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차이나타운과 4 Knots Festival

marsgirrrl 2011. 7. 22. 15:01


이것은 어느 토요일의 나들이 일기.
취미는 하루 동안 많은 경험 하면서 싸돌아다니기.(100퍼센트 의도한 바는 아님)

뉴욕에는 3일 정도 지속되는 큰 뮤직 페스티벌이 없다. 소소한 페스티벌들은 많은데 LA의 코첼라, 텍사스의 SXSW, 시카고의 롤라팔루자, 버나루같은 그런 베케이션을 겸한 페스티벌이 없는 것이다. 사실 그럴 만한 넓디 넓은 공간도 없는 것 같고 공간 대여료도 너무 비쌀 듯하다. 저 위쪽(한 세시간 가면 나오는?) 영국에서 가져온 '올 투모로우스 파티'라는 게 열리는데 영국에 비하면 헤드라이너들이 너무 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애호하는 무가지 '빌리지 보이스'는 없는 살림에 스폰서들을 열심히 불러 모아 수년 동안 '사이렌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코니 아일랜드에서 본 작년 공연을 포스팅한 적도 있고
그런데 올해 코니 아일랜드 리노베이션 계획도 발표되고, 여러가지 등등 이권이 복잡해서인지, 갑자기 페스티벌 장소가 맨하탄의 월스트리트 아래쪽에 위치한 사우스 스트리트 씨포트로 변경됐다. 페스티벌 이름은 '4 Knots Festival'이고 중요한 건 여전히 무료! 코니 아일랜드의 낡디 낡은 빈티지 테마파크 대신 고급 빌딩들이 둘러싸고 있는 쇼핑지역이 오늘의 나들이 지역.

그전에 '반미'를 외치며 '반미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하던 남편 땜시 차이나타운에 먼저 들렀다. 맨하탄에서 '반미'(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하면 유명한 '반미 사이공'. 한국말로 '반미'가 '미국이 싫어요'라는 뜻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네연.

당근을 빼달라고 하는 바람에 비주얼이 초라해진 나의 돼지볶음 반미 샌드위치. 가격은 무려 4.50달러. 아, 사랑해요, 차이나타운. 양도 많아서 반 먹고 반은 다음날 아침으로 먹었어요. 나 '반미'하면서 '친중화'할래요. 반미 샌드위치의 특징은 바삭한 바케트와 고수(코리엔더)의 조화. 이제 고수는 나의 친구.

차이나타운의 기본. 오리 바베큐.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게 차이나 간지. 

이 동네의 재미있는 점은 길 하나 사이로 리틀 이태리와 차이나타운이 공존한다는 것. 서로 상권 다툼 심했을 텐데 이제는 손잡고 관광 특구 알리는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마피아와 삽합회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차이나타운 아파트 앞에 서있는 공자님. 공자님이 태어나셔서 대학교 때 휴일이 하루 더 늘었더랬죠.(일명 공부자탄신일) 공자님이 한 말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맨하탄 한 복판에 이렇게 자기네들 커뮤니티를 만들다니 대단한 중국.
 

이런 대륙 마인드의 휘어진 아파트가 떡하니. 오른편으로 1/3이 더 있음. 여기는 미국인 거냐, 대체.

차이나타운에서 1시간 남짓 걸어서 드디어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도착. 가장 큰 이유였던 '타이터스 앤드로니쿠스' 공연은 이미 시작. 뉴저지 출신의 펑크 밴드.

나는 공연 보러 와서 떠드는 애들이 제일 싫은데 뉴욕에선 그런 말많은 애들이 수두룩. 왼쪽으로는 거대 쇼핑몰.
 

오른쪽으로는 두둥실 범선들. 관광용으로 운행되는 범선들이다. 그리고 공연 보고 있는 언니들.
 

앞쪽에 있는 남자 애의 티셔츠가 인상적. 49퍼센트 마더퍼커, 51퍼센트 선 오브 어 비치. 나는 세상 사람들을 분류한 거라 했고, 남편은 스스로를 자학하는 개그라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남편 말로는 앞모습이 잘 생겼다는데 보질 못했어!
 

펑크 공연에 맞춰 슬램하고 노는 애들 찍으려고 했는데 앞쪽에 얼굴 긴 청년이 더 주목받는 사진이 되어 버렸어.

쇼핑몰에 올라와서 찍은 공연장 전경. 파란 천막이 무대. 꽤 작은 무대다. 월스트리트의 빌딩숲. 반대편 강 건너에는 브룩클린이 보인다. 

관광객들을 실은 범선은 두둥실 흘러가고. 그 뒷편이 바로 브룩클린. 범선은 아마도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려나?

메인이었던 the black angels. 텍사스 sxsw에서 호응 좋았던 밴드라는 소문만 듣고 시큰둥했는데 연주 시작한지 30초만에 확 빠져듦. 사이키델릭 록 라이브 체험. 도어스와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정기를 받고 중간에 앨리스 인 체인스도 끼어넣은 듯한 사운드.

맥주 한 잔 마시며 즐감. 그런데 뉴욕 거리에서 이렇게 맥주를 거리에서 자유롭게 마실 순 없다. 아마 페스티벌 구간만 느슨하게 규제하는 듯. 뉴욕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사무엘 아담스 생맥주! 

음악에 취해서 흐느적 거리는데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들 발생. 한 명 쓰러질 땐 그런가 했는데, 이후에 또 한 여자가 쓰러지고, 또 한 소년이 약인지 대마인지에 취해서 대자로 드러누워 발광. 뭐야, 이거, 악마의 음악인가. 근데 정말 음악에 막 취하는 기분.


8시가 넘어가기 어느덧 해가 진다. 서머타임으로 해가 늦게 지는 셈. 낮이 길어져서 뉴욕 놀거리도 막 늘어남.

나는 콘솔박스에서 이런 까칠하게 귀여운 스태프를 발견해서 줌으로 사진이나 찍고 있고
 

신랑은 '예쁜 애들이 없다'며 투덜거리다가 전방에 키이라 나이틀리 비슷한 언니 발견. 나도 덩달아 발견해서 줌줌.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 부부는 잘 살고 있어요.

집에 와서 the black angels를 찾아서 들어보는데 라이브에서의 박력은 좀 부족한 듯. 드럼 치는 언니가 정말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