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53

가을밤 노래 한 자락

늦가을에 꽂힌 I am Kloot의 'Northern Skies' 밥 딜런을 사모하는 아저씨같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다. 작년에 느낀 큰 변화는, 드디어 밥 딜런의 노래들을 별 거부감 없이 듣게 되었다는 것. 심지어는 감동도 막 받는다는 것. '클래식'이라고 인정받는 것들이 관찰의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로 하나둘 안착되는 현상을 체험하면서 성숙에 대한 기쁨을 느끼는 한편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같아 슬퍼지곤 한다. 그러나 아직 이 변화가 생물학적인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밤 별 하나 없는 북쪽 하늘 네 얼굴에 반사된 빛 어떤 사람들은 별이 인생을 지배한다고 하지.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의 마음이 서로 바뀔 순 있을 거야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에 어디를 갈까? ..

생존기 2011.11.10

친구들이 보고 싶은 밤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다양한 소셜 네트워킹으로 지인들의 소식을 듣고 있다. 한명 한명 모두들 삶의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원래 우리가 서울에서 살아왔던 속도가 그랬던 것일까? 내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살고 있어서 새삼 빠르게 느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우리들을 둘러싼 삶의 속도가 생각할 틈도 없이 급속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사진 가득한 외장하드를 켜고 파일을 하나둘 열고 있노라니 내가 찍은 친구들의 솔직한 모습들과 그들이 찍은 내 무방비의 행복한 모습들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한다. 나를 많이 사랑해주었구나. 나도 많이 사랑했구나. 이 아름다운 기억들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My Morning Jacket - Two Halves Remem..

생존기 2011.08.12

30대엔 피부 이야기가 대세

앨리스님의 화려한 목욕수기를 읽다가 트랙백 욕구를 느껴서 피부 잡담 시작. 대학 시절만 해도 나는 눈부신 피부를 자랑하는 피부'만' 미인이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매일 정규적으로 밤새 술처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띵띵 부어서 일명 보톡스 효과가 있었다는 것. 게다가 엄마가 물려준 매끈한 피부만 믿고 담배도 미친 듯이 피워댔다. 이때 얼굴에 발랐던 화장품은 달랑 니베아 로션이 전부. 썬크림은 뙤약볕 아래서 밭매야 했던 농활 때나 사용했던 시즌 아이템.-_- 그러던 중 20대 중반이 넘어가더니 건성인 피부가 악건성으로 치달았다. 돈도 벌기 시작한 터라 드디어 화장품에 돈 쓰기 시작. 니베아 로션과 이별하고 만난 제품이 아베다의 하이드레이팅 로션. 화이트닝이니 수분크림이니 요란한 트렌드에 끌려, 당시 저..

생존기 2011.01.18

Happy Healthy 2011

30이 넘어가면 어제와 오늘이 다른 법. 아직 덜 여문 삶이지만 몸은 어째 내일이라도 당장 영혼 따위를 놔버릴 기세. 친구들에게 원하는 건 오직, 건강하고 건강할 것, 그래서 내가 한국 놀러가면 즐겁게 술 먹으며 반겨줄 것. 몸 챙기며 행복하게 성숙하는 새해 되세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p.s 현재 타임스 스퀘어 신년 맞이 콘서트에서는 뉴키즈온더블록과 백스트리트보이즈가 조인트 무대를. 뭐야, 시계가 거꾸로 가는 거야? p.s 2. 2011 숫자 좀 이상해.

생존기 2011.01.01

이 블로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학원 수업 시간에 갑자기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딸 이야기를 해서 깜놀하게 만든 그렉 선생이 갑자기 '행복한 결혼을 믿지 않는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행복한 결혼을 믿지 않아. 우리 부모도 이혼했고 할머니도 이혼했다고. 행복한 결혼이란 건 없어. 그리고 나는..." 갑자기, 크리스천인데 크리스마스를 안 믿는다고 해서 '여호와의 증인'으로 심증을 굳히고 있는 중국인 제니가 흥분하며 말을 잘랐다. "성경을 따르면 행복한 결혼은 가능해요! 왜 행복한 결혼을 믿지 않아요?!" 수업 도중 과도하게 흥분해서 떠드는 그들을 보다 지쳐 나도 한마디 했다. "이봐요, 그냥 원하는 대로 사세요!" 그러더니 그렉 선생은 갑자기 나를 보고 "재니스는 결혼했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을 하..

생존기 2010.12.16

today's quote

누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산 게 아니에요. 그저 영화를 보러 다녔을 뿐이에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영화가 인생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영화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 정성일 선배님의 트위터 @cafenoir_me에서 영화에 빠진 내가 몽상가일 수도 있지.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는 건 대전제야. 누구나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므로 초등학생 가르치듯 말해줄 필요는 없어. 현실을 100% 순수하게 '현실에서' 인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야할로 진짜 몽상가 아니야? 득도의 나날들을 경험하면서,(타지에서 자신을 더 많이 깨닫게 된다는 건 진리인 듯) 나는 인간에게는 관심 없고 인간이 만든 '언어로 정제된' 무언가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게 인간의 위대한 가치라..

생존기 2010.08.22

인터네셔널 학원의 월드컵 토크

월드컵이 시작되자마자 월드컵 토크가 수업 시간을 장악해 버림.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관계로 대화가 흥미진진. 대체로 유럽 친구들은 축구 강국이라는데 대단한 자부심을 보이는 중.(그러나 독일만 빼고 허덕이는 현실) * 한국-그리스 대회 전 금요일 그리스 깃발을 지참해 기념촬영까지 한 그리스 언니 : 금요일에 어떻게 되나 보자구! 버벅거리는 나 : 우리가 이길 것임.(영어로 시니컬한 표현이 더 어려워서 스테레오타입 코리안처럼 연기하는 중) 그리스 언니 : (속삭이며) 그런데 우리도 우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 안해. ㅋㅋㅋ * 일본-덴마크 경기를 옆교실에서 방영 일본 경기란 말에 옆교실로 달려간 유리코 및 일본 학생들 : 재니스, 우리 경기 보는 사진 좀 찍어줘. 버벅거리는 나 : 그런데 누가 제일 유..

생존기 2010.06.17

easy rider

+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려면 많은 것을 버릴 것. 필요한 건 두 다리 혹은 바이크. 그리고 자유에 대한 신념. 영화의 청춘 시절이 준 '개인주의'의 환상. 는 처음 본 '아메리칸 뉴 시네마'였다. 'born to be wild' 청년이었던 데니스 호퍼가 세상을 떠났다. 스트레이트 바이크 웨이 투 해븐. P.E.A.C.E(그리고 고인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피터 폰다가 더 멋지고 잭 니콜슨이 더 웃겼다) + 단일화는 목표에 수월하게 도달하기 위한 '이지 라이딩'일까? 심상정과 유시민의 단일화를 보며 2002년에 수없이 들었던 "뽑히지 않을 후보 때문에 사표 만들지 말고 2인자에 표를 몰아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게 던졌던 표가 사표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한나라당이 50%인..

생존기 2010.05.30

조국 관련 한마디

정확히, 떠나는 날 새벽에 천안함 속보가 나왔다. 뉴욕에 온 이후로 계속 천안함 소식을 대충 듣고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한채 오로지 조선일보만 '북한이 그랬다'고 주장했고, 함선이 낡았다는 둥 박정희 시대 어뢰가 터졌다는 둥 다양한 추측들이 오갔다. 그리고 거의 두 달 만에 대한민국 정부는 '거의 확실하다'고 증거를 들이밀며 북한의 소행임을 발표했다. 미국은 발표를 인정한 뒤 북한에 대한 경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이 묵묵부답인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이 중국으로 날아간 상태다. 이 곳의 냉정한 시각을 언급하자면, 미국의 관심은 한국과 북한이 아니라, 북한을 조종하고 있는 중국이다. 만약 중국이 한반도 정전협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면 미국은 곧 중국 압박에 들어갈..

생존기 201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