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명예훼손 신고를 당했다

marsgirrrl 2009. 3. 19. 16:45

저번에 쓴 '고담한국' 포스팅을 두고 다음이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너무 내용이 풋풋해서 녹색으로 꾸며봤다. 녹색한국으로 가상의 현실까지 환경미(狂)화에 힘쓰는 정부의 정책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도무지 그때 포스팅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써 있는 주소로 들어가봤는데 '블라인드 처리'를 단단히 해서 쓴 사람조차 볼 수 없게 해놨다. 힘겹게 기억을 더듬어봤더니 그때 하루에 7가지 현란한 사건들이 터져서 관련 뉴스기사들을 링크하고 나름의 코멘트를 달았더랬다. '7가지'를 강조하기 위해 공을 들여 무지개색으로 글자색도 표현하고. 적절한 코멘트 생각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다. 방송법이 날치기 통과됐고, 중대총장이 '토종이 감칠맛'이란 발언을 했고, 서울시 여성정책 줄었다는 기사가 났고, 신사임당 오만원 지폐 디자인이 공개됐고, 전모의원이 자칭 테러라 부른 일을 당하고, 오리온 닥터유 멜라민 파동 등등 하루에 여러 뉴스들이 있었다. 아마 방송법 날치기 때문에 흥분해서 포스팅을 썼던 거 같고, 각하 리와 문화부 유의 만행에 대해 비꼬는 코멘트를 달면서 '사이버법 걸리겠네'라는 말도 했던 듯. 날치기 하더니 기다렸냐는 듯 바로 이단 옆차기 날려주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 어디에 '명예훼손'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두리뭉실 '명예훼손입니다'라고 신고해놓고, 심의규정 제 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라고만 애기하면 끝인가? 명예훼손이라면서 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을 들이대? 내가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결론이야? (그렇다면 뭐, 훼손할 명예나 있어야) 태그에 '대안은 테러뿐'이라고 써놔서 급신고 한 건가?
그리하여 정보통신법률이 또 너무 궁금해져서 법제처에 가서 뒤져봤다.

시행령 22조의 10 내지 12라는데(뭐야 이 애매한 '내지' 표현은) ....제22조 (분쟁조정세칙) 이 영에서 규정한 것 외에 분쟁조정위원회의 운영 그 밖에 분쟁조정에 필요한 사항은 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정한다....이게 전부.

결정이유가 되는 정보통신 심의규정 제8조는 너무 길어서 접는다. 한국의 풍속이 '선량하다'는 걸 처음 알게됨.


이에 따르면 도대체 이모씨의 발언은 몇 개나 걸리는 건지?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심의규정과 함께 44조 7의 1항의 2조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담았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도대체 누구냐고요? 신사임당? '다음'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상담원 연결이 안되고 있다.

중요한 건 이게 절대 한 번 일어나고 말 '해프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블로거들이 기업들로부터 '권리침해'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ㅈㅅ일보가 열심인 것 같더라만.(사실과 다를 수 있음) 인터넷 멍석 위에서 누구나 막말하는 환경이 심히 우려가 되서 폭력적인 몇 건의 사례들을 규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런데 권력은 그걸 빙자해서 권력이 없는 개인의 입을 막는 도구로 쓰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국가전복을 꾀할 법한 흉흉한 소문이 번지는 걸 막고, 말하는 거 좋아하는 젊은 놈들 이 기회에 단단히 입막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블로거 너네들은 음식이나 동물 사진 찍고 소소한 일기나 쓰라는 말이다. 괜히 개나 소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논평하지 말라는 거지. 음원 저작권 어긴 초중딩 코묻은 돈 뜯어왔던 법인들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권리침해나 명예훼손으로 신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 이만구천구백원에 블라인드 처리 해주나부지? 다음은 빨리 내가 누구를 명예훼손했는지 밝히고 내 포스팅 돌려줘. 그게 몇 시간 짜린 줄 알아!

결과적으로 좀 호들갑이 된 부분이지만)
인터넷 세상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어떠하든, 각종 정보의 범람 때문에 사람들이 쬐금 똑똑해진 듯 하다는 건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은 젊은 층의 일상적인 소통 수단이며 블로그는 문화가 된지 오래다. 이제 소통은 위에서 흐름을 끊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진짜 '저글링'처럼 무식하게 하나하나 조사해서 잡아내는 노가다를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잘난 프로토스 하나가 저글링에 어떻게 넘어가는지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무식하게 덤벼들면 이길 수가 없다. 이 법률의 시행은 인터넷의 느슨한 연대를 이간질 하는 수법이다. 법 앞에서 개인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재천명하는 것이다. 개인이 힘을 잃는데 '집단지성'(이란 말을 잘 믿진 않지만)이 어떻게 만들어지나? 무식한 놈들이 눈치는 빠르다. 저들은 개인주의 시대에 개인의 무기력을 깨닫게 하는 게 가장 큰 무기라는 걸 알게됐다. 그런데 미안, 전혀 두렵지 않다.

이후 진행) 좀 허무하지만 -_-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통화해서 '오리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걸 알게됐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업들의 신고를 받아 악플 처리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음. 원래 신고 당사자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튼 알게 되었음. 정확하게 어떤 지점이 문제인지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과 그걸로 인해 내 블로그 저작물이 삭제 조치 당하게 되기까지 절차과정에 대해 다음에 책임을 묻겠음.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음. 인터넷에 오보 기사는 그대로 뜨는구만. 블로그만 열심히 뒤지고 있구나. 짱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