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11월의 마지막 날

marsgirrrl 2010. 12. 1. 14:28
11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제목을 써놓고 시계를 확인하니 12시가 넘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펄프 재결성'과 '마이클 잭슨 댄스 게임'에 친구들이 무심하다는 걸 확인. 뉴욕에 와서 진기명기 전시하는 블로그가 되고 싶었으나 먹고사니즘과 귀차니즘에 치여 웹기록이 부실하기 짝이 없네.
그래서 앞선 6시간 전에, 12월부터는 소소하게나마 매일 포스팅을 하겠다고 충동적으로 다짐했다.
이건 뭐, 시험 보기 전에 벼락치기 같은 원리라고 할까. 한해를 돌아보니 도무지 뭘 했는지 알 수 없어 다이어리만 뒤적뒤적.
(매년 이러다가 연말에 보람차게 음주 마라톤하며 마무리)

파나소닉 카메라가 한달 전 사망한 가운데, 그 이전에 가지고 다녔던 빈티지 디카도 추락사. 그동안 덜렁대는 주인 만나 고생했던 카메라를 기리면서 1년의 이미지를 재활용 해보겠다. 그전에 '총알탄 할아버지' 레슬리 닐슨과 트위스트 김의 명복을 빌며 묵념.

애니웨이,


현지 사정이 이런 관계로 요즘 거의 금연. 한국인들 대상으로 저렴하게 이용하는 판매 사이트가 있지만, 주요 고객이었던 신랑의 금연으로 온라인 쇼핑도 중단. 담배를 아낌 없이 나눠주는 한국 친구들을 만날 때나 한두 대 얻어 피우는 흡연자가 되었다.
 

거리에선 군밤을 팔기 시작하고. 뒤편에 거대하게 쌓여 있는 건 프레첼.


모마에선 간장병이나 전시하고.(사실은 부엌의 현대사를 다룬 흥미로운 전시회)


록펠러 트리가 세워지기 전에(11월 30일에 점등식했다) 공연장인 라디오시티는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단장을 하고

11월 마지막주 목요일. 첫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의 롯데(서민)백화점인 메이시스가 주최하는 '땡스기빙 퍼레이드'를 보러 나섰다. 이 퍼레이드의 특징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거대 벌룬 행렬과 셀러브리티들의 인사, 온 동네에서 모인 고적대로 구성된다는 것.

그래서 미키도 지나가고

스폰지밥도 지나가고

알 수 없는 해적 캐릭터도 지나가고


그러는 와중에 아스팔트에 추락한 카메라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

이제는 이별을 고하려고 해

눈앞이 점점 흐려져(안돼! 올해 데뷔하는 쿵푸팬더는 찍고 죽어!)


카메라가 손에서 사라지니까 갑자기 인생이 급심심해졌다. 일거수 일투족을 글로 휘황찬란하게 묘사해서 글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으나...귀찮다. 그래서 땡스기빙 세일 기간을 맞이하여 똑딱이 급구. 그러나 '총알 배송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하는 이 곳에선 도착하는 날짜를 확인하는 게 의미가 없다. 

신랑 거였지만, 어쨌든 안녕 미놀타. 떨어뜨려서 미안해.


이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