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연휴 동안 열심히 먹었다

marsgirrrl 2011. 5. 31. 13:43

미국에서 매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메모리얼 데이'라 불리는 공휴일이다. 미국은 보통 공휴일을 날짜가 아닌 '몇 째주 무슨 요일'로 정하기 때문에 대개는 정기적인 연휴다.
'메모리얼 데이'는 전쟁에서 사망한 모든 군인들을 기리는 날. 그러나 여느 나라의 공휴일이 그렇듯, 여기에서도 본래의 의의보다는 그냥 간만에 찾아오는 연휴일 뿐. 산과 바다로 놀러 가거나, 친구들 불러다가 바베큐 해 먹거나, 세일에 홀려 쇼핑하는 게 보통 일과다. 이중 우리 부부가 택한 건 두 번째.
뉴저지에 사는 후배님의 초대로 이뤄진 바베큐부터 시작. 뒷마당에서 고기랑 장어 구워먹으면서 술을 부어댔더니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_-
 
일요일엔 플러싱 차이나타운에 두둥 하고 오프한 'New World Center'를 방문. 이 곳은 (말하자면) 중국인의,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랜드마크. 대륙의 규모 감각을 그대로 가져와서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어마어마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간판이 모두 한문. 어머, 여기는 베이징인가요?
목적지는 3층 전체를 사용하는 딤섬 식당인 'Grand Restaurant'. 플러싱 차이나타운엔 괜찮은 딤섬 식당이 여럿 있다. 모두들 엄청난 규모들인데 점심 때만 되면 꽉 차는 것도 모자라서 줄이 끝없이 늘어선다.


결혼피로연 5건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법한 규모인데 카메라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테이블 사이로 카트들이 지나갈 때마다 딤섬을 선택하면 된다

먼저 눈에 띄 카트에서 고른 건 요상한 빵. 계란빵인지 알았는데 시나몬향의 신기한 빵.

하가우를 기다리다 선택한 프라이드 하가우.

드디어 나타난 슈마이. 새우와 돼지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

좋아하는 청펀. 돼지 다진 걸 녹말피로 둘둘 싼 것

이외 몇 개 더 먹고 끝. 주변의 다른 딤섬집에 비하면 싼 가격은 아니었다. 작은 접시가 2달러대, 큰접시가 4달러대. 그런데 웬만하면 다 큰 접시. 이 곳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이 너무 넓은데 딤섬 카트들이 적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한다는 것. 성질 급한 중국인들은 카트 찾아서 자기 손으로 접시 날라다 먹었다. 그런 면에서 서비스는 엉망. 맛은, 홍콩에서 잃어버린 슈마이를 여기서 다시 찾은 기분? 그런데 딤섬간 격차가 좀 있다.

밥을 다 먹고 1층에 중국인 마트로 이동. 왜인지 모르겠으나 마트의 가격대는 중국 마트<한인 마트<미국 마트 순으로 비싸다. 중국 마트는 너무 싸서 경계하는 편이었는데 '마치 중국에 온 기분으로' 한 번 가봤다.
그래서 발견한 이상한 것들.

어째서 너는 오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거니? 이 작명센스는 한국인의 것일까?

여보 양배추 베르미 첼리 케이크와 화이트 바보야 새우 케이크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

지하에는 또 어마어마한 푸드코트. 랍스터 덮밥 11달러의 유혹에 넘어가서 줄 서 있는 사람들

저녁으로 신랑이 구워준 칠레산 메로. 영어로 seabass. 점심엔 중국, 저녁엔 일본.


사진 속 사케는 작년 3월 입국할 때 사온 것. 아껴두다 썩었을까봐 1년만에 개봉했는데 정상의 맛. 술은 안 썩나? 
고급 생선인 씨배스가 한국에서 '메로'라고 하는데, 내가 횟집에서 먹었던 메로들은 죄다 미로같은 뼈가 발리는 말라깽이 생선들이었다. 씨배스가 2미터 상당의 물고기라서 뼈가 미로처럼 있을 수가 없는데! 결론은 그게 모두 먹어선 안 되는 '기름치'였던 게야!  


이렇게 연휴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