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롱아일랜드 굴축제(사진수정)

marsgirrrl 2010. 11. 19. 09:23
* 한참 전에 야금야금 써놓은 거 이제야 업로드!

10월 중순에 롱아일랜드에서 일명 'Oyster Festival'이 열리는데, 동부 최대 규모의 씨푸드 페스티벌이란 소문을 듣고 씨푸드 꿈을 꾸며 달려갔다. 가는 동안 차 안에서는 '서산'과 '통영'의 굴 에피소드가 훈훈하게 펼쳐졌다. "굴밥 먹고 싶다" "굴찜을 집에서 해먹을 수 있을까" 등등의 대화를 나누며 오늘 하루 기필코 굴로 배채우고 말리라는 각오가 불끈! 소고기는 싼 데 씨푸드는 싸지 않아서 대구탕이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이내 신세, 오늘 씨푸드로 포식 한 번 해보자꾸나.
그러나 이것은 허망한 꿈이었을 뿐. 굴굴굴굴굴.
'Oyster festival'를 '굴축제'로 단순 해석한 우리는 수많은 굴 장사꾼들이 지나가는 이들을 붙잡는 풍경을 상상했다. 그러나 여기는 쿨한 미국. 도착하니 수많은 포차 중에 생굴 파는 집은 단 하나. 하나 더 있는 집은 굴튀김 전문. 문제는 굴이 다섯 개에 8불. 10개면 16불. 거의 굴찜 작은 거 하나 먹는 가격인데 굴은 10개가 나온다는 현실. 근데 우리는 다섯 명. 석화 두 접시에(비스킷은 왜 주나연?) 클램차우더, 랍스터 롤, 클램 케이크(부침개) 등을 사고 나니 비용이 거의 100불에 다다르고 말았다. 돈 좀 쓰려고 갔지만 이 엄청난 바가지에 물쓰듯 쓰는 건 아무래도 아까운 것 같아 결국은 스시 부페로 향했다는 슬픈 스토리.

굴축제가 열리는 곳은 비교적 조용한 시골 동네. 굴축제 때문에 특화된 시즌 장사는 바로 주차장. 다들 집이 넓은 관계로 주차 공간이 넉넉. 10대 소녀들이 'parking 10$'라는 피켓을 들고 집 앞에 서 있는 풍경이 신기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용돈 벌이를 하는 애들이 모두 소녀들이라서 또 신기.(소년들은 귀찮은 거냐?)

아무튼 사진. 이름은 '굴축제'인데 굴을 빙자하여 수많은 구경거리들이 모여드는 축제.(스압)



마을 어귀에서부터 굴축제 장소까지 거대한 장터가 들어섰다. 아무리 씨푸드가 많아도 미국인들의 훼이보릿은 핫도그.

마을 뮤지엄 홍보에 관심 많은 할머니. 정겨운 시골 장터의 풍경. -_-

사람들이 관심을 갖든 말든 독서에 열심인 쿨한 아티스트 아저씨.


인기 많았던 클래식 소다 벤더. 15달러 내고 컵사면 하루 종일 리필 공짜.

간이 이동식 놀이공원도 놀러 왔어요.

재미있어 보이지만 어른은 탈 수 없습니다.

드디어 도착. 백여 개의 포차들(벤더)이 손님들 반깁니다.

굴 드시러 오신 수많은 분들. 한국이나 여기나 맛축제엔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

굴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생굴 파는 집은 하나뿐. 다른 굴집은 굴튀김 전문. 굴 먹으러 온 사람들이 죄다 줄을 서는 대란이 발생.

여기는 아저씨들이 굴을 깝니다. 굴 따는 달인 아줌마들이 보면 비웃을 속도.

미국은 굴도 크다. 과일처럼 크긴 한데 한국의 야무진 맛이 없다. 퍼진 맛이라고나 할까. 10개에 만육천원이라고. 왼쪽은 '클램케이크'로 한국말로 조개전이지만 조개는 씹히지 않음. 그리고 클래차우더. 위에는 랍스터롤. 이게 다 합해서 팔만원이 훌쩍 넘어.
말이 되냐고!

채워지지 않은 배를 달래기 위해 뒤쪽으로 가서 '오이스터 베이'의 해변을 멍하니 감상. 아, 뭔가 억울해.

해변가에는 웃기지도 않은 해적 연극이 한창. 그래도 애들은 좋아라 함.

두둥 떠 있는 범선. 안 가볼 리가 없다.

<원피스>의 루피야, 너 본 지 오래됐구나. 도대체 지금 <원피스>는 몇 권까지 나온 거야?

할로윈 시즌이여서 이런 장식이. 다른 볼거리에 가려져서 안타까웠다.

이동 동물원까지 등장. 굴축제에 난데 없는 라마 등장. 옆에는 만사가 귀찮은 캥거루가 있었음.

더 가니 진기명기 펫샵 주인 정도 되는 분이 악어를 데리고 왔다. 무대에서는 이구아나가 방황 중. 아, 버라이어티하다.

나가는 길에는 할배 밴드가. 심심하던 동네가 1년에 한번 북적이는 때인 듯. 대륙의 맛축제는 이런 것?
굴 먹으러 갔던 해산물 부페가 문을 닫아 결국 저렴한 스시 부페로 고고씽. 스시 말고 굴을 달라고욧. 굴굴굴.


한국 음식 안 그리울 줄 알았는데 날 추워지니까 굴찜이 먹고 싶어. 엉엉엉.
대하 축제도 그리워.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