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0716 siren music festival @ coney island

marsgirrrl 2010. 7. 24. 06:06
사이렌 뮤직 페스티벌은 뉴욕 문화 주간지 <Village Voice>가 매년 '무료로' 제공하는 페스티벌이다. 인디 문화를 사랑하는 매체인만큼 주목하는 인디밴드들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장소는 코니아일랜드. 스테이지는 두 개. 뉴욕의 여름을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거쳐간 밴드들만 해도 피치스, 더 신스, 슬리터 키니, 모디스트 마우스, 더 킬즈, 데스 캡 포 큐티, 블론드 레드헤드, 스푼, 시저 시스터스, 크립스, 스타스, 엠아이에이, 복스트롯, 라라라이엇, 브로큰 소설 신 등 다양. 지금은 어느 정도 인디계 스타가 된 밴드들이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무명 밴드였다는 사실. 그러므로 이 페스티벌 팬들은 빌리지 보이스의 안목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갖고 있다. 올해 헤드라이너는 매트 앤 킴, 홀리 퍽. 그외 테드 레오 앤 더 파마시스츠, 심벌스 이트 기타스, 할렘, 포니테일 등10개 넘는 밴드들이 참여. 그중 내가 아는 밴드는, 작년에 파스텔인가에서 앨범 나왔던 '더 페인즈 오브 빙 퓨어 앳 하트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뿐이었다.
코니 아일랜드 간판 전통을 반영한 무대 디자인이 좋았고 기대 이상의 멋진 밴드들도 발견했으나 문제는 사운드. 넉넉한 자본을 가진 매체가 아닌지라 그럴듯한 무대를 갖추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밴드들이 튜닝 시간도 없이 그대로 올라와 맞춰진 대로 연주를 해서 소리가 심하게 엉망이었다. 그래서 음악은 대충 들으면서 사람들 구경. 브룩클린 힙스터들 및 음악 좋아하는 기상천외한 분들이 다 몰려오는 관계로 사람 구경이 이 페스티벌의 백미.

도착하니 ponytail 공연. 아시아 여자 보컬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사운드로 울부짖는 가운데 그 사이로 들리는 멜로디는 꽤 수려함. 소문으로는 볼티모어 아트락 르네상스를 가져온 밴드라고 함. 피치포크는 평점 8점대라는데, 아무튼 열린 바닷가 무대에서 언니의 괴성을 견디기는 쉽지 않았다.

맥주 먹을 수 있는 곳이 따로 있어 관람 분위기는 비교적 쾌적. 그러나 아스팔트 위에 그늘이 없다. 뭐, 그래도 공짜니까.

뒤편에 위치한 음식 부스들도 복고풍. 크레페 소년과 레모네이드 할배의 공동 상업 전선. 맥주는 정해진 공간에서만 먹을 수 있고 이런 야외 행사에서 주로 파는 음료수는 레모네이드다. 한잔에 2달러 정도.

인기 간식거리 중 하나인 구운 옥수수. 그러나 때때로 너무 구워서 태운 옥수수가 되는 경향이.

두 스테이지 사이에 놓인 길에서 늘 하던대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 이런 인형 경품 게임이 코니 아일랜드의 자랑(?) -_- 인형들이 너무 촌스러워서 경품으로 받아도 처치 곤란임.

한쪽에선 놀이기구가 연신 날아다니고. 기계 수준은 거의 월미도와 비슷.

미스 코니아일랜드라고 써 있는 자판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나저나 저 패션 어쩔.

스폰지밥와 촌스러운 인형들 사이에서 찡그리고 있는 패밀리가이의 아들내미

통신 회사 프로모션 중인 인어 아줌마. 아가씨가 아닌 게 이색적. 미국은 나이 차별 없는 나라에여.

문신남을 찍고 보니 이런 숨막히는 뒷태가 들어있네. 너무 더워서 남자들이 웃통을 훌렁훌렁 벗어 제끼고.

더워도 공짜니까 즐겁다옹. 기본 패션은 편한 게 대세. 원피스, 점프수트, 숏팬츠에 카미 정도.

유일하게 아는 밴드였던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여름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밝고 명랑하고 귀여운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이긴 하나 그루브와 너무 거리가 멀어서 계속 들을수록 심심.

옆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10분마다 들려오고. 점점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어지게 만드는 상술이려나.

프로모션 하러온 '톱숍' 앞. 무료 메이크업을 해준다는 말에 공연보다 젯밥에 관심많은 분들이 한참동안 줄을 서고 있다.

오늘의 풍경을 그리러 온 화가 아저씨. 페스티벌에서 그림을 그리든 곡예를 하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미국은 자유국가니까.

가장 유쾌한 밴드였던 harlem. 밴드 소개에 보니 '유일하게 좋아하는 밴드는 널바나, 유일하게 좋아하는 앨범은 네버마인드'라고 써 있는데 널바나보다는 훨씬 신나는 거라지 사운드. 뭔가 빈틈많은 사운드인데 그 사이를 유머와 재치로 메꾸는 재능을 가짐.ㅋ

오빠의 구레나룻이 좋아요, 키스미. 사실은 언니의 등판 드러나는 상의 중심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키스 신을.

보통 백인 중심의 인디음악이 대세인데 흑인들의 비율도 적지 않은 편. 흑인 언니들이 한번 멋부리면 웬만한 힙스터는 깨갱.

미친 갈매기들이 핫도그 먹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 영화 <새>를 목격하는 기분. 뉴욕의 갈매기는 얼굴이 까맣습니다.

아마도 저 멀리에서 cymbals eat guitars가 공연 중. 심란하고도 아름다운 노이즈 록을 들려주는 밴드로 올해 여기저기서 극찬을 받았다. 뉴욕을 구성하는 외떨어진 섬 '스텐튼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점이 항상 따라 붙는 꼬리표. 신랑은 "스텐튼 아일랜드가 너무 심심한 것에 분노해서 저런 음악이 나온 것"이라는 품평을 내놨음. 잘 들어보고 싶었으나 뭉툭한 사운드가 그들의 섬세한 분노 에너지를 소음 수준으로 뭉개버림.

나름 개성있게 차려입은 분의 뒤태. 뒤에 아케이드 파이어 공연 홍보 엽서를 꼽고 있음. 일부 힙스터들 사이에서 필카 유행.

* 여기서 힙스터란? 브룩클린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멋쟁이 백인 대학생들 정도 되려나. 근데 30대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얼반 아웃피터스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멋쟁이들. 대개는 60년대 프레피 스타일. 인디음악 및 오가닉 푸드에 열광. 자전거, 뿔테안경, 폴로셔츠, 반스 및 톰스 슈즈, 에이프럴77 진, 페도라, 레이밴 컬러 선글래스, 아메리칸 어패럴 등등이 좋아하는 아이템. 몇 년 전만 해도 프랜차이즈에 반해 대안적인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추앙되었으나, 지금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겉모습이나 꾸미는, 시니컬한 20대쯤으로 해석. 점점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