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삼천포

[브뤼트] Just Kids

marsgirrrl 2011. 6. 2. 12:12

* <브뤼트>에 언제 실렸는지 모르겠다. 웹상으로 확인이 안 된다. 한국에서 아직 출간 안된 저작물들의 출간을 촉구하기 위해 쓰는 지면이라고 들었다.



진심의 기록
<저스트 키즈 Just Kids>
글 패티 스미스 / 사진 로버트 매플쏘프  

1967년. 랭보에게 매료되어 시인을 꿈꾸던 패티 스미스가 브룩클린에 도착했다. 갈 곳이 없었던 그녀는 신비로운 미술대학생 로버트 매플쏘프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곧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예술의 길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둘은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여러가지 예술 작품을 남겼다. 늘 배가 고팠지만 예술만으로 그 허기를 달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훗날 소녀는 펑크의 여신이 되었고, 소년은 인간의 육체를 직설적으로 담아낸 논란의 사진 작가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뉴욕의 전설로 남았다. 
 
패티 스미스는 회고록 <저스트 키즈 Just Kids >를 통해 자신의 전설을 둘러싼 불명료한 거품을 걷어내고 솔직한 목소리로 옛이야기를 되짚는다. 그녀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얀 토끼’라도 된 듯, 두 사람이 부지런히 오갔던 뉴욕의 좌표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 둘만의 브룩클린 작은 방에서부터, 기상천외한 예술가들이 모여서 지속적인 딴따라질을 해댔던 첼시 여관(Chelsea Inn), 패티 스미스와 텔레비전이 공연했던 클럽 씨비지비(CBGB) 등,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부딪히며 만들어냈던 에너지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뿐만 아니라 짐 모리슨,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의 죽음 및 앤디 워홀의 유명세 등 아이콘적인 사건들이 개인사에 스며들면서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그러나 <저스트 키즈>는 영광의 시대를 노래하는 무용담과는 거리가 멀다. 1989년 로버트 매플쏘프가 남긴 유언 ‘우리 이야기를 기록해달라’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뮤즈이자 소울메이트였던 패티 스미스는 2010년이 되어서야 그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게 됐다. <저스트 키즈>에서 모든 문장의 중심은 ‘패티와 로버트’이다. 시인이기도 한 그녀는 가능한 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로버트의 모든 것을 묘사한다. 둘만의 시간은 어떤 허세나 오만도 없이 청춘의 순결함만을 진공포장한 것처럼 서술된다.
로버트와 함께한 시절에 대한 패티 스미스의 애정은 마법에라도 걸린 것같은 감동을 낳는다.

둘이 만난지 얼마 안 되던 어느날, 놀이터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노부부가 대화를 나눴다. “저 사람들 예술가들인 가봐” “아니야, 그냥 아이들이구만.(just kids)” 보통의 존재였던 패티와 로버트는 최선을 다해 예술의 자장 안에서 살아 남았다. 그런 맥락에서 <저스트 키즈>는 예술을 짝사랑하는 지금의 아이들을 격려하는 이전 세대 예술가의 치열한 생존기처럼 느껴진다. 2010년 미국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조니 뎁은 ‘시적인 걸작’이란 추천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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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백은 재생지로 투박하게 마감되었다. 저렴하게 찍어낸 듯한 디자인이 저자의 소박한 태도와 잘 어울린다. 안에 매플쏘프가 찍은 둘의 젊은 시절 사진도 몇 개 삽입되어 있는데 아마 하드 커버 버전이 사진 품질은 더 나을 것이다. 하드 커버 사진.

 
+ 돈 없이 무작정 예술의 꿈을 앉고 뉴욕을 찾은 두 젊은이. 삼분의 일은 배고픔을 극복하려고 여러가지 일을 전전하는 이야기.(보는 이까지 엄청나게 배고프게 만드는 고백) 반 이상이 넘어가서야 패티 스미스는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중후반부는 뉴욕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였던 '첼시 호텔'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패티 스미스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이끌었다거나 하는 호들갑을 전혀 떨지 않는다. 어떤 흐름 속에서, 어떤 관계들 속에서,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떻게 존재했는가에 대한 담담한 회고이다. 지산록페에 와서 '세상을 바꿔!'라고 호령했던 록커의 모습보다는, 소울메이트와 최선을 다해 존재했던 말라깽이 소녀의 초상이 녹아 있다. 게다가 '시대의 낭만'보다는 '시대의 배고픔'더 느껴진다. 

+ 일명 '전설'이라 회자되는 것들. 일종의 오덕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클리세 같은 역사들. <저스트 키즈>는 그런 장식물들을 모두 떼어내고도 '진실'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펑펑 우는 나를 보고 신랑이 놀려댔다. "책을 읽으면서 왜 울어?"라며. 나름 센시티브한 남자인데, 음. 
그나저나 감동받은 문구들을 왜 표시 안 해 놓은 것일까?

+ 기고글은 참 정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