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원고 재활용]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marsgirrrl 2013. 8. 27. 14:06

* '해외 핫피플'이란 가제로 연재 계획을 잡았다가 결국 몇 달 만에 내부사정으로 폐기. 맥클모어가 VMA에서 상을 받아 오랜만에(그래봤자 한두 달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묵은 원고 업로드해 본다.

이글을 쓸 때만 해도 한국에 라이센스 앨범은 없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군.

쓰리프트 샵을 하루에 기본 세 번 이상 듣게 되던 시기에 쓴 글이라 약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귀찮으므로 그냥 올린다.


* 맥클모어가 그다지 뛰어난 래퍼가 아님에도 인종으로 말미암은 거품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는 논란은 이글을 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해보이지만, 포탈에 올리는 글이었으므로 그런 부정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썼다.  


갑자기 튀어나온 중고 스타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맥클모어, 왜 떳나?


씨애틀 힙합 듀오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이하 맥클모어)의 ‘Thrift Shop’이 지난 1월 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 5주간 정상에 머물렀다. 그러나 ‘Harlem Shake’가 막춤 군무로 전세계 댄스계를 뒤흔들며 1위를 위협하는 바람에 ‘Thrift Shop’5주간 2위 자리에 물러나 있어야만 했다. ‘Harlem Shake’ 폭풍이 사그라들 무렵 다시 ‘Thrift Shop’1위 왕좌로 복귀했으나 브루노 마스의 귀에 착착 달라붙는 신곡 ‘When I was your man’에 밀려 다시 2위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총 11주 동안 ‘Thrift Shop’은 빌보드 차트 2위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천하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발표한 레트로 팝 ‘Suit & Tie’도 이 순위를 바꿔놓진 못했다.

빌보드 차트에 말뚝받은 듯한 맥클모어가 지난 일요일 MTV 영화 시상식에 초청가수로 화끈한 무대를 선보여 다시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더불어 맥클모어의 두번째 싱글곡인 ‘Can’t hold us’가 싱글차트 1위와 R&B 차트 1위를 맡아놓은 상황. (싸이의 ‘Gentleman’이 소셜 네트워킹 차트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10위권에 닿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듯하다)




뉘집 가수인지 마케팅 한 번 잘했다 싶겠지만 놀랍게도 맥클모어를 백업해주는 메이저 음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맥클모어는 미국 음악 역사상 메이저 음반사와 관련된 어떤 계약도 없이 1위에 오른 두 번째 뮤지션으로 기록됐다.(첫번째 가수는 1994년 ‘Stay’1위한 리사 롭이다) 세태풍자적이면서 자조적인 유머로 가득한 ‘Thrift Shop’ 가사와 두 번 클릭하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웃긴 뮤직비디오가 무명가수였던 그의 가수 인생을 바꿔놨다. 특히 클럽에서 뽐낼 옷을 찾기 위해 중고물품 매장을 뒤지는 코믹한 뮤직비디오는 돈없는 동세대 청춘들의 공감대를 건드렸다. 맥클모어는 여기서 “티셔츠 한 장에 50달러를 주고 사는 무개념 여자들”을 비웃으며 “99센트에 건진 코트”를 자랑스러워한다. “누군가의 쓰레기가 누군가에겐 보물이 되는” 중고물품 매장에 대한 찬양을 듣고 있으면 “정말 죽이는 중고매장 쇼핑”을 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직접 제작한 앨범이 대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수익이 맥클모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됐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중고물품 매장 럭셔리 패션’을 고수한다.




동네 스타였던 과거 시절


맥클모어는 음악의 도시 씨애틀에서 태어나 열네 살때부터 힙합 가수로 동네 무대에 서왔다. 벤 해거티란 이름을 버리고 ‘프로페서 맥클모어’라 자칭하며 생각하는 바를 끊임없이 랩으로 쏟아냈다. 초창기 그의 음악은 비트 없이 랩으로만 이루어졌지만, 꽤 날카롭고 진지한 생각을 설파한 덕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곤 했다. 몇 년의 노력 끝에 거리를 걸어다니면 누구든 알아보는 동네의 유명인사가 됐고 그 유명세에 우쭐하다보니 음악보다 노는 것에만 신경쓰는 인생이 됐다. 결국 마약중독으로 재활시설에서 몇 년간 머물며 삶을 리셋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새사람이 되어 돌아온 동네 음악판에서 만난 사람이 Dj이자 프로듀서 라이언 루이스였다. 둘은 새 프로젝트를 위해 의기투합, 몇 년을 고생하며 데뷔앨범 <Heist>를 발표했다. 맥클모어는 지나온 인생에 대한 깨달음과 각오를 앨범에 쏟아넣었다. 술도 담배도 끊고 오로지 작업에 몰두하며 지냈다. 들어오는 돈 없이 부모님 집에 얹혀살아야 하는 신세여서 매일이 우울했다. 이 앨범을 완성하지 못하면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억지로 삶을 살아야할 것 같아 더 우울했다.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만 앨범이 팔리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 그렇게 세상에 내놓은 앨범이 수백만장 팔렸다. ‘Thrift Shop’는 매주 평균 다운로드가 30만 건이다. 매일 잡힌 인터뷰와 행사 때문에 한두 시간밖에 잠을 잘 수 없어 피곤하지만 ‘끝내주게’ 행복한 지금이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작은 성공으로 이미 몸 망가져 본 적이 있는 맥클모어는 이 엄청난 성공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챙겨들어야 할 앨범 <Heist>



으스대는 게 미덕인 힙합 세계에서 맥클모어는 오히려 몸을 움추린다. 각각 족히 3페이지는 될만한 구구절절 가사를 가진 곡들은 모두 맥클모어의 어두운 경험담에서 비롯됐다. 최고의 히트곡 ‘Thrift Shop’은 이 앨범에서, 좋은 의미로, 가장 튄다. 코믹한 태도는 이 곡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비트에 어우러지는 깨알같은 풍자 가사는 동세대의 허세와 냉소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해 더 흥미롭다. 두번째 싱글 ‘Can’t hold us’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 래퍼로서의 자신감을 신나게 풀어놓는 곡이다. 어린 시절 처음 산 나이키 운동화의 추억에 소비주의의 그늘을 덧씌운 ‘Wing$’, 메이저 음반사와의 비인간적인 계약을 가상의 스토리로 써내려간 ‘Jimmy Iovine’ 등 자기고백적인 곡들이 꽤 묵직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특히 성소수자의 투쟁을 가슴아프게 바라보는 ‘Same Love’를 한 번 들으면 래퍼의 솔직함에 반하고 만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이슈에 부응하는 곡이라 ‘Same Love’는 시대의 찬가쯤으로 급부상 중이다. 시를 낭독하면서 랩퍼로 발전했다는 맥클모어는 <Heist>를 통해 이야기꾼의 재능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감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하는 능력은 공감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낸다. 어두운 이야기 끝에는 늘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쿨한 사람 되려고 애쓰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살라는 것. 웬만한 일탈은 다 해본 선배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프로듀서를 맡은 라이언 루이스는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청자들이 맥클모어의 이야기에 편안히 귀를 기울일수 있도록 ‘흥’을 더한다. 음악판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친구들의 결과물이어서일까. 야심보다는 연륜이 돋보이는 데뷔앨범이다.






오지랖 링크


인기 급부상한 맥클모어의 소셜 네트워킹은 막 주류 사회에 진입한 신인가수의 흥분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들의 한껏 화려해진 삶이 궁금하다면 챙겨봐야할 계정들.

맥클모어의 트위터 @Macklemore

라이언 루이스의 트위터 @RyanLewis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홈페이지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acklemore

맥클모어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mackle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