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Sunday in the mist

marsgirrrl 2013. 1. 15. 16:04

일요일 여행의 첫번째 목적은 굴찾아 삼만리. 이 동네 굴은 덩치만 징그럽게 크고 맛은 느끼해서 보기도 먹기도 부담스러운 수준. 기껏 먹어보면 옹골찬 맛이 아니라 뭔가 심심하게 퍼진 맛. 대체로는 굴맛이라 부르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 굴에 대한 그리움만 나날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그나마 수입되던 남해쪽 굴은 소홀한 관리로 인해 식중독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해서 미국 식약청에서 수입을 금지한 상태. 작년에 이스트 빌리지의 조그만 식당에서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지만 늘 바글거리는 곳이라서 찾아가기도 귀찮은 가운데,

우연히 어떤 잡지에서 맛난 굴에 대한 정보를 읽은 게 화근이었다.  

한국과 프랑스를 돌며 굴을 즐기던 분이 미국에 와서 제대로 된 굴을 포기했다가 코네티컷에서 괜찮은 굴을 발견했다는 포스팅을 읽고 자욱한 안개를 헤치며 코네티컷으로 출발. 대륙은 안개도 대륙 규모로 낀다고 툴툴대며 향한 동네 이름은 이름도 묘한 '미스틱'(Mystic).

80년대 말에 풋풋한 줄리아 로버츠가 피자 가게 점원으로 나왔던 <미스틱 피자>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배경이 이 동네 피잣집. 참고로 이 영화는 맷 데이먼의 영화 데뷔작.

2시간 반 걸려 미스틱에 도착하니 정말 '미스틱 피자'가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리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아. 영화도 이 피자집의 겉모습만 찍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찍었다고. 

그래서 주변 맛집 급검색. 두둥하고 나타난 맞은편 동네맛집 피자집 Pizzeta. 

 뉴욕에서 피자 좀 먹었다며 으스대던 손님들은 예상치 못한 섬세한 피자맛에 놀라고 말았으니. 뉴욕 이탈리안 피자 스타일과 달리 굉장히 얇은 도우에 성심성의껏 맛나게 토핑을 올린 피자들. 필리치즈피자 웃기다며 시켰는데, 오오오, 맛있잖아요. 혹자의 간단한 비교에 따르면 "뉴욕 피자는 남성적, 이집 피자는 여성적"이라나요.

이집의 창작 피자인 듯한 필리치즈피자


가벼우면서도 섬세한 마르가리타 피자


피자 이야기로 빠졌지만 이 포스팅의 주제는 '안개 속의 풍경'. 19세기 건물을 유지하는 테마파크 같은 동네로 여름철에는 요트족들이 강변으로 요트타러 오는 동네. 아기자기한 읍내 상점가를 지나니 공사 중인 부두가 나왔다. 


도로가 안 보여안개 속의 풍경 1

난 언제 요트 타 보나

안개 속의 요트들

안 보여요

간만에 파노라마


정말 앞이 안 보이는 대륙의 안개를 경험하니 '미스트'나 '더 포그'같은 이야기가 나올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불어 똑딱이로 안개를 찍는 건 쉽지 않군. 그래서 내가 넥스5를 지르고 거지될 예정. 아이고야.

이렇게 궂은 날만 선택해 신비한 풍경이라며 자위하는 것도 쉽지 않겠으나. 이건 강이고 바다는 저 아래 있는데 보이지가 않,잖,아.


아무튼 목적은 굴. 가고자 하는 데가 굴 하나에 2달러 씩인데 4시~7시 해피아워 시간에는 하나당 1달러라고 해서 4시까지 시간 때워야 하는 상황. 해피아워까지 따져서 올 정도로 우리가 용의주도함, 은 개뿔. 날씨가 그지야.

이 동네 명물 중 하나는 19세기 해안 마을을 체험하게 해주는 미스틱 씨포트 뮤지엄. 한국 말로 하면 일종의 민속촌인데 어촌이라는 게 다름. 근데 1월~2월에 문을 안 연다. 입장료도 20달러가 넘는데 안 열어서 다행이야. 그 돈이면 굴이 20개잖아.

뭐 이런 분위기래.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근처에는 60여개 아기자기한 소품 상점들이 모여있는 미스틱 빌리지가 있다.


뭐 이런 분위기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캐릭터 티셔츠

길 가다 기싸움한 노친네 샴고양이와 혈기왕성한 말라뮤트


그렇게 한바퀴 돌고 4시에 드디어 굴을 먹으러 가는 길. 이름은 오이스터 클럽. Oyster Club. 

예쁜 건물이로다

우리가 시킨 코네티컷 굴이라는 노앵크(Noank) 12개. 빨간 건 초고추장 아니고요. 칵테일 소스에 홀스래디쉬를 곁들였는데 굴이 맛있어서 손도 안 댐. 

결론은 굴 흡입. 계속 여기 원 더즌 더요! 원 더즌 하나 더요! 이러면서 흡흡입입. 아아, 바다의 맛. 어떤 것도 첨가되지 않은 깔끔한 굴맛만으로 대만족. 너무 황홀한 맛이니 클로즈업도 하나 더.

식당은 5시에 오픈이라 4시에 도착한 우리는 바 좌석에 앉아 맥주와 와인과 오로지 굴만 흡입. 바에서는 동네 오빠들이 노닥거리고 있어. 왜 너네들은 굴을 안 먹어? 응? 이 맛있는 굴을? 응응응?!!

굴맛을 입에 품고 밤안개가 가득 낀 고속도로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옮.

아아. 굴맛 로스트 하이웨이.

굴굴굴.

굴굴굴.

오늘도 굴꿈을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