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

할리우드 테마파크 : 셜록 홈즈 & 나인

왜 영화를 보러 가는가? 2009년 연말 시즌 블록버스터 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당신의 두 시간(하고도 40분)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드리겠어요. 극장 밖 세상의 모든 것을 잊게 해드리겠어요.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할리우드 영화는 환영의 쾌락을 위한 매체랍니다. '마돈나의 저주'에서 풀려난 가이 리치는 로 오랜만에 어퍼컷을 날렸다. 몇 년 사이 헛된 잽만 날렸던 영국 챔피언의 귀환이다.의 홈즈는 잡학다식한 지식을 주체하지 못해 집 안에서 각종 실험이나 일삼는 19세기 과학 오타쿠이며, 끌리는 사건이 나타나면 도덕이나 법에 구애받지 않고 단서를 쫓아다니는 악동 캐릭터에 가깝다. 그는 남에게는 충동적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는 몇 수를 계산해놓은 움직임으로 런던 거리..

극장/by released 2010.01.04

여름 한국 영화들, 힘을 모아 으랏차차

(주의: 스포일러 있음. 선입견 생길 수 있음) 대마도를 박살내고 부산 앞바다에 도착한 메가 쓰나미. 하필 수백만명 모이는 메가 휴가철에 해운대를 덮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인지상정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가난한 연인들도, 좀처럼 화해가 힘든 이혼 부부도, 불효막심한 아들놈도, 싸가지 없는 서울 애들도 쓰나미 앞에서 똘똘 뭉쳐 '한민족' 가족주의 회복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코앞에 닥친다. 의 메가 쓰나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경상도 스타일의 수사의문문을 주제로 품고 있다. 바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것. 알고 보면 '나는 네 아빠'였고,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119 구조대원이었던 것이다. 시선을 옆으로 이동하면 전라북도 무주에서는 스키점프 연습이 한창이다. 입양됐다가 다시 한국으..

극장/by released 2009.08.06

레슬러 by 대런 아로노프스키

80년대 레슬링 스타는 녹록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오늘도 무대에 선다. 관중도 적은 무대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노가다 백날 뛰던 사람이 안 뛰면 더 병나듯, 레슬러는 그렇게 습관적으로 링으로 향한다. 올라간 링 위에서는 프로페셔널 마인드를 잃으면 안된다. 백전노장은 적절한 타이밍에 손수 상처를 내서 피범벅이 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링 밖에 그들을 향해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는 외롭지 않다. 그러나 램 짐의 쫄쫄이를 벗고 체육관 밖을 벗어나면 그는 '루저' 로빈 램코스키일 뿐이다. 레슬링의 '레'자도 모르는 아이들과 한판 놀아주거나, 자신이 주인공인 80년대 닌텐도 게임이나 부스럭거리고 있다. 돈도 없고 약으로 버텨야 하는 삶. 유일한 가족인 딸에..

극장/by released 2009.03.14

<왓치맨> by 잭 스나이더

(스포일러 있을 수도) 18금 (수퍼)히어로 드라마 '그래픽 노블계의 '을 접하면서 스크린에 환영으로 꼭 박아두어야할 것은 '18'이라는 숫자다. 은 될 성 싶은 소년이 여러가지 고뇌와 어려움을 거쳐 훌륭한 히어로로 성장한다는 성장물이 아니다. 노스탤지어와 연민 따위는 필요없는 '어른' 히어로들의 세계. 그래서 이 영화는 '18금'이다. 어른 히어로들은 섹스도 하고 사람도 쉽게 죽인다. 평화따위는 개나 줘버리자. 그리고 무릇 히어로라면 신념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초딩적인 정의감이라든가, 아니면 내 여자를 구하겠다는 로맨틱한 목표라도. 혹은 '엑스맨들'처럼 수퍼히어로의 권리라도 울부짖든지. 아이언맨처럼 중년의 과학 오타쿠에서 출발해 뒤늦게 개과천선하는 신입 수퍼히어로도 전쟁을 막아보겠다는 정의..

극장/by released 2009.03.08

워낭소리

할아버지, 할머니, 늙은 소가 함께 사는 오래된 농가. 시간의 속도는 도시의 것과 다르다. 늙은 소는 달구지를 끌고 천천히 한걸음을 내딛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일과는 아침 먹고 일하기, 점심 먹고 일하기, 저녁 먹고 잠자기가 전부. 어느 날, 모두와 시간을 공유하던 늙은 소의 인생이 1년 밖에 안 남게되자 할아버지의 일상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일을 해야 한다는 습관적 신념 때문에 할아버지는 급하게 젊은 소를 사들이지만, '오래되고 낡고 늙은' 것만 존재하던 농가에 '새롭고 젊은' 소가 등장하면서 낯선 갈등이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뛰는 소를 길들일 기운이 없고, 늙은 소는 식욕 왕성한 젊은 소에게 밀려 밥 한 번 제대로 먹기 힘들다. 소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할머니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극장/by released 200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