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memorable 17

oh my god

듀나게시판에 놀러갔다 발견한 추억의 동영상. 이런 게 유튜브에 올라 있었다니 놀라울 뿐. 질질 울다가 충동적 포스팅. RATM 공연도 학생에게는 꽤 큰 지출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려고 좌석에서 공연을 봤다. 그런데 웬걸. RATM은 하물며 맨앞에서 펜스 붙잡고 봤었는데, 호박들 라이브를 좌석에서 방방 뜨면서 보는 게 더 힘들었다. 공연장 밖에 나와 다리가 마비가 되서 한동안 담배 피우면서 못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제임스 이하가 갑자기 저렇게 괴성을 질러서 웃겼었지. 빌리의 까만 옷. 칠드런 어쩌구 했던 것. 마지막 공연이라는 것. 모두 기억이 난다. 알찬 청춘이었구나. 이제는 그린데이가 온다고 해도 미동하지 않는 노인이 되었어. 대학로 성대앞 DOORS에서 1979 신청하고 꽥꽥거리며 따라부..

no distance left to run

펄프의 저비스 코커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블러의 다큐멘터리 소식. 갑작스런 90년대 향수병에 걸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우연히 흥미로운 뉴스들이 연이어 귀를 간지럽히는 바람에. 블러는 올해 글래스톤베리에서 재결합 공연을 가졌으나 앞으로 다시 모여 활동을 하게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항상 이런 애매한 코멘트는 그레이엄 콕슨의 몫이다) 블러가 다시 '블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한(blurrrr) 가운데, 함께 90년대를 지냈던 30대들의 티켓 파워 덕분인지, 공연의 이모저모 컷을 편집해 내년 1월에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로 개봉한다고 한다. 제목은 앨범에 있었던 곡을 딴 'no distance left to run'. 늙어버린 멤버들을 보니 문득 정신이 든다. 요즘 나의 화두는 goodbye..

멜랑꼴리 새벽

2000년이었다. 나와 친구는 회사원이 됐고 음악이 고프면 신촌에서 만났다. 우연히 발견한 바에서 주인장과 친구가 됐고, 아티스틱한 아지트가 로망이었던 우리들은 그 곳에서 몇년을 보냈다. 냅스터를 비롯해 P2P 프로그램이 마치 게릴라 바이러스처럼 퍼지던 시절에, 우리는 그동안 안 좋은 음질로 들어야했던 90년대 및 20세기 명곡들을 mp3 플레이로 밤새도록 감상했다. 언젠가 친구는 급부상하고 있는 무보컬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으며 말했다. "일렉트로닉은 정말 적응이 안돼." 홍대의 록카페들이 테크노바로 변해가던 와중에 호기심에 MI를 갔다가 아이들이 디제잉을 바라보며 '불신지옥'하는 듯 춤추는 분위기가 낯설어 도망쳤던 기억이 있다. 우리를 구원했던 건 명월관의 어떤 DJ. 회사에서 막 퇴근한 아저씨가 양복..

Really I Forgot

4월의 첫날. 새벽에 메신저로 만우절 농담을 날리고 난 뒤 '추모일 다가오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더이상 4월에 마음이 안 설레는 걸 보니 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이것저것 여러가지에 몰두하느라 바빠서인지 결국 잊고 말았다. 책상 위에서 힐끔 보이던 dvd가 그래서 계속 거슬렸던 건가. 커트 코베인이 죽은지 15년. 나는 더 이상 펑크에 기대어 감정을 폭발하는 청춘이 아니다. 이제는 극단적인 절망도, 극단적인 희망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휘어지느니 죽어버리겠다'라는 태도로 꼿꼿이 견뎌왔던 허리는 10년차 마감노동을 경험하며 삐긋삐긋. 얼마전에 펄잼의 이 재발매됐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과 당시 프로듀서의 버전에 몇 곡이 추가된 CD로 구성되어 있었다. 'Even ..

funny 90s

난 이 블로그를 90년대나 추억하는 블로그로 만들 생각은 없어요. 이 사고의 꼬리뭄은 그저 우연일 뿐. 그리고 나는 지금 만취 상태거든요. 의 롭 식으로 리스트를 만든다면 내가 '지금'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1995년 영국이에요. 특히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두번째는 널바나 살아생전 롤라팔루자겠죠.:-) The Common People (Non Fighting Version) By Pulp (저비스 뽀샵에 쓰러지겠다. 뒷다마 노래라는 건 다들 아실랑가) Pulp - Disco 2000 (Glastonbury 1995) (허세도 아무나 부리는 게 아니다) Bjork - It's Oh So Quiet - Smash Hits Awards 03 Dec 1995 (원래 뮤비는 스파이크 존즈가 찍었는데 오빠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BECK talks about NIRVANA 나는 너바나의 팬이었다. 그들이 성공하기 전부터였지만. 우리들사이에서는 좀더 메탈에 가까운 밴드로 인식되어 있었다고는 해도, 그당시 횡행했던 Guns N' Roses스타일과는 다른, 좀더 예전의 Black Sabbath나 Cheap Trick 등과도 통하는 헤비한 메탈이었다. 게다가 보다 더 예술지향주의였고.... 이른바 '아티스트'다운 면을 지니고 있었다. 단순하고 마초적인 락과는 근본적으로 틀린, 다른 종류의 좀 더 비뚤어진 취향을 갖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그러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이리라. 그러던 어느날,가 발매됐는데.... 거의 팝앨범같은 결과가 되어버렸고, 처음과는 너무나도 달랐기때문에 우리들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조차도 받아들..

Peter Bjorn And John [Writer's Block]

피터, 비요른, 욘(존)으로 구성된 스웨덴 밴드 '피터 비요른 앤 욘(존)'은 지금,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팝 스피릿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면, 2006년 많은 젊은이들을 즐겁게 감동시켰던 [Young Folks]의 후렴구를 휘파람 불듯 따라불러주면 된다. and we don't care about the young folks talkin' 'bout the young style and we don't care about the old folks talkin' 'bout the old style too and we don't care about their own faults talkin' 'bout our own style all we care 'bout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