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brit sound

marsgirrrl 2010. 9. 30. 13:51
미국의 메인스트림 음악은 미국 음악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미국이나 영국이나 'go west' 범주로 묶고 있었던 일개 아시아 평민은 때때로 미국의 국산품 애호 취향에 놀랄 때가 있다. 하긴 '미제' 음악만 들어도 풍족하니 남의 나라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 그나마 뉴욕은 전세계에서 예술가랍시는 분들이 다 모여들기 때문에 비교적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중론. 이러니 영국 애들이 '브리티시 인베이젼'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양. 예를 들어, La Roux 앨범이 정식발매된게 올해다. NPR은 작년 'Little Boots'의 앨범을 '2010 지금까지 베스트'에 포함시켰을 정도. 그러니까 여기서도 음악 좀 듣는 애들은 영국 음악들으며 '쿨키즈'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영화는 더 심하다. 미국 영화는 정말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 그외 지역 영화는 완전 소외) 
아무튼 아이팟에서 아무 생각 없이 골라 듣던 노래들이 알고 보니 영국 음악. 미국에서 나날이 새로운 음악 챙겨듣는 것도 힘겨운데 영국 음악 신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겨. 매일매일이 놀라운 신곡들의 연속인겨?

뮤즈와 콜드플레이를 뺀 영국음악이 비록 비주류라고 해도 앨범은 적잖이 팔리고 공연은 대부분 매진이다. 어느 정도 인기만 있어도 수익은 몇 배 증가. 이 가운데 듣보잡 아시안 뮤지션들은 500 광년 먼 나라 이야기. 박진영은 대체 뭘 하다 간 거임?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은 올해 MTV 뮤직 비디오 시상식까지 진출. 'Heavy in your arms'로 <이클립스> 사운드트랙에 진출한 보람이 있겠다. 그 이전부터 페일 핑크 롱 드레스만 즐겨입는 이 언니의 패션은 여러 매거진에서 심심치 않게 다뤄졌었다. 현재 포지션은 인디 신의 레이디 가가 정도일까나. 한 없이 다운되는 이 곡을 나름 좋아해서 뮤직비디오도 상상해보곤 했다. 나는 물 속에 남자와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 여자 시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리지널 비디오도 역시 네크로필의 이미지. 좀더 시적이길 바랐지만 이런 가이 매딘스러운 무성영화 느낌도 나쁘지 않다. 무당 뮤지션으로서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이 뮤직비디오를 봐줘야 함.


아이팟에 넣고만 다니다가 문득 듣고는 '델픽돋네' 했던 음악.-_- '델픽'은 오랜만에 만나는 맨체스터 출신 밴드. 뉴오더, 스미스, 케미컬 브러더스의 영향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곡 'the momentary'를 듣고 있으면 언더월드의 'born slippy'가 떠오른다. 90년대 일렉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곡인 셈. 요즘 일렉 밴드들은 너무 섬세한 사운드 실험에 천착하는 측면이 있는데, 델픽은 기꺼이 춤추고 싶어지는 대담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들려준다. 귀에 쏙쏙들어오는 기승전결 분명한 곡 doubt도 좋아하는데 뮤직비디오가 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