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53

근황 FAQ

굳이 누가 Frequently asked하는 questions는 아니지만, 일단 써보자면. Q: 요즘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2월 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환송회 술병 때문에 이틀을 앓고 나서 8시즌으로 해장하고 컴퓨터에 앉아 있어. 어쩌다 보니 신랑 따라 미국 뉴욕으로 가게 되었어. 3월 27일에 한국을 뜹니다. Q: 미국 가서 뭐 먹고 살 건데? 계획 없고 '아메리칸 드림'만 믿고 간다.-_-;; 참고로 나는 90년대에 마냥 부러워했던 '어학연수생'이 될 예정.(이 돈지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할 건지는 잘 모르겠고, 막연하게 뭐가 하고 싶은지 생각만 하고 있음. 일단 이것저것 원고를 받아 쓰는 품팔이 생활이 계속 됐으면 함.(이메일은 janis.hong@gmail.com, n..

생존기 2010.03.01

regrets for last 10 years

+ 후회의 시작은 바로 오늘. 각각 네번째 만남이었던 송배우와 강배우를 꼬드겨 기념 사진 한장 남기려고 했는데 결국 정황상 말도 못 꺼내고 말았다. 무심한 척 하다가 결국 이렇게 후회할 것을. 아마 앞으로 그들을 만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사진이라도 찍어두자는 소박한 바람이었는데. 생일을 핑계로 진심 담은 선물은 건네줬으니 그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멋진 영화들 찍어줘요. 특히 송배우. 를 본 뒤 존재 자체가 감사해서 한 번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이 내 마음 아실까.ㅋ + 시한부 인생의 종말이 점점 다가오자 근 10년간 해놨으면 좋을 리스트들이 떠올랐다. 정말 남다른 질문들 던지며 재미있는 대화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박감독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뜬구름 잡는 인터뷰를 볼 때마다 얼마나 ..

생존기 2010.01.25

[스크랩] 독서 취향 테스트

평론가의 까탈, '북방 침엽수림' 독서 취향 "타이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북방침엽수림 지대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지에 가장 넓게 분포한다. 길고 혹독한 겨울과, 짧고 온화한 여름이 특징. 가혹한 기후 조건이지만 년중 고른 강수량을 유지해 북방 동식물들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 전체 지구 식물군의 15%를 차지하는 타이가 수풀림은 워낙 많은 양의 기체를 생산해 지구 대기의 상태를 좌지우지함. 혹독한 추위, 거대한 영향력, 치밀한 생명력. 이런 환경은 당신의 책 취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완벽주의 침엽수림: 잘 짜여진, 정확한, 완벽한 내용의 책을 선호. 기술적으로 깊은 내공을 지닌 작가의 글을 선호. 거만한 알래스카 동절기: 책의 인기도, 판매량 순위 등에 거의 관심이 없음. 뻔한, 똑..

생존기 2010.01.12

happy new year

디씨에 들어가니 무료운세를 보라고 하더라. 대충 좋은 말 써주고 디테일을 알고 싶으면 5000원 더 내라는 낚시질이었다. 어쨌든 내년 운세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급으로 아름답구나. 결론은 남들 부지런히 잘 챙기라는 말 같다. 연소한 청춘이 붉은 티끌을 밟으니 보기에 좋고 아름다움이 큰 시기입니다. 가운이 대길하여 자손이 영귀하고 명성이 높아지는 년도입니다. 맹호가 수풀 밖으로 나오는 길운의 괘를 얻었습니다. 나를 대적하고 상대할 경쟁자가 없으니 도처에서 권리를 얻고 의인이 되면 주변에서 칭찬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찾아 들어오니 지위와 능력이 크게 올라갑니다. 때에 맞추어 단비가 내릴 것이니 곡식들이 또한 풍성해져 부를 크게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관록을 얻거나 횡재의 기운이 있으니 신..

생존기 2010.01.01

maybe, don't have to go

아사노가 감독한 단편영화 를 보고난 느낌은 '아무리 배우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의 무의식까지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해와서인지 그럭저럭 스타일 내는 법을 아는 것같긴 한데, 그게 약간 중2병같은 병맛 기질인 듯 보여서 잠깐의 관람인데도 굉장히 불편했다. 영화 속 아사노 타다노부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지, 인간 아사노 타다노부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어쩌다가 DJ로 한국에 납시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저 날도 역시나 의 정신을 추구한다면 나는 그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게될 것 같다. 나에게 춤추지 못하게 만드는 디제잉 음악은 삽질 다음으로 천인공노할 죄로다. 한국 배우들이 디제잉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항상 목격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계속 두..

생존기 2009.12.29

우연한 생각

전화통화를 하다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힘들게 살게 되었을까?"라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죽을 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평생 일을 하면서 권태롭게? 난 정말 궁금했다. 오랜 시간 인간은 어쩌다가 이렇게 인간을 옭아매는 사회 구조를 만들게 된 것일까? 이것저것 서핑하다 발견한 서동진의 인터뷰에서 우연히 수긍할 만한 답을 얻게 됐다. 우연한 의문과 우연한 대답. "새삼 구조의 힘을 강조하고 싶다.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 사회를 분석할 때,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간과해왔다. 후기 자본주의가 유지되려면 그에 적합한 인간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자기 계발하는 주체이다. 책에서 자기 계발하는 주체를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힘을 염두에..

생존기 2009.12.19

취향과 균형

The Big Pink - Velvet from felix on Vimeo. 영화로 먹고 살 수 있어서(정말 먹고만 살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다행이긴 한데, 취향이 너무 좁고 뚜렷해서 대개는 원치 않는 것을 다루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 좋아하는 것도 마냥 찬사를 보낼 수 없고, 최대한 시공간적 맥락과 타인들의 시선에 맞춰 절제해야만 한다. 머리를 굴리고 굴려 균형있는 시각을 취하다보면 마치 취향에 대한 금욕주의자가 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언제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게 온 마음을 다바쳐 애정을 표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러려면 그냥 일기를 썼어야지. 아니면 그냥 내 내공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계속 영화를 짝사랑하고 있는 듯한 마음..

생존기 2009.12.10

대예언

+ MB의 야심작 4대강 사업이 오늘부터 스타트. 관련기사를 보면 2012년에 모든 공사가 끝난다고 한다. 감독 롤렌드 에머리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한국의 종말 풍경도 영화 어느 한 귀퉁이에 끼어넣어줬을지도. 에서 주로 무너지는 건 세계의 유명한 유적들이라서 웬만한 듣보잡 나라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기사를 읽고 적극적으로 영화와 현실을 혼동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 대홍수로 인해 한 방에 훅 가는 지구.( 마지막 장면이 땅 쬐금 남은 지구여서 농담으로 '소니 영화인데 유니버설 로고로 끝난다'고 말했다만)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4대강 사업 구간에 살고 있는 68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위해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라는 문장을 보니 MB는 자연도 '그까이꺼 대충' 복원하면..

생존기 2009.11.10

suddenly asano

+ 스산한 11월 중순. 난데없이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 아사노 타다노부 특별전. 아래는 시간표 캡처. 몇 개만 빼고 다 필름 상영이라 놀랍고, 게다가 공짜라서 더 놀랍고. 그러나 뒤늦게 휴가 맞이해 제주도 고고씽하는 나로서는 언제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고. 아무래도 뜬금없어 보이는 그에 대한 찬사 나열 영화제 소개글.(가을 맞아 마음 추웠던 어떤 프로그래머가 대리 만족을 위해 이 영화제를 짠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든다) 팬덤에의 강박없이 나 고즈넉하게 다시 봤으면 좋겠다. 정말 정 안 가는 동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번개나 할까요. 훼밀리마트에서 주스나 마시면서. + 몇 명 안 오는 블로그이니 이 사실을 공개해도 좌석 맡는데 별 지장은 없을 거라 믿고 있긴 한데.

생존기 2009.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