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소셜 네트워크> 기자회견 @NYFF

marsgirrrl 2010. 11. 22. 11:50
* 타이밍 놓쳐 애매하던 차에 한국 개봉에 묻어감.

이 포스터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다가 한국판 포스터에서 빵 터짐



데이비드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는 지난 10월에 개최된 뉴욕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뉴욕 영화제'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경쟁부문 없이 20평 남짓한 새영화들이 공개되는 '컬렉션'에 가깝다. 그해 칸이나 베니스 혹은 여타 중요 영화제에서 이미 수차례 호평을 얻은 작품들이, 프로그래머들의 '엄선' 하에 공개되는 것이다. 티켓 가격은 무려 20달러. 가난한 영화 전공 학생들의 눈에는 그저 '어퍼 웨스트'의 고매한 어르신들이나 가는 '귀족 영화제' 쯤으로 비춰질 듯 하다)

그 다음 주 개봉을 앞두고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는 터라 자연스레 관심이 쏟아졌다. 시사회가 열렸던 극장 안에는 페이스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할배, 할매 평론가들이 대다수였지만, 테크놀로지 트렌드와 상관없이 <소셜 네트워크>는 '잘 만든 극영화'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었다. 핀처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고감도 비주얼 실험에 집착하기보다는, 마치 유명 디자이너가 대중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보여주는 매끈한 중저가 상품처럼, 대중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는 목적을 달성했다. 자신 또한 테크놀로지 애호가(Geek)인 데다 비슷한 동료들과 지난 세월을 어울려 왔으므로 누구보다도 그런 캐릭터의 삶에 대해 잘 알지 않았을까.
뉴욕커에서 언급됐다는 '지난 10년을 정의하는 영화'란 문구가 <소셜 네트워크>의 소셜 포지셔닝을 적확하게 집어냈다고 생각한다. 냅스터에서 페이스북으로 이어지는 10년 간의 세월을 반영했다는 점은, 페이스북을 사용하든 안하든, 지난 10년 IT의 물결 속에서 살아왔던 젊은이들에게 (처음이어서) 신기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작가와 감독이 작은 해프닝에서 보편적인 10년의 감수성을 발견해냈다는 건 굉장한 능력이다. 10년의 세월 동안 어떤 변혁적인 관계가 우리를 훑고 지나갔나? <소셜 네트워크>에 따르면, 처음엔 엄청나 보였던 신기루였다 할지라도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본질을 바꾸진 못했다. 자본주의란 거대 시스템이 변화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을 둘러싼 관계의 비극은 똑같은 귀결을 맞이한다. 시대의 특수성과 관계의 보편성이 충돌하는 과정이 의외로 신선한 전개로 나아간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에 있어 고증의 윤리학은 또 다른 문제다. 영화 속 대상들이 워낙 쿨하신 분들이라 고증에 대해 설렁설렁 넘어갔고, 결과적으로는 페이스북 홍보에 도움이 됐으니 사업에 나쁘지 않은 결과다.(요즘 페이스북에 한국 친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작가, 감독, 배우 누구도 이 영화를 실화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화의 뒷이야기를 재창조하면서 '가십'에 가까운 구경 거리로 스스로를 낮춘 건 사실이다.(영화를 둘러싸고 계속 마크 주커버그의 사생활 진실 여부가 논란이 됐다) 최악의 경우엔 정말 가십 거리같은 영화가 됐을 텐데 그러지 않은 건 역시나 제작진이 '대중 영화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몇 년 후에 <소셜 네트워크>는 '가십의 영화화'에 있어 교과서적인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일상의 담론을 가십 기사와 리얼리티 쇼들이 장악한 가운데, 여기서 그럴 듯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집중을 받을 거란 의미다.
 
성장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선, <소셜 네트워크>가 20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어떤 청춘들의 기록이라는 의의도 보태고 싶다. 젊은 배우들 덕에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한다.(예를 들어, 웬만큼 아는 제이크 질렌할이 주커버그를 연기했다면 이 정도로 신선했을 텐가) 제스 아이젠버그나 앤드루 가필드, 그리고 윙클버스 쌍둥이 모두 신선하다. 가수인데도 냅스터 창립자를 연기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아이러니한 재미까지 안겨준다.
미국 영화계에 있어 <소셜 네트워크>의 두드러지는 가치는 역시나 '소재'에 있다. 전 세계 영화계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헤매이는 가운데, <소셜 네트워크>는 굳이 오래 전 이야기나 드라마틱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작가들'을 잘 만나면 출중한 영화로 주조될 수 있다는 상업적 미덕을 보여줬다. 영화적으로는 글쎄. 나는 <소셜 네트워크>가 이전 핀처의 영화들을 능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조율된 영리한 영화임에는 이의가 없지만 좀 더 실험정신이 번득이는 그의 전작들이 더 좋다.

모처럼 <소셜 네트워크>를 생각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었다. 영화제로 멀찍이서나마 핀처 형님 뵐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게 요점.

 

왼쪽으로 부터 영화제 모듈레이터, 작가 아론 소킨, 제스 아이젠버그, 데이비드 핀처, 앤드루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너무 멀어 얼굴이 안 보이는구나. 좀 더 줌을 해보자

이렇게들 차려입고 오셨음. 아무리 감독이 뛰어나도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직도 멀게 느껴지니 커플로 줌을 해보자
 

현실에서도 영화 캐릭터만큼 말 빠른 제스, 그리고 젠틀한 핀처 형님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앤드루는 영화의 지적인 캐릭터와 달리 완전 산만. 반면 저스틴은 능구렁이 프로였음

똑딱이 카메라가 초점을 맞출 때마다 계속 '띡띡' 소리를 내는 바람에 앞에 할아버지가 불편해 함. 할아버지, 폐북 안 하죠?

끝나고 포토콜 시간. 대세는 아이폰이지만 나는 좋은 카메라를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