세스? 워싱 머신?' 도대체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는 있는 것임? 그러나 나오자마자 폭풍 노이즈 연주. 고령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짱 킴 언니. 가사따위 알게 뭐임. 그냥 노이즈 우주의 세계로 고고고. 공연을 마치고 앵콜 무대를 시작할 때 킴 언니가 나오지 않았다. 써스턴 무어가 '킴 나오게 킴을 외칩시다' 해서 모두들 킴킴킴. 그러나 지조 있는 킴 언니는 쉽게 나오지 않다가 결국 무대에 등장. 앵콜곡 'silver roket' 정도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소닉 유스 공연 본 날로 소닉 유스의 노예. 돈 내고 꼭 라이브 보러 가겠습니다. 충성!

2. 공짜 공연 보러 다니다 지쳐서 결국 포기한 '공짜' 공연들이 컷 카피, 메트릭, 디어헌터, 세인트 빈센트, the xx 정도. 뉴욕이 좀 이래.(거만)

3. 유니버설 뮤직 취재 관련 해서 해변에 위치한 nikon jones beach theater에서 마룬5 공연을 감상. 땡볕에 서서 부대끼는 공짜 공연들만 보다가 쾌적한 해변가에 좋은 좌석에 앉으니 여기가 천국일세. 사운드는 지금까지 들어본 공연 중 가장 훌륭. 오프닝으로 아울 시티가 나왔는데, 포스탈 서비스 표절은 둘째 치고,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다.(너무 착한척 음악이라 손발이 오그라르르)  다리가 너무 말라서 부러질 것 같았음. 그런데 나는 어째서 마룬5 노래를 다 외우고 있긔, 알고 보니 두 장 앨범으로 지금까지 우려 먹었어! 진짜 실속 있는 밴드.

4. 다음에는 유니버설 뮤직 협찬으로 제이지와 에미넴의 합동 공연 보러갑니다. 메롱.

5. 클래스에 새로 등장한 스페인 청년 이마누엘. 클래스 액티비티로 로어 이스트 사이드를 돌면서 잠깐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민증 까는 분위기로. "나는 스물 여섯인데 재니스는 몇 살?" "맞춰 봐." "스물 하나, 스물 둘?" 오마이갓. 너 착한 아이였구나. 내 표정을 보고 "혹시 나보다 많음? 동양 여자들 나이는 가늠이 안돼!" 애야. 너보다 한참 많어. 하지만 나는 이마누엘이 너무 놀랄까봐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누나는 해치지 않아요.

6. 나이를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선생이 오늘 묻기를 "재니스 '캣지스 델리'가 어느 영화에 나왔다고 했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요." 이마누엘 왈, "그게 무슨 영화야?" "응? 멕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탈 나온 영환데." "멕 라이언이 누구야?" oㅂo 혹시 학원에서 나만 멕 라이언을 알고 있는 걸까?

7. 어제 드디어 리얼 뉴욕커 파티에 출석. 이탈리아로 떠나는 예전 선생이 나를 어여삐 여겨 초대해줌.(여자임) 학원의 일본인 친구들 료와 유리코 테이블에 앉았다가 새로운 일본 소년(?) 다카를 알게됨. 좋아하는 감독이 케빈 스미스라고 너무 강하게 말해 화들짝. 케빈 스미스 팬끼리 만나서 필모그라피 훑었다.ㅋ 다카야, 우리 꼭 뉴저지로 성지 순례 가자꾸나.

8. 한국 젊은 애들이 문화적 상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 중. 자국 문화에 대한 집착을 사회 구조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다가 포기. 내가 왜 이해를 해줘. 귀찮아. 안 할 거야. 그냥 너희들이 편협하고 무식해서 그래. 거기다 뻔뻔하기까지해서 너무 불쾌해. 자신이 모르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믿는 아이들. 의견을 말하라고 하면 숨어 버리는 이상한 태도(몰라요, 관심없어요). 나이대가 같아도 타국 애들과 대화하는 게 훨씬 편하다.

9. 8번과 더불어 어쩌다가 20대 대학생 둘을 가이드할 일이 생겼는데, 무려 학교를 대표하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적인 아우라도 느껴지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반응이 '짱이야' '쩔어' 두 가지. 때와 장소를 가리는 언어습관도 중요할 터인데 아무 생각 없이 슬랭을 남발. 대의명분에서 벗어나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건 좋은데 말야. 그래도 하나도 정제되지 않은 욕망만 가득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고 있다니. 그러면서 너는 날 모른다며 징징대지? 알고 싶어야 알 거 아니야. 애시당초 알고 싶지가 않다고. 근데 요즘 애들 정말 다 이래?

10. 영어 작문 수업을 들으면서 기대 이상으로 내가 이야기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 정말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재미있느냐는 추후의 문제)

11. 향수병은 없고 친구들은 보고 싶어. 조국 관련해서 좋아하는 게 딱 두 가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어와 한국 음식. 영어를 배울수록 한국어가 얼마나 재미있는 언어인지 깨닫게 된다. 그 애매한 표현하며(남들은 다양하다고 하지만 사실 애매한 표현들 '푸르딩딩' 이런 거) 말장난 하며.
 
12.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터뷰 해보고 싶었던 분이 정성일 선배님이었다. 그런데 회의에서 바로 기획 까이긔. 앞으로 영화를 어떻게 보면 좋을지 고견을 듣고 싶었는데. 중심이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이런 분들의 조언이 필요한데 말이다. 근데 다른 잡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책까지 내신 걸 보니, 인터뷰 못하고 온 게 많이 안타깝다.

13. 북한 트위터는 올해 최고의 개그. 리병박패당의 울며 겨자먹기는 디씨 패러디를 보는 것같음.(혹시 디씨에서 히트한 모든 정치 패러디를 북한에서 만든 건 아님?) 정치적 비난을 하다가 갑자기 '상어의 모든 것' 이런 거를 업로딩하는 아스트랄 트위터. 가장 웃긴 부분은 아무도 팔로잉 하지 않는다는 것. 명박씨는 팔로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bluemousekorea 트위터와는 중도실용적인 사랑에 빠졌음. 그러나 그는 지금은 곤란하고 모든 게 오해라 함.

14. 가벼운 관계에 대한 논쟁을 떠나서, 페이스북은 정말 엄청난 매체다.

15. r과 l 발음에 너무 신경을 썼더니 이젠 한국말마저 굴리는 경지. 미국 가서 세 달만에 혀 굴리던 박찬호의 마음을 이해함.

16. 어느날 신랑이 혀를 차며 말하길. "님은 어째서 인셉션과 메멘토가 동시에 일어남?"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함. "내 초능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