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regrets for last 10 years

marsgirrrl 2010. 1. 25. 23:29
+ 후회의 시작은 바로 오늘. 각각 네번째 만남이었던 송배우와 강배우를 꼬드겨 기념 사진 한장 남기려고 했는데 결국 정황상 말도 못 꺼내고 말았다. 무심한 척 하다가 결국 이렇게 후회할 것을. 아마 앞으로 그들을 만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사진이라도 찍어두자는 소박한 바람이었는데. 생일을 핑계로 진심 담은 선물은 건네줬으니 그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멋진 영화들 찍어줘요. 특히 송배우. <의형*>를 본 뒤 존재 자체가 감사해서 한 번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이 내 마음 아실까.ㅋ

+ 시한부 인생의 종말이 점점 다가오자 근 10년간 해놨으면 좋을 리스트들이 떠올랐다. 정말 남다른 질문들 던지며 재미있는 대화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박감독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뜬구름 잡는 인터뷰를 볼 때마다 얼마나 답답해 했었던가.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었으면. 장기하 및 차차와도 재미있는 기념 촬영 한번 시도해볼 걸 그랬어. <마더> 김선생님에게는 사인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이런이런. 그냥 만났던 모든 이들에게 가식적인 팬심이라도 만들어서 내보이며 개인적인 기록물들을 만드는 게 나았을까. 방어벽 높이 치고 할 일만 딱 하고 나니 10년사의 증거물이라곤 책밖에 없네. 영화제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에게 안부 메일도 제대로 날리지 않고 명함을 방치하고, 도움준 관계자들에게는 어떤 사적인 침투도 용납하지 않았었다. 인맥 중요한 직업에서 대개의 모든 인연을 스쳐 보냈다. 진정 스킬이 개판이로구나. 그러니 의도치 않았는데도 같은 배우를 네 번씩 만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인연이야.

+ 일의 결과물만 책꽂이에 빼곡하게 쌓여있고. 과정의 즐거움을 추억할 수 있는 사적인 기록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여유롭게 살면 되겠지, 뭐. 꼭 배우와 기념촬영 해야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서른 다섯에 관계에 대해 철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