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 69

언니들 음악

무언가를 앞두고 딴짓에 열중하는 나쁜 습관이 있는 나는,내일 어떤 밴드를 만나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질문짜기를 미루고 미루면서, 한때 그 밴드를 좋아했던 마음을 살피기 위해 2000년대 중후반에 열공했던 옛날 블로그를 뒤지면서 킥킥 거리게 됐고,사람이 쉽게 변하는 게 아니구나 깨닫고, 예나 지금이나 쓸데없는데 에너지 소모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하면서,그래도 동시대 음악 모아놓는 습관이 나중에 볼만하구나라는 생각에,방만해진 나의 정보 모으는 자세를 반성하기도 하며,사실은 며칠 전 다녀온 캠핑이나 저번주 막을 내린 뉴욕아시안영화제 사진들을 주룩 붙여놓는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삼천포로 빠져버린 멘탈이 언제나 의무감을 이겨냈기 때문에,언니들 뮤직비디오 세 개를 포스팅하게 되었다는,7월 25일 밤 잡..

Pulp@Radio City Hall

살다보면 가끔씩 남들이 비웃을지 몰라도 결연히 행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2012년 펄프 콘서트가 그렇다. 셋리스트는 거의 Different Class의 곡들. 추억을 되새기는 디너쇼 타임의, 한 물간 전설의 밴드가 등장하는, 전혀 쿨하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지만 나는 펄프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오픈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인터넷 예매 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왜냐하면 펄프야말로 '너와 나의 20세기'이니까. 술에 취해 바 한 가운데서 '디스코 2000'과 '커먼 피플'의 스텝을 밟았던 그 20세기말.데보라는 그 예쁜 가슴을 가지고 왜 그렇게 막 살아야 했는지, 조각 전공하러 영국 온 그리스 소녀는 어쩌다 커먼 피플과 자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든 게 가소롭고 마땅찮고 웃기지도 않았..

음악다방/live 2012.04.13

늦게 버닝하는 곡들

Fun - We are young NFL 파이널 게임인 '수퍼보울'이 광고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 노래만으로도 알겠다. 쉐비 자동차 광고에서 처음 듣고 '뭐야'하며 바로 검색했는데, 그런 식으로 반응한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 작년 9월에 발표된 이 곡은 12월에 TV 뮤지컬 쇼 '글리'를 통해 공개되는 덕에 그날 밤 아이튠스 다운로드 차트 1위를 먹었다고 한다. 나는 '글리'를 안 보기 때문에 결국 이 노래를 수퍼보울 광고로 들은 게 처음이다. 광고와 함께 41위에 머물러 있던 곡은 다시 부활, 현재 빌보드 다운로드 차트 1위. 고 휘트니 휴스턴의 급부상 중인 싱글 'I'll always love you'도 제쳤다. 뉴욕 출신 인디 밴드라서 괜히 친숙하고, 소식 뜸하던 저넬 몬래까지 피처링을 해줘서 ..

Girls @Terminal 5

초봄처럼 비교적 따뜻했던 뉴욕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훅 떨어진 날. 그리말디 피자를 먹고 나서 Girls 공연을 보러 맨하탄 거의 서쪽끝에 있는 터미널5 공연장으로 나섰다. 걸을 때마다 강바람이 훅훅. 터미널5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컬럼버스 서클에 내려서 3개 애비뉴를 거쳐야 한다. 역에서 한 20분 정도 걸어야 하나? 추운 날에 중심가에서 벗어난 서쪽으로 향하는 멤버는 90퍼센트 걸즈 공연 보러 온 분들. 무슨 뮤직비디오처럼, 공연장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같이 걷는 무리가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가는 동안 80년대와 90년대 초반쯤을 코스프레한 의상으로 멋부린 어린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마주쳤다. 20대 초반은커녕 거의 10대로 보이는 아이들. 30대 중반과 40대(흑흑)인 우리 부부는 "팬 연령층이 저 ..

음악다방/live 2012.01.21

섭텐버에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시간의 꼬리를 잡으려고 해봤자 느끼게 되는 건 인생무상.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기까지 얼마나 알차게 살았는지 다이어리에 채워놔야 마음이 풀리는 인생이다. 느닷없이 밤 12시에 맨하탄에 왔다고 얼굴 보자며 나오라는 선배를 만나 두 시간을 알차게 술 마시고 돌아오니 새벽 4시. 9시에 칼출근해서 9시간 일하고 6시 칼퇴근. 부랴부랴 영어학원 가는 수순이었으나, 피곤해서 뻗을 것 같아 집에 와서 선잠 자다가 '빅뱅 씨어리' 6편을 내리 감상. 월화수목금 비가 점령한 한 주를 글 한톨 없이 보낼 수 없다며 피곤을 잃어버린 양 랩탑 끼고 앉아 있다. 한 달간 단순 업무와 심심한 학원을 분주히 오가며 살아본 결과, 머리가 멍멍하다. 예전에는 용량도 안 되는 머리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가 정리가 안 되서 멍멍했는데..

20 years after Nevermind

나 "네버마인드는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what nevermind means now?)" 신랑 "나띵(nothing)" 나 "님, 죽을래염?" 1991년 9월 24일 가 발매됐다고 하여 이 2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너바나는 횡성 1등급 한우 사골인가. 우려도 우려도 아직도 우릴 게 남아있다. 앨범에 대한 충격을 소회하자면 아마 또 장문의 포스팅이 될 것이다. 당시 나는 건스 앤 로지스, 스키드 로우, 본 조비, 미스터 빅에 빠져 있었는데 어쩌구저쩌구로 시작해서, 라디오에서 'Smells like teen spirit'을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으로 정신이 얼얼했다는 과장(그러나 거의 사실이다 -_-b)의 고백 등등. 그때 다른 친구들에게는 서태지도 있었고 듀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너바..

차이나타운과 4 Knots Festival

이것은 어느 토요일의 나들이 일기. 취미는 하루 동안 많은 경험 하면서 싸돌아다니기.(100퍼센트 의도한 바는 아님) 뉴욕에는 3일 정도 지속되는 큰 뮤직 페스티벌이 없다. 소소한 페스티벌들은 많은데 LA의 코첼라, 텍사스의 SXSW, 시카고의 롤라팔루자, 버나루같은 그런 베케이션을 겸한 페스티벌이 없는 것이다. 사실 그럴 만한 넓디 넓은 공간도 없는 것 같고 공간 대여료도 너무 비쌀 듯하다. 저 위쪽(한 세시간 가면 나오는?) 영국에서 가져온 '올 투모로우스 파티'라는 게 열리는데 영국에 비하면 헤드라이너들이 너무 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애호하는 무가지 '빌리지 보이스'는 없는 살림에 스폰서들을 열심히 불러 모아 수년 동안 '사이렌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코니 아일랜드에서 본 작년 공연을 포스팅..

음악다방/live 2011.07.22

여름 노래로 마무리

사진으로 도배한 블로깅을 비디오로 마무리. 사실 처음에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소회를 늘어 놓고 싶었으나 요즘 트위터 타임라인에 소회들이 너무 많아 나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들고. 요즘 차트에서 승승장구 중인 Forster the people-pump up the kicks. 라디오에서 자꾸 틀어주기에 80년대 밴드인가 했더니 요즘 애들일세. MGMT와 PASSION PIT의 영향을 받은 애들로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들을 양산. 요즘 뜨고 있는 Washed out. 운 좋게 서브팝과 계약. 제2의 모비가 탄생할 것인가. 전반적으로 80년대 유로팝. 너무 인디라서 뮤직비디오가 없다. 오늘 처음 본 플릿 폭시스의 helpless blues의 뮤직비디오. 노래의 감동을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못 쫓아..

베이루트 in Northside festival

즐겨보는 브룩클린 무료 소식지 에서 주관하는 노스사이드 페스티벌. 괜찮은 인디밴드들이 모두 모여 브룩클린을 인디음악의 성지로 되새기게 만드는 여름 이벤트 중 하나다. 올해의 헤드라이너 중 한 명이 베이루트! 3박 4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의 배지 가격은 70달러이고 개별 공연 보는 건 20~30달러. 소식을 일찌감치 접하고 택스 포함 25달러에 티켓 겟. 얼마 뒤 매진 되었다는 소식에 음흉한 미소를. 공연날 아침부터 벅찬 기분으로 베이루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일하는 중에도 흥분 모드였는데 약 오후 3시부터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 일전에 친한 언니랑 제주도 갔을 때 비오니까 이렇게 말했지. "용띠가 움직이면 비가 온대." 혈액형, 별자리도 모자라서 이제는 12간지로 죄를 덮어씌우는 구나 했는데 내..

음악다방/live 2011.06.26

6월이 오기 전 흥미로운 뮤비 콜렉션

뉴욕은 아직 5월 31일. 6월이라니 믿기지 않아. 영어도 별로 안 늘고 소설 챕터도 그대로인데 시간은 모두 어디로 도망가는 걸까. 지난 세월을 열심히 기억해서 집대성한 예. 당신이 30대라면 80~90년대 각종 비디오 게임들과 만화 아이콘들에 데자뷰를 느낄 것. '앵그리 버드'는 찬조 출연. 그런데 한국에서 앱으로 앵그리 버드를 다운 받을 수 없다는 게 진실? Goldfish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렉트로니카 듀오. 유튜브에 귀요미 뮤비들이 가득. 보글보글, 소닉, 스트리트 파이터, 팩맨, 앵그리버드 등이 스쳐가는 이 뮤비의 정확한 레퍼런스들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이미 geek 친구들이 동영상을 게시. 요즘 즐겨듣는 tUnE-yArDs의 Bizness.(밴드명을 항상 저렇게 표기함) 음악은 신선한데 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