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임에 한 친구가 에 나왔던 비싼 와인을 반값에 샀다며 들고 왔다. 1만원 이하 스페인 와인을 찬양하고, 아주 특별한 날만 눈물 머금고 2만원대 와인을 사는 나에게는 그 정도 가격대 와인은 처음이었다. 항상 무엇을 먹던 간에 '신의 물방울'급, 혹은 '요리왕 비룡'급으로 코멘트를 남기는 나는 한 모금 넘기자 마자 바로 환영을 느꼈다. "서재에서 책만 파고 있는 중년 아저씨의 느낌인 걸." 그리고 나이대 맞는 와인을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아직 나는 '중년 아저씨'의 맛을 즐기진 못할 것 같았다. 와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일종의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한 번의 결혼식이 있었고,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있었다. 결혼식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