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2012 Favorite Music

marsgirrrl 2012. 12. 31. 14:39

한해를 정리하는 훼이보릿 트랙들.


2012 by Janis on Grooveshark




언제나 한해 음악감상은 뒤늦게 발견한 앨범들로 시작한다. 앨범이 꼭 갓나올 때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구닥다리 감상자라서 빌보드 히트곡들 빼고는 곡 하나만 흘려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무조건 앨범을 통째로 듣는다. 

올초엔 Girls 공연 전후로 그들 노래에 푹 빠져 지냈고, 늦겨울엔 Fleet Foxes의 Helpless Blues에서 빠져나오질 못했고, Wye Oak도 뒤늦게 좋아지고, 수퍼볼 경기 이후 엄청나게 떠서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왔던 FUN도 이래저래 많이 들었다.

그러고 봄에 비치 하우스. 뭐야 이 마약 음악은. Myth부터 시작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 이 앨범이 또 겨울에 엄청 잘 어울려서 지금도 일용할 양식처럼 듣고 있다. 일년 내내 사실 비치 하우스만 들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듯. 여름에 센트럴파크 공연 예매에 실패했고 현재 해외투어 중인데 이후 뉴욕 공연 일정이 없다. 근데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뭐죠? 왜 이러죠?


구글뮤직 런칭기념 할인 코너 기웃거리다 알게된 고티에. 이게 웬 스팅이냐, 폴리스냐 라며 홀려서 들었는데 갑자기 인기폭주하더니 빌보드 차트 1위. 특별히 메이저 음반사 배급과 홍보를 통해 인기를 얻은 게 아니라서 수익 대부분이 본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알뜰할 장사. 정말 칼리 래 젭슨의 'Call me maybe'가 미국땅을 정복하기 전까지 'Somebody that I used to know'가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튀어나왔다. 고티에의 성공에 고무되었는지 브루노 마스가 폴리스에게 영향을 받은 요상한 곡을 만들어서 내놓질 않나. 


스핏추얼라이즈드 오랜만의 신보가 감동을 주고, 프랭크 오션이 마음을 녹이고, 영국 올림픽이 시작되고, 개폐막식 때문에 추억의 노래들 다시 재생하고, 칼리 래 젭슨 노래만 사방에서 들려오고, 캣 타워와 피오나 애플이 또 오랜만에 돌아오고, 라디오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위 아 네버에버에버에버 겟잉 백 투게더'가 반복되고. 그리고 가을부터는 '갱남스타일'이 미국 정복.


발견의 재미가 거의 없는 주류 음악 취재에 허덕이다가 간간이 챙겨들은 분들이 와일드 나띵, 오브 몬스터즈 앤드 맨, 멧츠, 미궬, 키시 바시, 타이 시걸 같은 분들. Tame Impala니 Grimes니 연말에 회자되는 뮤지션들 음악은 몇 번 들을 때마다 영 접신이 안 됐으니 해를 넘겨서나 집중해 듣게 생겼다. 또 언제 꽂힐지 모르오니. 빈약한 1년의 음악감상에 근거해 억지로 예측해보자면 90년대 스타일 R&B와 기타록이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 피치포크에 따로 메탈 차트도 생길 정도이니, 아아, 힙스터로 진화한 마초들이 돌아오는 것입니까!!!


한국 음악은 봄인가 구매하려고 노력했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 뒤로는 약간 아웃 오브 안중. 그때부터 지금까지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이키델릭 사운드에 입힌 찌질키델릭 가사를 즐거워하며 듣고 있다. 프라이머리와 솔루션스는 지나가면서 한두 곡 들었는데 너무 매끈해서 낯설기까지. 작년 겨울에 니팅 팩토리에서 공연 보고 놀랐던 비둘기우유도 감상 리스트에. 아, 네, 세계의 케이팝 강남 스타일이 있었네.


음악 루트가 주로 라디오와 포드 캐스트와 영화 사운드트랙이다 보니 메이저 팝 아니면 메이저 인디 쪽을 주로 접하게 된다. 정신없이 글 쓰고 일하느라 음악에 비교적 소홀했긴 한데, 결정적으로 앨범을 통째로 감상하는 방식이 시대와 안 맞는 걸까.

모처럼 앉아서 정리한다고 블로깅을 하고 있는데 아마 까먹은 노래들도 있겠지.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현재 시간 12월 31일. 위 아 네버에버에버에버 겟잉 백 투게더. 그러나 음악은 영원하지. 아 뭐지 이 병맛 결론은.  


P.S 올해의 라이브는 Girls @terminal 5. 

P.S 2 M83도 봄여름에 꽤 많이 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