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뉴욕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후기

marsgirrrl 2010. 7. 10. 13:37

옛날 옛적 뉴욕, 다섯 명의 홍콩 영화 마니아가 있었다. 홍콩 영화를 보여주던 극장이 문을 닫자 그들은 '서브웨이 시네마'란 조직을 만들고 1000달러씩 출자해 '두기봉 회고전'을 준비했다. 폴 카제, 브라이언 나스, 고란 토팔로비치, 냇 올슨, 그레이디 헨드릭스. 아시아인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아시아 영화, 특히 액션 영화를 너무도 사랑했던 이들은 2001년 '뉴욕 한국 영화제' 진행을 발판 삼아 2002년 '뉴욕 아시안 영화제(NYAFF)'를 개최했다. 영화제라고 하지만 5개국에서 온 11편의 영화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점점 아시아 영화 오타쿠들의 성지로 거듭나고, 박찬욱이나 미이케 다카시, 스즈키 세이준 등의 영화가 첫 소개가 되면서 점차 뉴욕의 필수 구경거리로 자리 잡아갔다. 주요 거점은 다운타운의 IFC 센터였으나(마더와 놈놈놈이 여기서 단관 개봉) 올해는 부티 나는 업타운의 링컨센터 극장으로 이동, 새로운 역사를 만들게 됐다.
무턱대고 취재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모두들 친절하게 맞아줘서 대감격. 올해 초점은 '홍콩 뉴 액션 시네마'와 '일본 언더그라운드 시네마'였다. 엄청난 발견의 의지를 다지는 영화제는 아니고 그냥 재미있게 놀자는 게 목표. 그 가벼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한국영화는 <여배우들> <김씨표류기> <의형제>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작은 연못> <과속 스캔들> 등이 초청. 이재용 감독과 이해준 감독, 그리고 작년 최고 단편 <남매의 집>의 조성희 감독이 뉴욕을 찾았다.
작년부터 시작한 스타 아시아 시상식. 작년에는 <미스 홍당무>의 공효진과 <영화는 영화다>의 소지섭이 수상을 위해 참석. 올해는 공로상에 홍금보.(아무래도 그냥 팬심으로 초청한 듯) 스타상에 임달화와 황보.

촉망받는 중국 감독 닝하오의 <크레이지 레이서>에 출연했던 황보. 최근작이 <카우>라서 영화제팀이 특별히 분장하고 시상. 뒤에 서 있는 핑크 수트 분은 유쾌한 프로그래머 그레이디 헨드릭스. 밖에서는 너무 수수해서 못 알아봄.

여기 오려서 새양복 구입했다는 임달화. 요즘에는 두기봉 감독의 <살파랑>과 <흑사회> 시리즈로 유명.

풍채 좋으신 홍금보 형님. 의상도 형님 같으심. 그런데 나는 그레이디씨의 정체가 더 궁금했음.

수상자들 기념촬영. 공들여 만든 아날로그 액자가 전부. 그래도 모두들 즐거워 함. 왼쪽 두번째 분은 뉴욕에 거주 중에 특별히 납신 쇼브라더스 여배우 모영. <용쟁호투>에서 이소룡 동생으로 출연하셨다는. 

'여기에 래퍼는 없다' 1편과 2편으로 찾은 이리에 유 감독. 2편이 이번 부천에서 상영. 적극 추천함. 작위적이긴 하지만 배우들이 지극히 평범해서 비교적 리얼하게 다가옴. '작년에 부천에서 뵙는데'라며 인사했다. 근데 감독이 작년보다 더 살찜.

어퍼 웨스트의 우아하고 여유로운 동네에 납신 영화제. 뒷건물에 줄리어드 음악 학교도 있음. 건너편 본관은 개인적으로 훼이보릿 지역. 나중에 소개.

링컨센터 월터리드 씨어터의 파트 타임 수표원들. 그러나 대개의 일은 프로그래머들끼리 알아서 다함.

<김씨표류기> 사진이 메인으로 나온 뉴욕타임즈 소개 기사. 옆에는 <의형제> 포스터. 영어제목 '시크릿 리유니온' 맘에 안듦.

<라이브 테이프>란 영화로 찾은 일본 인디가수의 미니 콘서트. 원 신 원 컷으로 이 가수의 거리 공연(그냥 돌아다니면서 노래 부름)을 찍은 다큐멘터리인데, 권하고 싶지는 않다.



어디까지가 진짜냐는 질문을 많이 받은 <여배우들>. 그러나 감독은 그 비밀을 거의 밝히지 않았다.

<김씨표류기>는 의외로 호응이 컸다.(나도 이 영화 좋아함) 감독은 흥행 실패 원인을 묻는 질문에 "미국에 온 김에 밝히자면, 흥행 요소 중 하나가 배급인데 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픈 시기에 <터미네이터 4>와 <스타트렉: 비기닝> 사이에 끼어있었다. 앞으로도 이 영화를 안 볼 예정이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줌. 앞으로 흥행할 영화를 찍겠냐는 물음에는 "내가 재미있어야 관객도 재미있을 텐데 이런 영화가 나에겐 재미있어서 계속 이런 거 만들 듯"이라고 말해 박수갈채 받음. <김씨표류기>는 미국의 작은 영화사에서 리메이크 시나리오 개발 중이나 1년 계약기간이 다 되어가서 어찌될지 모른단다.

심각한 영화제 따위는 없다. 팝콘과 콜라로 즐기는 영화잔치. 심각하게 보지 않아도 헛점은 다 발견하는 관객들이 놀라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