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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원고료

marsgirrrl 2014. 3. 2. 05:53

나는 글을 쓰며 먹고 살았던 사람이고 지금도 수입의 일부는 글쓰기에서 나온다. 글만 써서 꾸준히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언제쯤 가능할 지는 알 수 없다. 이는 내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대가가 적은 원고료의 문제이기도 하다. 

처음엔 영화와 음악에 대한 글이 메인이었다. 한때 이 영역에 몸 담았던 기자들이 다소 비슷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원고 청탁을 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내가 글쓰는 범위도 늘어났다. 대부분은 원고료를 안정적으로 주는 매체(다른 말로는 '대기업 사보'라고 부르는)에 몸 담고 있다. 이 분야에선 필요한 것을 빨리 간추려서 빨리 정리하는 테크닉이 중요하다. 그렇게 나는 점점 테크니션으로서의 글쟁이가 되어간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는 꽤 됐다. 다음에서 블로그 초기 형식인 '칼럼'을 런칭했을 때부터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 이글루스로 갈아탔다. 그때 속한 매체들의 형식 안에서 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블로그에 써내려 갔다. 좀 더 매니악한 것들이나 정리되지 않은 잡상같은 것들. 호응의 댓글이 달리면 기분이 좋았다. 홈페이지가 제대로 구축이 안된 매체들에만 몸담았기에 독자들의 피드백은 독자엽서나 가뭄에 콩나듯 올라오는 독자 게시판 정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피드백이 거의 전무후무하니 편집장 눈치가 볼 뿐 독자 눈치를 볼 필요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블로그 세상은 달랐다. 말을 뱉으면 누군가 그 말을 확장했다. 재미있었다. 돈을 받고 안 받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재미만이 중요했다.


언젠가 지인이 '이렇게 맘대로 글 쓰고 돈 받으면 좋겠구만'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안될 말이었다. 여과되지 않는 말이 매체를 통해 나가는 건 위험했다. 그때는 블로거를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피씨 통신의 닫힌 커뮤니티 내 게시판 정도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런 막무가내 글을 팔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그 안에서 나는 익명이었고 굳이 내 정체를 밝혀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편이 훨씬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에.

 

그런데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서 그 아래에 '기사 잘 읽었습니다'라는 댓글을 종종 목격하게 됐다. 


불과 10년 전일까. 사람들에겐 뉴스를 체크하는 일정 시간이 있었다. 통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읽거나(신문을 반으로 접는 게 예의네 어쩌니 하면서), 아니면 무가지를 읽거나, 일하는 틈틈이 보스 몰래 컴퓨터로 포탈 뉴스를 확인하거나. 뉴스를 확인하는 시간이 있고 뉴스는 보통 다음날 업데이트가 됐다. 각자의 뉴스 확인 스케줄이 있었다.


이제는 뉴스는 아무 때고 확인이 된다. 1초 단위가 무섭게 새로운 뉴스들이 업데이트 되고 우리는 그걸 각종 소셜 미디어나 뉴스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뉴스가 필요한 것인지 중요한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제 빈 시간은 없고 그 시간이 나면 우리는 뉴스를 확인한다. 페친의 사진이라도 확인한다. 남의 일들, 외부의 사건이 일상을 잠식한지 오래다.


이 속도의 경쟁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몇 날을 취재하고 사진을 선별하고 그 완성된 기사를 싣는 고전적인 뉴스 플랫폼으로는 불가능하다. 글자를 입력하고 서브밋을 누르는 순간 뉴스는 송고되고 바로 웹으로 올라간다. 헤드라인 정도를 매력적으로 다는 데스킹 정도가 개입할까. 이것도 느리면 다른 업로더에게 주목을 뺏긴다. 기본 경쟁은 얼마나 단시간 안에 주목을 받느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팩트를 추가해서 더 나은 뉴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 뉴스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면 몇 사람들이 쉐어를 하고 빈도수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니까 속도전에 약간 늦었다 해도 구제의 길은 있다. 그러나 더 매력적인 이슈가 생기면 주목도는 그쪽으로 옮겨갈 것이다. 쉐어를 하든 댓글을 달든 반응은 빠르다. 이건 일종의 술래잡기 게임같기도 하다. 술래가 잡히면 다른 사람이 술래가 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질리기 전엔 끝나지 않는다.


이 뉴스들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지루함을 방지하는 것일까. 현상을 지켜보는 나라의 파수꾼으로서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