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taste of ny] 소호의 Torrisi Italian Specialties

marsgirrrl 2011. 6. 17. 00:16

모처럼 친구와 맨하탄에서 런치를 먹기로 한 날. 이런 약속이 생길 때마다 식당 검색하는 건 내 몫. 열혈 검색으로 여러 레스토랑을 골라놓고 가격과 위치를 고려하며 끙끙대는 게 내 습관이다. 욕망은 많으나 우유부단한 자의 고통이랄까.
이래저래 인기 있는 식당들 가운데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이탈리안 식당으로 결정. 이름은 'Torrisi Italian Specialties'로 직역하면 '토리씨 이탈리아 전문 식당' 정도? 이 곳은 점심으로 hero라는 이탈리안-아메리칸 샌드위치를 판다.이탈리안하면 '파니니'만 알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영역. 미국에 정착한 남부 이탈리안계 사람들이 1920년대 미국에 바게트가 수입되면서 데미-바게트(겉 바삭, 속 물렁)를 개발했고, 이와 함께 미국에서 많이 나는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든 게 hero의 시작이라고 빌리지 보이스에 나와있다. 사촌은 필라델피아 치즈 샌드위치, 배다른 형제(미국 엄마)는 '서브웨이'인 듯.

Italian Specialty에서 가장 유명한 hero는 치킨 파마잔(Chicken Parm). 후라이드 닭가슴살에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얹어 구워 주는 샌드위치. 

한 입 깨무는 순간부터 아까운 맛!

 
샌드위치의 승부수는 신선한 재료. 품질관리 철저히 한 닭을 사용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일단 닭이 전혀 퍽퍽하지 않았다. 압권은 토마토 소스. 뉴욕에서 웬만한 곳의 토마토 소스는 꽤 자극적인 맛이지만 이 곳의 소스는 상큼한데다 전혀 짜지 않았다. 수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탈리안 식재료 쌓아놓은 게 인테리어의 전부인데, 그렇다면 같은 재료로 여러분은 이런 맛을?

이거슨 이탈리안 콤보 hero


 이탈리안 콤보는 서브웨이의 콜드컷 트리오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상이었는데 그보다는 더 정통 이탈리안 햄들로 속을 채웠다. 그중 하나는 프로슈토 비슷했는데 훨씬 짠 걸로 보아 coppa라는 햄인 듯. 푸짐하고 신선한 샌드위치였으나 먼저 치킨 파마잔을 먹는 바람에 한계 효용이 급격히 감소. 게다가 난 짠 음식을 잘 못 먹는다.(그래서 미국 음식이 힘들어!!!)

사이드로 주문한 스파이시 브로콜리 레이브

 
사이드로 모짜렐라나 여러가지 야채 반찬을 주문할 수 있다. 요즘 시즌에는 아스파라거스가 포함된다. 브로콜리 레이브는 브로콜리보다 씁쓸한 맛과 거친 질감이 매력. '스파이시'라고 했지만 한국 매운 맛에 비하면 애교 수준. 맛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였지만 샌드위치와 먹으니 잘 어우러졌다.

주문과 계산 먼저


점심 때가 되어 나타난 근처 직장인들. 가격이 10달러면(wrap은 8달러) 그리 싼 건 아니지만 서브웨이 샌드위치처럼 금방 꺼지지 않아 제값은 하는 듯. 게다가 이 곳은 임대료 비싼 소호입니다. 주문하고 계산하면 서버가 가져다 주고 팁은 나갈 때 계산대 앞 팁통에 넣으면 된다. 뭐, 테이블 위에 놔둬도 되고. 음료수는 안 시켜도 된다. 물 달라고 하면 됨.

이 곳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사실 저녁 식사 때문. 뉴욕의 유명 세프들인 다니엘 불러드와 마리오 바탈리 밑에서 배운 분들이 독립해서 럭셔리 식당이 아닌 중저가 식당을 오픈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들의 실력은 디너 때 맛 볼 수 있기 때문에 저녁 때 오픈 전부터 줄이 엄청나다고 한다. 예약은 안 받고 메뉴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프리픽스로 1인당 50달러 정도. 질좋은 음식은 비교적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게 매력. 그러나 저녁 먹으러 가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
 

간판이 작아서 찾기 쉽지 않음

동행인 조이씨는 포토그래퍼 출신임에도 사진을 거부. 뒤에 인테리어


Torrisi Italian Specialties
 

Address: 250 Mulberry St., nr. Prince St.; 212-965-0955
Hours: Lunch 11 a.m. to 4 p.m., dinner 6 p.m. to 11 p.m. Closed Mondays. 
Prices: 
Lunch, $3 to $13; dinner, $45   www.piginaha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