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new york 2008

Something in New York - 081113 뉴욕인지 뭔지

marsgirrrl 2009. 3. 23. 02:06

좌우지간 미국 하늘 in 디트로이트


나리타에서 디트로이트까지 비행기는 완전 후진 747 비행기. 앞에 아저씨는 좌석 내리고 뒤에서는 애기 우는 즐거운 상황. 비행기 타온 이래 이렇게 좁은 공간 처음이나, 그나마 맨 뒷 좌석이라 눈치 안 보고 의자 각도 조절 가능.

<드림걸즈>의 도시, 모타운의 고장 '디트로이트'의 공항에 도착. 미국은 첫 입국지에서 입국수속을 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미국에 첫 발을 딛는 두근두근의 순간. 내 영혼의 팔할을 만들어주신 미국 문화의 근원지에 도착했습니다. 조낸 '애증'의 나라여....라는 감상에 잠길 틈도 없이 입국심사관의 질문. "뭐 하러 왔삼?"

입국 카드에 '호텔' 이름을 명기하지 않은 관계로, 또 갑자기 '영주권'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관계로 즉석에서 스토리를 만들어서 대답하기 시작. "관광하러 왔습니다만." "어디서 묵어?" "친구집에서요." "뭔 친구?" "한국에서 알게 된 친구요." "남자. 여자?" "남잔데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 "한국에서 뭐 했는데?" 뭐라고 할까 하다가 걍 흔해빠진 영어강사로 남친 설정. "영어 선생님요." "남친?" "넵." "뭐야, 선생이랑 사귀는 거야?"(비웃음) "네." (그만 하지?) "그 사람 결혼했어?" "(너 지금 뭔 상상을) 아녓!" "선생이랑 사귀었단 말이지." 그러면서 음흉한 웃음과 함께 혼자 아침드라마 소설 쓰는 입국심사관. 이정도 질문이면 미국인은 '프라이버시'라며 거부할 게 분명할 텐데. 나를 영어선생이나 꼬드겨서 미국에서 살아보려는 여우짓 전문 동양여자로 판단하면서 입국 도장 찍어줌.

그리고 또 '왜 왔냐'며 묻는 수하물 검사관. 남친은 골치 아프니까 이번에는 유학 중인 여자친구로 설정 변경.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 집에서 묵으면서 관광할 거예요"라는 말에 걍 통과. 내가 치사해서라도 니네 나라 안 있거든. tip 중 하나는 입국 카드 주소란에 무조건 아무 호텔이나 써 넣을 것. 어설프게 스토리 짜지 말고 '걍 여행 왔어요'라고 강조. 차라리 영어를 못 알아 듣는다고 할 것을.

디트로이트에서 또 아주 작은 고물 비행기를 타고 밤 9시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 '뉴욕' 내에 있는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김포공항보다 후진 첫인상에 '나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 뉴욕에 온 거 맞니?'라며 의문. 마중 나온 남친 동생의 차를 타고 남친의 사촌동생이 빌려준 맨하탄 이스트빌리지 아파트로 이동.(여행비 절감의 가장 큰 원인. 아파트 스폰서가 있었음. 땡큐 베리 마치. ㅜ_ㅜ) 엘리베이터도 없는 기울어진 아파트 4층까지 무거운 짐들을 낑낑대며 나른 뒤 베트남 음식점 'Sigon Grill'로 갔다.
Sigon Grill [620 Amsterdam AveNew York 10024 /(212) 875-9072]
규모가 꽤 큰 베트남 음식점. 쌀국수(pho)와 볶음 요리를 시켰는데 개피곤에 쩔어 뭘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나고. 아무튼 가격대비 양이 많고(아주 중요) 맛도 좋은 레스토랑이라는 평가.

밤 11시쯤 다음날 출국하는 후배와 유니온 스퀘어 스타벅스에서 상봉. 한국에서 절대 가지 않는 스타벅스이지만 그 시간에 만만한 장소가 블록마다 2개 이상 보이는 것 같은 스타벅스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화적 충격. 'short' 사이즈가 없다! 'tall'인데 왜 가격은 한국의 'short'인 거냐. 뭐냐, 이 국제적인 바가지는? 주문 전 뉴욕에서 몇 달 동안 있었던 후배의 조언. "내 생각에는요. 주문을 하면 애네들이 한 번에 못 알아 듣는데, 그건 우리 발음을 못 알아 듣는 게 아니고요, 한국인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 거 같아요. 그러니 주문을 할 때는 꼭 크게 말해야 된다구요." 그래, 한국이나 미국이나 목소리 큰 사람이 짱이로구나. "페퍼민트 스위트 모카 플리이즈!(시즌 메뉴였음)" 윽, 역시 커피는 블랙이 최고. ㅠ_ㅠ

딱 보기에도 스타벅스에서 커피 하나 시키고 하루 종일 있었을 것 같은 몇몇 학생들의 풍경. 아, 이런 서민적인 풍경이. 된장녀는 무슨 된장녀. 미국 스타벅스는 미국 서민의 친구였다고. 짤막한 수다를 떨고 굿바이. 미국에 도착해서 영어를 쓴 경우는 저 바보같은 입국 심사와 스타벅스 주문 뿐. 이 곳은 미국인 건지, 뭔지, 졸릴 뿐이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사진이 좀더 등장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