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Kick Ass & Sparks

marsgirrrl 2010. 5. 24. 06:59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 시대의 청소년 수퍼히어로가 벌이는 유쾌하고도 찌질한 소동극인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알고 보니 <잭 애스>는 오타쿠 아빠로부터 고도의 수퍼히어로 트레이닝을 많은 열한살 소녀의 복수극이었다. 주인공이라 주장하는 데이브 리지스키는 성장영화의 전통적인 캐릭터인 '존재감 없는 냉소적인 10대 백인 소년'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한다. 여기에 <스파이더맨>과 <히어로즈>의 정기를 받은 오타쿠라는 시대적 양념이 추가 됐다. 무난한 10대 영화라면 액션보다는 코미디가 대세일 텐데, 원작에 대한 존경심 때문인지 감독은 심각하고 잔인한 수퍼히어로 청소년 드라마를 만들어나간다.
 

원작에선 막 이래

원작에선 힛걸, 빅대디가 갱두목과 원한 관계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기 위해 '악당'을 찾다가 갱두목을 처단하기로 결심한 상황이었던 것. 원작대로 설정을 했다면 이야기적 박진감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더 '쿨한' 수퍼히어로물이 됐을 듯하다. 킥애스가 사랑을 얻는다는 해피엔딩도 원작과 다르다. 원작 만화에선 킥애스가 여자친구에게 게이가 아니라고 밝히는 순간 된통 욕을 먹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무료한 10대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크 밀러(원티드)의 공동원작이지만, 대충 이야기만 훑어보면 마치 다니엘 크로우스(고스트 월드-판타스틱 소녀백서)가 그린 수퍼히어로물 같다. 어쨌든 이런 원작의 분위기가 지극히 비대중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메이저 스튜디오가 만든 영화는 장밋빛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므로 <킥 애스>의 아쉬운 점은, 열 받은 10대들의 영웅질을 <킬빌> 수준으로 잔인하게 보여줄 정도로 하드 코어를 지향하면서 정작 이야기는 급진적이 아니라는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끝까지 가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가봐야할 게 아닌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코믹적 측면이 훨씬 강조되서 낚인 사람들이 많았을 듯하다. 미국에서야 워낙 원작 만화가 유명하지만, 어떤 정보도 없었던 한국 관객들은 극이 전개될수록 난처했을 것이다. 그러니 흥행 시망은 당연하고.(미국에서도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했지만 이후 스크린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



힛걸 소녀는 렛미인 미국판 주인공 맡음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중간에 튀어나오는 이상한 노래의 주인공. 팔세토 창법으로 불러대는 만화주제가 같은 곡의 정체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시작. 그래서 튀어나온 분들이 바로 Sparks. of montreal 비슷한 요즘 밴드의 곡인줄 알았는데 무려 70년대 오케스트라 글램 팝(?). 곡명은 This Town Ain't Big Enough For The Both Of Us. 이래뵈도 차트 2위곡. 한번 보면 4차원 퍼포먼스 및 빨간 장갑과 목도리 코디네이션에 중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