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53

beautiful

+ 몇 년간 따로 놀았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청년들이 모처럼 멕시코에서 만나 새앨범 애기를 나누었다. 돌아와 같이 음악 만들면서 '완전 소중' 관계임을 깨달아 새앨범 제목이 으로 낙점. 그 중 첫번째 싱글인 'boat behind' 또한 베프로서의 자기네 관계를 은유하는 곡이긴 한데, 어쨌거나 너무 아름다워서 요새 계속 듣고 있다. '노르웨이산 사이먼 앤 가펑클'같은 느낌이 더 진해졌는데, 인터뷰를 보니 언제나 '팝의 원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사이먼 앤 가펑클처럼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겠다는 인도적 포부는 없고, 딱 요즘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시선이 가사에 담겨있다는 생각. 문득 '록'과 '팝' 스피릿 내지 애티튜드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팝 스피릿에 관해서는..

생존기 2009.10.20

메모

('다음'에 아직도 원래 제목으로 남아있는데 '1년 전에 어떤 메모'는 삭제했음) 블로그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즐겁게'라는 말을 '상쾌하게' 혹은 '시원하게'라고 바꿔도 좋다. 빈한한 삶이지만 늘 낭만과 유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스스로의 좌표가 흔들리다보니, 견고한 동아줄인줄 알고 매달렸던 분들이 이 곳도 신통치 않은 것 같아 손을 놓아버린 것 같다. 모두를 즐겁게 만들려면 내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나는 계속 비현실 속에서 낄낄대야 하는 것일까? 같이 길을 걷던 친구들은 가끔 곁길로 사라져버린다. 어딘가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는 바람에 아직도 사람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어디서 만나게 될까? 나는 ..

생존기 2009.10.03

bye bye mr. DJ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 좌익독재뿐 아니라 우익독재도 똑같다.(1969년 7월 19일 '3선 개헌 반대 시국 대강연회) 민주주의는 목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에 있다.(1990년 2월 27일 국회 평화민주당 대표 연설) 훌륭한 대통령을 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혼신의 노력을 다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을 확신한다.(2001년 10월 29일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초청 다과회) 우리가 균등하게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행동) 안 하고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이다.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고, 이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2009년 6월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식) + 진짜 정치를 했던 사람이 서거했다. DJ같은 정치가가 다섯 명..

생존기 2009.08.19

after birthday

통계적으로 보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고들 하는데, 내 삶은 산봉우리를 오르기 위한 여정이 아니기 때문에 내리막길도 없을 예정이야. 그냥 소심한 우주정복 같은 거랄까. 스스로를 팽창하는 행위랄까. 뭐, 한뼘의 우주라도. 삼십대 중반이 되서야 수업시간에 집중 안되서 시선을 허공에 박고 있었던 애들의 심정이 이해되네. 요즘은 업무시간에 시가 쓰고 싶네. 철들지 않아도 밸런스 밸런스 바운스 바운스. 한 살 더 먹었다.

생존기 2009.08.17

in pucheon

+ 빡센 피판 데일리의 나날. 이래저래 잘 만들어보겠다고 욕심을 냈더니 엄청난 일의 압박이. 근데 이제 폐막이다. + 영화제에 종일 머무르면서 극장 한 번 가지 못한 상황. 대형화면 그리워요. 그리고 6편도 보고 싶어요. + 스크리너로 보고 재미있었던 영화는 쿠도칸 신작 (음반사에서 절라 멋진 펑크밴드 동영상 찾아내 계약하러 갔는데 알고 보니 25년전 영상이라는 설정),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찌질한 섹슈얼 리얼리티), (역시나 찌질한 동네 래퍼가 등장하는 소소감동 성장영화) 모두 일본영화. -_-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엄청난 고어 비주얼을 크리스토퍼 도일풍으로 찍어낸 . 거기다 애기는 한많은 여자의 신파. 레전드급 괴작이 될듯. 한국영화 본 거는 . 오손도손 만든 귀여운 좀비 영화. + 데일리 때문에 위..

생존기 2009.07.23

생계형 결혼식 후기

* 낯 부끄럽기는 한데 도움이 될까하여 걍 써봄. 미국으로 간 남친은 환율 높던 시즌에 내 월급액을 돌파하는 알바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나 꼬박꼬박 세금을 띠어가는 미국 정부에게 분노하며, 어느 날, 아주 쿨하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혼인 신고 좀 해줘." 결혼을 할 경우 세금율이 5% 낮아진다며 자신에게 돌아올 경제적 효과를 설파. 그래서 나에게 매달 그 5%를 송금해준다면 생각해보겠다는 '딜'을 제시했으나 보기 좋게 거부당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까짓거, 경제도 어려운데 5%가 어디냐. 게다가 아들내미 장가 보낸 이모님이 기둥 뿌리 뽑아서 결혼 시켰으나 본전을 뽑고 남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손익계산을 누차 떠들어댔던지라. 그래서 나는 남친에게 결혼식을 올리는 게 낫겠다는 논리적인 ..

생존기 2009.07.11

nowadays

+ 6월 말 인생의 거사를 준비 중인데 정줄놓 상태다. 월부터 금까지 일하는데 머리를 쓰고 주말에는 상황을 전환해 새로운 모드로 적응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간소한 준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귀찮아하는 걸 보면서, 난 확실히, 멀티질이 불가능한 인간형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한 번에 하나씩만 잘 하면서 살고 싶다. 얼마 안 있으면 나도 품절녀. 개성 있는 빈티지가 되고 싶어. + 뉴욕 여행기 업데이트를 짬짬이 쓰려고 노력 중. 그러다가 부팅을 하니 내문서 사진이 모두 사라지는 대혼돈이 발생. 뒤늦게 바이러스 잡고 복구 프로그램으로 하루종일 사진 복구 했는데 마구 깨져서 소생하고 있다. ㅠ_ㅠ 글 쓸 생각은 안 하고 포토샵 하면서 대문이나 만들고. 배경은 유명한 베이글 가게의 크림치즈들. * 을 ..

생존기 2009.06.07

real vs. surreal

(한줄의 의도만 가지고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가다보니 의 스포일러 비슷한 것까지 끼어들게 되었다) 문화는 현실에 대한 일종의 비유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약한 인간은 공포와 두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해왔다. 평생을 긴장하며 살지 않기 위해 종교에 빠져 절대자에게 실존을 위탁하거나, 디오니소스적인 축제를 통해 순간의 환락으로 삶을 덮어쓰기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현실의 대전제 안에서 초현실 혹은 비현실로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깨우치는 짓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문화는 분별력을 키운다. 행동의 목표를 만든다. 하지만 문화는 문화일뿐, 결국은 행동을 해야지만 현실이 변한다. 지금 한 인간을 넘어 어떤 '상징'에 대한 추모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4면이 바다라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억눌렀던..

생존기 2009.05.29

근조

+ 지난 일요일, 사람 좋아하고 아끼던 훌륭한 성품의 영화사 대표님이 돌아가셨다. 어린 기자 시절부터 정겹게 격려해주시고 친절히 대해주셨는데 나는 그분을 한 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정승혜 대표님,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의 미소와 지혜, 자상함. 잊지 않겠습니다. +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줄 알았는데, 서거하시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통령과 국민'이라는 인연이 보통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 절로 눈물이 흐른다. 자신보다는 주변 고통에 대한 죄책감으로 택한 길일 게다. 죄를 지었으면 당당하게 죄값을 치르고 더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랐는데,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무게였나보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

생존기 20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