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뉴욕은 음악의 도시

marsgirrrl 2010. 7. 24. 05:07
뉴욕은 어디로 지나가든 하루에 한번씩 길거리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도시. 아마추어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분들은 지하철 역에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걸고 공연을 뛰신다. 딱히 그렇지 않아도 그냥 앉아서 연주하면 그 곳이 바로 무대. 퀸즈와 맨하탄을 오가는 7호선엔 영어와 스페니쉬를 함께 쓰는 멕시칸 기타맨이 항상 등장해 서울 지하철 잡상인에 대한 향수(?)가 생길 틈이 없다. 공원을 가도 누군가가 뭘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뉴욕커는 예술가와 예술가 워너비와 변호사로 나뉘는 거 같아.(유학생 제외)

여름에 뉴욕을 찾는다면 시내 곳곳에서 공짜 대형 공연들을 즐길 수 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음악 페스티벌만 해도 네다섯개. 센트럴 파크, 브라이언 파크, 프로스펙트 파크 등등 파크들에서 심심하면 공짜 공연. 록펠러 센터 앞이나 링컨 센터 앞에서도 공짜 공연. 강변이나 바닷가에서도 공짜 공연. 음악을 즐기러 뉴욕에 온다면 무조건 여름이다. 8월에는 갤러리들도 거의 문닫으니 야외에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띵가띵가.
뉴욕 상륙 근 두 달만에 빈민 뉴욕커로서 '공짜 공연'의 전문가 경지에 올라 친구들의 감탄을 받았다. CBS 아침쇼 무료 입장부터 센트럴 파크 오페라, 앱솔루트 보드카 공짜 파티까지.-_- "넌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냐"는 주변의 반응에 거만하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기본이지, 뭐"라고 쿨한척 대답.

전자 바이올린은 그래도 희귀 아이템.

유니온 스퀘어 파크 앞에서 밴조 키며 노래 중인 커플.

급하게 지나가다가 너무 훌륭한 노래소리에 스톱. 늦은 시간이였는데도 지하철 공연 치고 꽤 많은 관중들이 모임. 진심으로 음악계가 그녀를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방영되고 있는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서 깜놀. 게다가 <프레셔스>의 배우 가브리엘 시보레의 엄마라고 해서 또 깜놀. 프로그램 전화 투표에서 계속 우승하고 있어서 더이상 타임스 스퀘어에서 그녀 노래를 들을 수 없다.

브라이언트 파크 목요일 무료 공연 중인 '톨 톨 트리 Tall Tall Tree'란 밴드. 밴조가 유행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밴조를 활용한 블루그래스 장르(오, 형제여 어디있는가를 생각해보자)에 기반. 토속적이면서 명랑한 모던록을 들려줬다. 꽤 헤비한 사운드로 나아가서 다소 놀라기도. 나중에 브룩클린에서 돈 받고 공연하는 기사 보며 흐믓해하는 속물 근성.
 
기타, 베이스, 드럼을 기본으로 여러 명의 관악기 뮤지션들이 돌아가며 공연을 하는 스타일.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등등. 카메라가 광각 기능이 없어 나머지 분들은 프레임 밖으로. 어쨌든 꽤 흥겨운 연주여서 기록으로 남겨놨다.

브룩클린 벼룩시장에 '카메라 옵스큐라'가 무료 공연을 한다는 걸 보고 냉큼 브룩클린으로 고고씽. 더운 건물 로비에서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공연장 입성. 꽤 열악한 조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성의 있는 공연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40분 공연에 무려 앵콜까지 했음. 라이브가 앨범보다 더 흥겨워서 호감을 가지게 됐다. '내일 (유료) 공연도 올 거죠?'라는 언니들에 물음에는 묵묵무답.

앱솔루트 보드카 브룩클린 론칭 파티에 가서 보드카도 마시고 공연도 보고. '사브아 아모르 savoir amore'였나 그랬는데 보컬이 저 얼굴로 귀엽게 노래 불러서 좀 안타까웠다.

공연보다는 공짜술에 관심 많은 분들. 공짜는 귀신같이 알고 몰려드는 신기한 사람들.

메인 밴드인 '데드 폰'이라는 분들이었는데, 음, 별로. 철지난 얼터너티브 음악. 언니는 멋졌음. 사운드까지 열악한 공연은 별로 였으나 끝나고 나와서 본 유니온 스퀘어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용서해 줌.

유니온 스퀘어에서 금색 동상 퍼포먼스 중인 청년. 부동자세 퍼포먼스 하는 분들은 대체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심지어는 'Gap' 매장 앞에서도 밴드 불러다 공연을 함. Gap을 오가는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기는 커녕 몰래카메라 본듯 반응해서 밴드가 좀 불쌍했음. 노래도 별로여서 더 불쌍했음.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즐기며 공연. 색색의 티셔츠는 갭 협찬? 

공짜라면 오페라까지 가능. 사람들 가득한 센트럴파크의 무료 오페라 공연. 오페라에 거의 관심 없던 나도 화들짝 반할 만큼 훌륭한 사운드에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편안한 야외 공연의 정수. 뉴욕 여름 이벤트로 강추.

카메라를 깜빡 잊고 갔던 공연 중에 <가십 걸>의 제니 역 테일러 맘슨이 보컬인 밴드 공연이 있었다. 밴드명은 프리티 레크리스 Pretty Reckless. 바비인형같은 애가 커트니 러브나 카렌 오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서 적응이 안 되더라. 그래도 허스키한 목소리는 의외로 매력적. 함께 갔던 전문 음악인 유카리는 "드럼이 너무 생각 없이 세게 친다"는 품평을 내놨다. 더 중요한 건 <나일론> 주최여서 맥주와 여러가지 등등이 공짜였다는 점.

+ 매시브 어택이 왔었지만 비싸다고 하루이틀 미루다가 매진. 그래도 나는 지산과 펜타가 부럽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어....ㅜ_ㅜ
+ 나에게는 좋은 카메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