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satc 2 in macy

marsgirrrl 2010. 5. 18. 11:41
<섹스 앤 더 시티> 제목 중 인터넷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가 있어 satc로 명명. 뉴욕 관광지의 중심인 34번가 메이시 백화점이 <섹스 앤 더 시티 2>와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지 영화 협찬 의상으로 디스플레이를 바꿨다. 잠시 감상.

뉴욕에 온 많은 사람들이 <섹스 앤 더 시티>의 성지를 순례한다. 캐리가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걷곤 했던 미트팩킹 스트리트엔 고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베이커리는 대성공을 거둬 여기저기 분점을 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섹스 앤 더 시티> 성지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했던 이유는 아기자기한 구성과 현실적인 캐릭터라이징, 그리고 주옥같은 대사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뭐 당신은 된장녀가 아니라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그다지 할 말은 없다. 단지 내가 드라마를 본 초점이 달랐던 것 같다. 몇 남자 필자들은 <섹스 앤 더 시티>가 한국 여자들을 재수 없는 방향으로 물들여놨다며 왈가왈부 말이 많다. 그런 논쟁을 볼 때마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브런치' 등의 신드롬에 가려지는 것 같아 몹시 기분이 나쁘다. <섹스 앤 더 시티>가 6시즌 동안 전해준 여자 전용 드라마트루기는 나에게 수많은 영감을 던져줬다. 도시를 사고하는 방식, 도시인으로의 정체성, 동시대 여자들의 삶 등 수많은 개별적 조각들이 하나의 드라마로 종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달까.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마치 7시즌을 2시간에 압축한 다이제스트 버전 같았다. 언니들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럭저럭 즐길 순 있었다. 그러나 2편 예고편을 보고 나니 더 이상 이 시리즈에 대한 희망이 없어진다. 열 살을 더 먹어도 자유연애를 갈망할 수는 있지만 보톡스로 빵빵해진 얼굴을 일종의 '자신감'으로 들이미는 그녀들은 더 이상 도시녀들의 '워너비'가 아니다. 겉모습을 번지르르하게 도배하고 럭셔리 라이프를 추구하는 언니들의 모습은, <섹스 앤 더 시티>를 곁눈질로 보고 분노했던 남자들의 비판 지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영화판 <섹스 앤 더 시티>는 드라마의 장점을 부각시키기보다 신드롬의 유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내가 기억하기로 초반 캐리는 옷을 잘 입는 '패션 피플'이 아니라 제멋대로 꾸미고 다니는 이상한 뉴욕커에 가까웠다. 그 개성이 점차 '패셔너블'로 인정을 받아 유명세를 얻게 된 거고)  뭐, 영화를 안 보고 씹는 것도 좀 그렇지만. SATC의 팬이라면 아마도 2편 예고편을 보고 '왠지 어글리하다'고 느꼈을 듯. 혹은 그게 바로 리얼리티. 언니들이나 우리나 더이상 도시의 주목을 받는 영피플이 아니거든요. '투 머치 패션' 아줌마들은 정말 부담스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