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46

늦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

언제부턴가 현실에서도 블로그에서도 매번 지각. 모범생 에너지가 일찌감치 소진된 건가. 이 포스팅은 결과보다는 정말 '시상식' 그 자체에 대한 것. (사진은 일하고 와서 업로드) 아무튼, 어제 수업 시간에 폴 뉴먼에 대한 리딩 샘플이 나왔는데 그가 배우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살짝 놀랐다.(샘플은 폴 뉴먼이 샐러드 드레싱 회사 차리게 된 배경에 대한 것이었다) 그때 문득 선생이 하는 말. "어제 밤에 오스카 시상식 했잖아. 남우주연상이 누구였어?" 학원내 영화전문가인 내가 입을 닫고 있을 리가 없다. "의 콜릭 퍼스요." 사람들의 무반응. '퍼스'의 F를 잘못 발음했나 싶어 다시 "콜린 훠ㄹ스요"라고 말했다. 선생은 "누군지 모르겠네. 영화도 모르겠고. 아마 안 볼 것 같아." ㅇㅂ ㅇ;; 님, 진심..

극장/by released 2011.03.02

이쯤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

'이쯤에서'라고 하기엔 시상식을 하루 앞둔 시간이라 좀 늦은 수다 주제이긴 하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둬야 하겠기에. 내일 바로 칼럼으로 써야하기도 하지만. 미국 땅에서 이래저래 관심 있는 영화 보고 다니던 중, 시상식 시즌을 맞이하여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 예전 같았으면 듣도 보도 못한 후보작들을 막연히 추측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텐데, 이럴수가, 거의 모든 영화들을 보고 나도 나름의 의견을 가질 수 있게된 것이다! 게다가 여러 영화들 개봉 당시 반응들까지 기억하고 있으므로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흥미진진한 시간이 됐다. 사실 의 작품상 싹쓸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진 이 영화를 그 정도로 높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후보작들 중에서 '작품상'을 이리저리 재보니 또 그만한 사회적 이슈를 가진 영화도..

극장/by released 2011.02.27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by Woody Allen

작년에 나의 깨달음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삶은 좀 심심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까지 날아와서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여기서 '심심함'이란 '설렘'이나 '기대감'같은 요소들이 줄어든 심리 상태를 말한다. 점차 경험은 예측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이미 내가 지나온 것들에 대한 어린 아이들의 호들갑도 별로 놀랍지 않다. 행복이나 즐거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점점 돌덩이처럼 묵직하게 굳어져서 무언가에 대해 즉흥적인 반응이 튀어나오는 상황이 점점 줄어든다. 삶을 음미하는 법을배우고 있는 중인 걸까? 좋은 말로 하면 성숙일 수도 있으나, 어쨌거나 생기를 잃어간다. 봄날은 갔다. 여름날도 아마도. 한국명 인 우디 앨런의 2010년 작품 는 이런 '나이듦'..

극장/by released 2011.01.31

김복남과 여배우들

을 봤다.(스포일러) 고어 스릴러라고 하기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복장 터지는 며느리 학대 퍼레이드만 펼쳐져서 중도 포기할 뻔했다. 중반부 넘어 '낫' 학살극이 벌어져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묘미는 뭍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후반부에 있었다. 남편 몸에 된장을 바를 때부터 순박한('교활한'이 아니다) 엽기 장면들이 튀어나오던 중이었다.(감자 캐기와 할머니 술판의 교차 편집도 얼마나 순박한가!) 막판에 마치 금자씨를 패러디한 듯한 주인공이 리코오더 연주를 요구할 때 그 엽기정도가 극에 달했다. 아아, 친구가 누우면서 섬과 오버랩 될 때는 정말이지, 이 오글거림 어쩔 거야. 개인적으로 얻은 영화의 교훈은 '불친절한 차도녀가 되지 맙시다'랄까. 아직도 서울과 지방 간 욕망의 ..

극장/by released 2011.01.15

my best movies 2010

내가 자주 꾸는 꿈은 쫓기는 꿈이다. 어렸을 때는 시험 전날 외계인 및 북한 괴뢰군(-_-)에게 쫓겼고, 업무 관련 거사를 앞둔 날에는 경찰, 살인마, 좀비 등등에게 쫓기곤 했다. 추격의 강도는 중압감의 강도에 비례했다. 2010년 한국 영화 몇 편을 보고, 혹은 몇 편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서 (그리고 또한 만들어질 영화 소식을 들으면서) 한국이 모두 함께 쫓기는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압박에 짓눌린 사람들을 위해 '꿈의 공장'은 피바다 추격전으로 아드레날린을 배양하는 것 같다. 왜 목숨을 걸고 쫓고 쫓기는 걸까? '단지 유행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때지만 유행은 언제나 집단적 징후의 뒤늦은 기표같은 것이었다. 한국 영화에 20대가 실종된 사태가 안타깝다.(소수의 젊은이들이 정도에..

극장/by released 2011.01.04

나는 이번 골든글로브 반댈세

정킷 인터뷰 막간에 기자들끼리 골든글로브 후보 선정에 대한 잡담을 하게 됐다. 리스트를 듣고 나서 모두들 '우째, 그런 일이' 분위기. 말 꺼낸 기자는 '담당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며 격노. BEST PICTURE: DRAMA Black Swan The Fighter Inception The King’s Speech The Social Network 드라마 부문 후보는 그럭저럭 넘어갈 만. 지금 현재 각 동네 평론가 작품상을 가 휩쓰는 중. 이 정도면 가 아니라 이 들어가도 괜찮은데 개봉이 늦어서 그런 건지 빠져 버렸다. 엄청난 호평을 받은 가 빠진 것도 의문. 도 나름 평은 좋았는데. 심지어 이번 편도 대극찬. BEST PICTURE: COMEDY OR MUSICAL Alice in Wonderl..

극장/by released 2010.12.15

<소셜 네트워크> 기자회견 @NYFF

* 타이밍 놓쳐 애매하던 차에 한국 개봉에 묻어감. 데이비드 핀처의 는 지난 10월에 개최된 뉴욕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뉴욕 영화제'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경쟁부문 없이 20평 남짓한 새영화들이 공개되는 '컬렉션'에 가깝다. 그해 칸이나 베니스 혹은 여타 중요 영화제에서 이미 수차례 호평을 얻은 작품들이, 프로그래머들의 '엄선' 하에 공개되는 것이다. 티켓 가격은 무려 20달러. 가난한 영화 전공 학생들의 눈에는 그저 '어퍼 웨스트'의 고매한 어르신들이나 가는 '귀족 영화제' 쯤으로 비춰질 듯 하다) 그 다음 주 개봉을 앞두고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는 터라 자연스레 관심이 쏟아졌다. 시사회가 열렸던 극장 안에는 페이스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할배, 할매 평론가들이 대다수였지만, 테크놀로..

극장/by released 2010.11.22

한국영화 코멘트

어퍼 웨스트의 링컨 센터에서 한창인 뉴욕영화제에서 와 관람. 매년하는 뉴욕 한국 영화제는 이번에 MOMA 협찬으로 포장이 그럴 듯 해졌다. 브룩클린의 시네마테크 BAM에서, 한국영화 좋아하는 올드 어메리칸 친구 땜시 를 억지로 감상. 까먹을 것 같아 감상을 메모.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남편 없는 빈민 할머니가 주인공. 언어의 기억을 잃어가는 가운데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는 문학적 아이러니.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 일상을 탐구할수록,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질구질하고 절망적인 비극의 실마리만을 찾게된다. 가장 약한 인간이 이 모든 비극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정의를 행하지 않고 불의를 은폐하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희생이 되는 건 누구인가. 머나먼 사회의 비극이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어야 스..

극장/by released 2010.10.02

Exit Through the Giftshop by Banksy

LA에서 빈티지숍을 운영하는 띠에리 게타는 시시콜콜한 일상을 비디오로 기록하곤 했다. 프랑스 고향집을 방문했던 어느날, 그는 사촌동생이 스트리트 아트를 제작하는 광경을 비디오로 찍게 됐다. 게임 '인베이더'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인베이더 캐릭터들을 시내 곳곳에 붙여놓곤 했다. 곧 그는 '스페이스 인베이더'란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사촌의 밤거리 작업을 모두 기록하던 게타는 또 다른 스트리트 아티스트를 만나게 됐다. 쉐퍼드 페어리는 스텐실 작품을 거대한 종이에 인쇄해 곳곳에 붙이고 다녔다. 그리고 훗날 그는 레드와 블루가 섞인 오마바의 지지 포스터 'Hope'로 유명해졌다. 게타는 이외에도 수많은 거리 아티스트들과 스쳐 지나갔다. 결국 그는 급성장 중이었던 아티스트 뱅씨(Banksy)와 인연을 맺었다. 뱅씨..

극장/by released 2010.07.27

Kick Ass & Sparks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 시대의 청소년 수퍼히어로가 벌이는 유쾌하고도 찌질한 소동극인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알고 보니 는 오타쿠 아빠로부터 고도의 수퍼히어로 트레이닝을 많은 열한살 소녀의 복수극이었다. 주인공이라 주장하는 데이브 리지스키는 성장영화의 전통적인 캐릭터인 '존재감 없는 냉소적인 10대 백인 소년'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한다. 여기에 과 의 정기를 받은 오타쿠라는 시대적 양념이 추가 됐다. 무난한 10대 영화라면 액션보다는 코미디가 대세일 텐데, 원작에 대한 존경심 때문인지 감독은 심각하고 잔인한 수퍼히어로 청소년 드라마를 만들어나간다. 원작에선 힛걸, 빅대디가 갱두목과 원한 관계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기 위해 '악당'을 찾다가 갱두목을 처단하기로 결심한 상황이었던 것..

극장/by released 201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