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베이루트 in Northside festival

marsgirrrl 2011. 6. 26. 04:34

즐겨보는 브룩클린 무료 소식지 <L 매거진>에서 주관하는 노스사이드 페스티벌. 괜찮은 인디밴드들이 모두 모여 브룩클린을 인디음악의 성지로 되새기게 만드는 여름 이벤트 중 하나다. 올해의 헤드라이너 중 한 명이 베이루트! 3박 4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의 배지 가격은 70달러이고 개별 공연 보는 건 20~30달러. 소식을 일찌감치 접하고 택스 포함 25달러에 티켓 겟. 얼마 뒤 매진 되었다는 소식에 음흉한 미소를.

공연날 아침부터 벅찬 기분으로 베이루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일하는 중에도 흥분 모드였는데 약 오후 3시부터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 일전에 친한 언니랑 제주도 갔을 때 비오니까 이렇게 말했지. "용띠가 움직이면 비가 온대."
혈액형, 별자리도 모자라서 이제는 12간지로 죄를 덮어씌우는 구나 했는데 내가 매번 공연갈 때마다 비가 오니까 정말 운명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하늘은 (내맘대로) 나의 편! 우비까지 챙겨들고 브룩클린까지 부지런히 달려가는 동안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 드라마틱한 구름들이 장관을 이루면서 솔솔 바람부는 서늘한 날씨가 됐다. 어머, 이런 날은, 공연 보기 딱 좋은 날. 퍼펙트!

도착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날씨가 개기 시작. 사람들 하나둘 모이기 시작

한쪽에 있는 맥주 부스들

공연 전에 저녁 먹어두는 사람들

7시부터 열심히 오프닝 중인 yellow ostrich

공원 옆에 사는 사람들은 공짜로 라이브 음악 듣는 건가?

알고 보니 아는 분이었던 두 번째 가수 Sharon Van Etton. 빨간 기타가 예뻤다

베이루트 등장. 사운드도 좋아. 비오는 날 트럼펫은 정말 좋아

우쿨렐레 연주하는 베이루트씨

트럼펫 부는 베이루트씨

뒤에 불빛이 소박하게 반짝이며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던 My Night With The Prostitute From Marseille 공연




공연진의 구성은 아코디언, 기타, 드럼, 트럼펫, 트럼본, 호른, 튜바.
베이루트씨, aka 잰 콘돈씨는 노래 부르다가 트럼펫 불고 우쿨렐레 치고. 트럼펫 불다가 노래 부르는 폐활량에 놀라곤 했다. 
현악기가 리듬을 만들어내고 아코디언과 관악기들이 멜로디로 살을 붙이는 음악.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소박한 밴드 구성이었다. 사운드는, 마치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손을 잡고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에 온 거 같달까. 고란 브레고비치 밴드보다는 좀 가벼운 느낌. 그러니까 고란 브레고비치 쪽이 시골장터의 원조 국밥이라면 베이루트는 미국 분점 정도? (비유가 너무 싸구려인가)

그나저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잭 콘돈의 보컬이 너무도 로맨틱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게다가 워낙 흐린 날 트럼펫 소리에 약하다.(케이크의 공연을 비 맞으며 봤던 1인) 저녁놀 지는 하늘 아래 노스탤지어 한껏 머금은 노랫소리와 어코디온, 관악기가 어우러지니 온몸에 낭만이 충만. 베이루트 잘 모른다며 함께 오기를 거부했던 신랑을 억지로라도 끌고 와야 되는 것이었다.
가장 좋았던 곡은 'Postcards from Italy'와 'My Night With The Prostitute From Marseille'. 물론 후렴구 따라부르려고 기다렸던 'Nantes'도 좋았다. 베이루트의 2집은 뒤로 갈수록 일렉트로니카를 닮은 비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어디선가 비트 머신이라도 나타나려나 했더니 결국은 천연 아날로그 사운드로 클럽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를 테면 저 위에 '마르세유'같은 곡.

자신의 고향을 노래하는 'Santa Fe' 등 신곡들도 몇 곡 소개. 프랑스 출신 방랑자인줄 알았는데 미국 산타페 출신이었다는 게 나에겐 큰 반전. 
모처럼 브룩클린에 와서 백인들에게 둘러싸였는데 애네들이 정말 못 놀더라는 것도 큰 반전. 이 곡들을 들으면 그냥 덩실덩실 춤사위가 나오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얌전하게들 보는 것이니?(사실 베이루트 좋아하는 분들이 어린 애들처럼 파티광들일 거 같지는 않고나) 너무 얌전한 호응 때문에 앵콜을 1곡밖에 안 한 거같다는 의심도 든다. 그래도 풍각쟁이(아코디언) 연주자의 생일이라고 해서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이벤트도 있었다. 아저씨 너무 감격에서 '오마이갓' 연발.
비록 열정적인 관객의 리액션은 부족했지만 같은 음악 좋아하는 희소한 분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좀 좋았어.
 

계속 베이루트 들으며 집에 가는 중


블로그로 손 풀었으니 이제 본격 원고를 써야겠다.
베이루트 음악 함께 감상하며. 비디오테크에서 촬영한 nantes 두 버전이 있는데 둘 다 좋아서 갖다 붙임. 3년 전엔 젊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