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59

이런저런 5월

아는 분을 데려다 드리면서 방문한 맨하탄 북북쪽의 Fort Trayon 공원. 클로이스터 뮤지엄이 위치한 공원. 신랑과 함께 맨하탄 공원 중 가장 아름답다며 감탄. 돈많은 동네라서 그런 건가요? 배경으로 유명한 퀸즈의 코로나 파크도 좀 돌봐주지 않겠습니까, 뉴욕시여? 성지순례라며 놀러갔던 코로나 파크에서 누가 차문 열고 귀중품 훔쳐 갔다고 말했던가요? 흑. 나는 단지 길이 예쁘다며 찍었는데 신랑은 저 남자 때문에 찍은 게 아니냐며 의심을 했다. 저 남자가 어떤 남자였냐면, 아주 작게 크롭을 해서 뻥튀기를 해도 감출 수 없는 몸을 가지신 암벽 등반 사나이. 그러나 난 절대 저 남자 때문에 찍은 게 아니랍니다. 단지 길이 예뻐서. 그때는 이렇게 눈부신 햇살이 내리쬤는데 주말부터 비난리야. 비 좀 고만 오고 ..

뉴욕 모험 2011.05.17

이웃은 어디로 갔을까

작년에 살던 집은 3층의 단독주택이었다. 방이 한 개였던 1층을 우리가 썼고 다른 두 세대가 각 층에 살았다. 뉴욕시 건축법에 따르면 3층 이하 건물은 콘크리트를 못 쓰게 되어 있다. 우리 집도 목조건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방음이 엉망이었다. 게다가 윗층 사람들은 새벽 3시까지 집 곳곳을 분주히 오가는 이상한 분들이었다. 그 발걸음 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우리 침실 위층이 2층의 거실이라 소음이 더 심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신랑님은 매일밤 한숨을 푹푹 쉬며 잠을 못 이뤘다. 헤비 메탈 공연장에서도 잘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나는(-_-) 쿨쿨 잘도 잤지만 시시때때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층간 소음이 심했다. 언젠가 새벽 한 시에 엄청난 소음으로 인해 완전히 화가 난 신랑은 2층으로 직격. 윗층은 우..

뉴욕 모험 2011.05.04

두번째 맞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

4월 20일 10회 트라이베카 영화제가 캐머런 크로의 으로 개막했다. 엘튼 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그의 소싯적 우상이었던 레온 러셀과 콜라보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다룬다. 엘튼 존 공연까지 곁들여진 무료 상영이었지만 입장 팔찌를 받으려면 아침부터 죽치고 있어야할 것 같아 포기했다. 프레스라고 입장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좀 알려졌다시피 로버트 드 니로와 영화산업계 친구들이 9/11로 마음 다친 뉴욕커들을 위로하고자 만든 영화제다. 시대의 걸작을 발견하겠다는 엄청난 포부따위는 없고 슬로건이 그냥 '이웃 영화제'다. 올해 는 이 영화제의 정체성을 논하면서 선댄스와 칸영화제에 끼어있는 시기를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날고 기는 미국 독립영화는 선댄스로 가고, 세기의 걸작들은 칸으로 향한다. 게..

뉴욕 모험 2011.04.23

벌써 1년

3월 말로 뉴욕에 온지 1년이 됐다. 1년 기념식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신랑은 "뭔 놈의 기념일이 그렇게 많냐"고 툴툴 대면서도 삼겹살을 구어 줬다. 몇 푼 들고온 돈은 사라졌고 프리랜서와 병원 알바질로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심플해졌다. 서울에 있을 때는 그 박봉에도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살려고 노력했는데, 여기서는 그냥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집세 내고 맛난 밥 먹고 살려고 돈을 번다. 방 하나 아파트인 우리집 월세는 1,100달러. 뉴욕에서 웬만한 룸메이트로 살아도 한달에 최저 600달러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1년은 기본으로 있다 가는 어학연수생들 부모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다들 건물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존재들인가..

뉴욕 모험 2011.04.19

센트럴 파크 봄나들이

비가 온다고 했던 일요일. 밤새 내리던 세찬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와 모처럼 센트럴 파크 나들이에 나섰다. 어젯밤 시리즈 두 편을 연달아 보고 잤더니 꿈에서는 용이 튀어나오는 등, 아직도 비몽사몽인 가운데. 센트럴 파크를 한바퀴 도는데 3시간 넘게 걸린 듯. 남쪽에서 출발해 북쪽까지 다 챙겨볼 예정은 아니었는데 계속 걷다보니 끝까지 가버림. 다리는 무지 아팠지만 마음에 드는 곳곳의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보람찼던 하루. 맨하탄 중간에 위치한 이 공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누구든 와서 조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야구를 하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연못에 요트 모형을 띄우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거나, 개 산책을 시키거나 등등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곳곳에 핫도그 벤더들에서 스낵을 먹..

뉴욕 모험 2011.04.18

폭설 뉴욕

밤새 또 폭설. 밖을 나가보니 여긴 뉴욕인가 알래스카인가 헷갈린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12월 27일 월요일. 밤새 폭설이 내렸고 뉴욕시는 이를 방관했다. 아침에 교통대란 발생은 당연. 나도 학원을 포기하고 집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신랑은 그전부터 '뉴욕이 눈 하나는 잘 치운다'고 장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리가 발생한 이유는, 26일까지 공식적인 연휴 기간이었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손 놓고 있었던 것.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휴일은 휴일. 그것이 어메리칸 마인드, 예~! 눈 때문에 앰뷸런스가 동네 곳곳으로 들어갈 수 없는 바람에 아이와 할머니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들은 득달같이 뉴욕시를 비난하고 나섰다. 블룸버그 시장은 결국 다음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몇 주 전에 한 번 더..

뉴욕 모험 2011.01.28

[taste of NY] 포르투갈 레스토랑 Aldea

제목을 '맛집 블로그를 고민 중'로 하려다가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좀 재수 없는 느낌의 'taste of NY'로 바꿨다. 사실 요즘 뉴욕의 맛은 '눈' 맛. 일주일에 한 번씩 눈이 펑펑 내려 내가 뉴욕에 있는 건지 알래스카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 '러브 스토리' 흉내 내며 천사 날개 만드는 로망도 있었지만 폭설 대교통란을 겪고난 뒤 눈은 '뉴욕커의 적'이 되어 버렸다. 아, 맛집 포스팅인데. 아무래도 우아하게 맛집 소개 하고 곧이어 폭설 분노 포스팅 이어갈 듯. 맛의 천국 뉴욕이건만 레스토랑 방문이 쉬운 건 아니다. 언니들 수입 정도는 되야 미트패킹이 제집인 양 드나들 수 있는 것이고, 가난한 고학생들은 tip을 아끼기 위해 맥도날드나 서브웨이같은 프랜차이즈들과 사랑에 빠지기 마련. 아무튼 그..

뉴욕 모험 2011.01.27

Merry christmas on 5th avenue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서울에 있으면 크리스마스고 뭐고 여느 휴일과 똑같이 술먹으며 쉬는 날이었을 듯해요. 근데 뉴욕은 온동네가 크리스마스에 미쳐 있어서 대단한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 그 기분을 안 느낄 수가 없어요. 철없는 데이트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 나가서 밟혀 죽을 뻔하다 카페로 피신해 8천원 바가지 커피를 마신 뒤 크리스마스를 증오했던 적이 있었더랬죠. 그와 비슷하게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5번가 구경을 나갔다가 사람들에게 치이고 들어왔어요. 그래도 땅이 넓어서인지, 그때 명동만큼의 살인적인 커플인구밀도는 아니었다는. 조국이 연말을 맞이해 흉흉하게 유종의 '추'를 거두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잘 살아남아 봅시다. 우익좀비가 되지 않은 생존자들 만만세! 그리고 사진감상.(스압스압) 샌디에고..

뉴욕 모험 2010.12.25

산타를 부르는 퀸즈의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할로윈 때 한껏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집들을 보고 놀라자, 신랑은 피식 웃으며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 엄청난 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사는 퀸즈의 동북쪽 지역은 아시안과 히스패닉 주요 거주지로 인식되지만, 사실 네이티브 백인들의 주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의 초기 정착지였던만큼 오래된 튜더 양식 집들도 찾아볼 수 있다. 자가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 분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하는 일은 바로 반짝반짝 조명 데코레이션. 내 추측으로는 '산타를 부르는 데코레이션'이라고 할까. 그 중에서도 과도하게 꾸미는 집들이 있다고 하여 한반중에 동네 드라이브. 첫번째 집 방문 그리고 두번째 집 방문. 아우, 전기세 어쩔꺼야 하는 한국인 마인드가 작용하는 가운데. 드디어 만날 크리스..

뉴욕 모험 201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