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59

[cheap summer] central park summerstage

여름 지나간 지는 오래됐지만 기록하려고 했던 건 기록해두고 지나가자. 이번 주말은 쌩쌩 불던 바람이 좀 잦아 들고 모처럼 햇빛 내리쬐는 날씨. 요즘 들어 많이 듣는 말은 '뉴욕은 역시 가을'이라는 것이다. 어디서 유래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아마도 위노나 라이더와 리차드 기어가 나왔던 옛날옛적 영화 때문이긴한데) 많은 지인들은 뉴욕은 가을이라며 뉴욕을 가려면 가을에 가야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나로선 센트럴파크 낙엽보다 설악산 단풍이나 바라보면서 수제 막걸리에 감자전이나 먹는 게 더 운치있다고 생각하지만. (엉엉 먹고 싶다. 설악산 자락의 도토리묵과 백숙) 두 해 가까이 살아본 결과 나는 뉴욕의 여름이 사계절 중 제일 좋다. 가장 큰 이유는 야외에서 하는 '무료' 콘서트가 매주마다 몇 건씩 벌어지기 때문이..

뉴욕 모험 2011.10.09

[taste of NY] Cheap summer - vareil

뉴욕에 대한 수많은 가이드가 넘쳐나는 가운데, 사람들은 기자 출신이라고 말하면 너무도 쉽게 "뉴욕에 대한 책을 쓰세요!"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출판사를 소개시켜줄 것도 아니면서. 후배가 쓴 멋진 책 '어쨌거나 뉴욕'은 아직 못 읽어봤다. 사진도 별로 안 찍어서 어설픈 내 사진들로 이미지 컷 대신한, 정말 '글빨'로만 뉴욕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다. 내가 아는 글 잘 쓰는 사람 5순위 안에 꼽힌다. 정확히는 아마도 '뉴욕 삽질기'일 거라 예상한다. 저자 사인본이 한국 다녀온 지인을 통해 배송 중. 쇼핑 링크 때문에 잠깐 검색해봤더니 그새 평들이 많이 업데이트 되었네. 이렇게 사랑받는 책이라니, 부럽구나, 숙명아. 내가 만약에 뉴욕에 관한 책을 쓴다면 아마도 저렴한 체류비로 한량처럼 지내는 비법에 대해 썰을 ..

뉴욕 모험 2011.09.03

NYAFF 2011 이것저것

+ 공식 버전 영화제 리뷰는 '무비위크'로!(근데 아마 블로그 버전이 더 재미있을지도) 올해는 뉴욕 아시안 영화제 10주년. 거창하게 준비한 건 '서극 특별전'과 '한국 스릴러 특별전'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제는 장르 영화를 사랑하는 일종의 '판타스틱' 영화제.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액션. 작년에 인터뷰하고 이래저래 친해진 창립 멤버 고란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옛날 차이나타운 극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차이나타운에 있었던 홍콩영화 극장을 돌아다니다가 극장이 문닫는 바람에 친한 친구들 모여 영화제 만들자고 한 게 10여년 전. 다들 다른 직업을 가지고 틈틈이 영화제 꾸려가며 살다가 어느덧 10회. 차이나타운에서 마치 관광객들처럼 사진 찍은 오덕 백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눈물이. 흑. 그런데 ..

뉴욕 모험 2011.07.21

2011년 7월 12일 오늘의 일기

+ 뉴욕 아시안 영화제가 반이 지나갔다. 오늘은 서극 감독의 리셉션과 한국 감독들의 대거 입국이 있는 날. 극장으로 가기 전에 할 일은 미드타운 동쪽에 있는 한국 도서관에 들러 대여 도서들 반납. 다 떨어진 샌들을 교체할 새로운 플랫 샌들 사기. 뉴욕 저가 미술 교육센터에 들러 편입 알아보기. 그러나 언제나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영화만 그러냐, 내 인생도 그렇다. 오늘은 특히 파란만장. 기록을 안 할 수가 없다. + 도서관 박스에 다 읽지도 못한 책들을 쏟아놓고(박민규의 은 읽다가 포기했다)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심하게 촌스러운 아줌마가 갑자기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봐서 자동적으로 '그런데요'라고 대답. "내가 오늘 코치에 가서 300달러 주고 이 가방을 샀는데 어때요? ..

뉴욕 모험 2011.07.12

낙서의 성지 5POINTZ 갤러리

 사실 오늘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 을 보려 가려고 했다가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일정을 변경했다. 신랑이 밖에서 그리스 신들 때려잡는 게임에 몰두하는 동안 뭘할까 하다가 모처럼 블로깅. 5POINTZ는 한마디로 매주 업데이트되는 그래피티 뮤지엄. 80~90년대 뉴욕 곳곳에서 그래피티가 넘쳐나서 그걸 지워주는 사업이 있었다. 지우면서 젊은이들의 재능을 아까워했던 사업가가 퀸즈에 문닫은 공장 건물을 임대해 그래피티 건물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래피티 문화 집단 이름이 펀팩토리(Phun Phactory)'. 지금은 그래피티계에 유명한 아티스트라는 MERES가 총책임을 맡고 있다. 그런데 올해 건물주가 리노베이션한다고 해서 모든 그래피티가 사라질 처지. 맞은편 PS1과 5포인츠 덕분에 동네 명성 올라가고..

뉴욕 모험 2011.07.09

PSI 갤러리

친구가 명언을 남겼다. "하루는 긴데 왜 한 달은 짧을까?" 벌써 7월. 난 1년 동안 무얼했나 생각하면 그저 멍. '적응'이라고 답하면 될까? 눈가에 늘어나는 주름과 처진 뱃살로 증명되는 중력의 존재감 등등 내 한몸의 물리적인 변화로만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나 주변 지인들이나 삶이 서서히 '인생력'을 쌓아갈 때인가 보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혹자는 이혼을 한다 하고, 어떤 이는 사고로 인생이 뒤바뀐다.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과 '주변인들' 중 내 인생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친 건 어느 쪽일까. 수줍은 성격이어도(하!) 아리스토텔레스 할배가 오래전 선언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은 절로 증명이 되는 법. 악다구니를 쓰며 살았던 삶은 잠시 접어두고(다른 말로 하면, 게으..

뉴욕 모험 2011.07.09

father's day 나들이

미국에는 mother's day와 father's day가 각각 있다. 5월 둘째주 일요일이 엄마날, 6월 셋째주 일요일이 아빠날. 이혼하거나 배우자를 잃은 부모들을 고려해서 그런 거 같지는 않고, 선물을 두 배로 사게 만들려는 상술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여튼 시아버님도 계시고 하니 파더스 데이에 뉴욕 북쪽으로 고고. New Partz라는 시골 동네에 사시는데, 뉴욕주립대학(SUNY)이 위치한 곳이라 주말이면 읍내에서 노닥거리는 젊은 아해들이 많다. 표정들은, 따분해 죽겠다, 이런 거? 우리는 고기를 구워먹고 근처에 국립공원 비슷한 곳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원래 Mohonk라는 곳이 역사적 명소로 유명한데 입장료도 비싸고 사람도 북적일 것 같아 더 가까운 Minewasoka로 향했다. 미..

뉴욕 모험 2011.06.25

안녕, 잭슨 하이츠

작년에 처음 다녔던 학원은 맨하탄 중심가에 있는 '뉴욕 랭귀지 센터'였다. 좋은 선생들과 친구들을 많이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곳이었다. 물리적 거리와 금전적 이유로 옮긴 학원은 뉴욕 랭귀지 센터의 잭슨 하이츠 분점. 7호선을 타고 퀸즈 74st나 82st에 내리면 등장하는 동네다. 의 배경이기도 한 이 곳의 특징은 히스패닉과 인디언 동네라는 것.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영어간판 찾기가 힘들다. 미식가들은 이곳에서 생겨나는 정통 멕시코, 페루, 베네주엘라, 콜롬비아, 콰테말라, 칠레, 그리고 인도 식당을 찾으러 다닌다. 남미 튀김만두인 '엔파나다스'가 맥도널드보다 싸고 전철역 앞에서 마치 김밥 팔듯 멕시코 스낵 '타말레스'를 파는 아줌마들이 있다. 분위기는 한마디로, 종로 5가? 동대문쯤? 서민 동네이..

뉴욕 모험 2011.06.23

[taste of ny] 소호의 Torrisi Italian Specialties

 모처럼 친구와 맨하탄에서 런치를 먹기로 한 날. 이런 약속이 생길 때마다 식당 검색하는 건 내 몫. 열혈 검색으로 여러 레스토랑을 골라놓고 가격과 위치를 고려하며 끙끙대는 게 내 습관이다. 욕망은 많으나 우유부단한 자의 고통이랄까. 이래저래 인기 있는 식당들 가운데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이탈리안 식당으로 결정. 이름은 'Torrisi Italian Specialties'로 직역하면 '토리씨 이탈리아 전문 식당' 정도? 이 곳은 점심으로 hero라는 이탈리안-아메리칸 샌드위치를 판다.이탈리안하면 '파니니'만 알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영역. 미국에 정착한 남부 이탈리안계 사람들이 1920년대 미국에 바게트가 수입되면서 데미-바게트(겉 바삭, 속 물렁)를 개발했고, 이와 함께 미국에서 많이..

뉴욕 모험 2011.06.17

연휴 동안 열심히 먹었다

미국에서 매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메모리얼 데이'라 불리는 공휴일이다. 미국은 보통 공휴일을 날짜가 아닌 '몇 째주 무슨 요일'로 정하기 때문에 대개는 정기적인 연휴다. '메모리얼 데이'는 전쟁에서 사망한 모든 군인들을 기리는 날. 그러나 여느 나라의 공휴일이 그렇듯, 여기에서도 본래의 의의보다는 그냥 간만에 찾아오는 연휴일 뿐. 산과 바다로 놀러 가거나, 친구들 불러다가 바베큐 해 먹거나, 세일에 홀려 쇼핑하는 게 보통 일과다. 이중 우리 부부가 택한 건 두 번째. 뉴저지에 사는 후배님의 초대로 이뤄진 바베큐부터 시작. 뒷마당에서 고기랑 장어 구워먹으면서 술을 부어댔더니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_- 일요일엔 플러싱 차이나타운에 두둥 하고 오프한 'New World Center'를 ..

뉴욕 모험 201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