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요즘 미국 음악

marsgirrrl 2010. 11. 20. 15:29
나 혼자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만 일전에 브릿 사운드 언급을 하다가 나중에 미국 사운드도 들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누구와 약속을 한 거든, 암튼 말 한 건 지켜야하니까.
빌보드 차트 순위로도 엿볼 수 있는 거지만 대중가요를 장악하고 있는 장르는 대개 힙합이나 알앤비다. 리아나, 드레이크,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 넬리 등등. 물론 미국의 '백인' 국민 여동생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신보가 곧바로 차트 1위. 내시빌에서 컨트리 뮤직을 사랑했던 이 소녀는 엄마 취향 때문에 데프 레파드의 영향을 받았다는데 그 흔적은 잘 모르겠다.-_-
신보 공개 쇼케이스에도 다녀왔는데(의도가 아니라 취재 때문에) 가사가 너무 달달하여 손발이 오글오글. 그래도 노래는 잘 하더만.
최근에는 코리언, 저패니즈, 필리피노로 구성된 4인조 아시안 힙합 그룹 Far East Movement의 'Like a G6'가 1위 하며 승승장구. 유튜브의 덧글들이 아주 가관. '이게 힙합이냐'란 논란부터 '대체 G6가 뭐냐'는 아카데믹 토론까지.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일본의 냄새가 물씬 나는 댄스곡. 'Like a G6'가 반복되는 이 곡은, 개인적으로, 라이트 새드 프레드의 I'm too sexy 같은 해프닝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포미닛이었나, Music이란 노래를 불렀을 때랑도 비슷한 느낌. 그 느낌이 뭐냐면, 이건 거의 디제잉 곡인데 여기서 보컬이 노래를 잘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음? DJ이름에 '피처링 포미닛'으로 붙여야 맞지 않음? 이런 거.
아무튼 아시아인들이 자랑스럽게 차트 1위했으니 자랑스러워해야 하다는 게 한국인으로서의 예의....인가?

본론은 이게 아냐. 나는 록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라구.


Leon Trees의 Animal. 후렴구 가사는 좀 오글. '내 심장을 한입 깨물지 않겠니" 뭐 이런 거여. 유타주에서 오랜 밴드 생활하다가 드디어 출세. 록차트에서 승승장구. 얼터너티브 1위. 약간 과장해서, 라디오만 켜면 흘러나온다. 어렵지 않게 귀에 쏙쏙 박히면서 가사를 금세 따라부를 수 있는 이런 단순 멜랑콜리한 록뮤직이 몇 년 만이던가. 홈페이지 에서 여러 노래 들을 수 있다. 그나저나 애네들은 1983년에 태어났다며 이 해를 회고하네. 격세지감일세.


그러나 요즘 내가 사랑하는 밴드는 Black keys. 한동안 밴드들이 사랑하는 컬트 밴드격으로 존재했으나(게다가 여러가지 면에서 화이트 스트라입스와 비슷해서 저평가 받은 듯) 이제는 당당한 메인스트림. 이 곡은 최근 자동차 광고에 쓰이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들을 때마다 자꾸 '신중현과 엽전들'이 생각난다. '미인'이 막 듣고 싶어져. 둘이서 이런 빈티지 블루스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런데 ...뮤직 비디오는 대체 뭘 믿고 이렇게 구린 거냐.


날스 버클리로 유명해진 씨로의 솔로 앨범. 외모로 상처 받았던 한 많은 세월을 'fuck you'로 요약. 어떤 언론에서는, 대개의 흑인 음악 가사가 허세에 쩔거나 파티중독 슬로건밖에 없는데 씨로는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서 특이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뮤직비디오의 뒷부분 반전이 한국 드라마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씨로의 'fuck you'는 귀여운 그루브를 들려주네연.
근데 록은 아니네.


요즘 뉴욕 인디계의 최고 스타 Deerhunter. 전세계적으로 뉴욕 인디밴드 음악 듣는 게 '쿨 트렌드'인 거 같은데, 내 경우엔 다 비슷비슷하다 보니 좀 질릴려고 한다. 다들 디어헌터 아류거나, 애니멀 콜렉티브 아류거나, 소닉유스 아류거나, 아니면 귀여운 여자 보컬 기용해서 귀여운 골방 음악만 만들어 내거나. 비슷비슷한 사운드끼리 모여서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는 거 같아. Deerhunter 이번 앨범은 극찬이 쏟아지던데 (뉴욕 애들의 뉴욕 밴드 편애 증상일 수도 있다, 지연이 심하더라고) 아직 전곡을 들어보진 못했고 그나마 최근에 공개된 이곡은 괜찮더라고.

그나저나 요즘 가장 어이돋는 곡은,


노래도 병맛인데 잭애스까지 가세한 뮤비도 병맛. 위저의 자학적인 루저 가사가 돌아왔다고 반기는 애들도 있다. 일리가 있는 것이, 욕하면서도 따라부르는 병맛의 재미가 있거든. 'memoris, make me want to go back then'이라니, 이제 같이 늙어가는 분들인 거지. 그러니까 90년대 루저들에게도 공감하며 같이 늙어갈 소중한 밴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나.(예를 들어, 루저인줄 알았던 벡이나 라디오헤드는 다가갈 수 없는 먼산이 되었자나) 아 뭐랄까, 아저씨들이 크리스마스에 백야드에 모여 술 처먹고 고성방가해야 하는 노래같아. 아무리 병맛이어도 위저가 추억의 곡 다 부른다는 '메모리즈' 공연은 좀 보고 싶다. 이제 이 분들도 왕년의 히트곡으로 버티는 중년이 되었다. 쓰다보니 좀 슬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