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memorable

perfect

marsgirrrl 2010. 8. 16. 08:31


2000년에 함께 스매싱 펌킨스 공연을 본 뒤 한참 동안 주저 앉아 아픈 다리와 흥분을 삭였던 친구는, 오랜만에 나온 스매싱 펌킨스의 신보를 들어보곤 "아아, 완전 구려"라며 비명을 질렀다. 친구가 아이 낳고 정신 없는 와중에 반가워 하며 모처럼 들은 음악이었던 터라 내가 더 안타까웠다. 그런 그들이 얼마전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고 들었다. 10년 전 빌리 코건은 "이게 우리의 마지막 콘서트"라고 말했다. 하긴, 20세기의 스매싱 펌킨스는 마지막이었다.
신보가 구린 건 절대적으로 맞다. 그러나 요즘 나는 아인슈타인 박사님 급의 상대론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은 음악이 아니고, 우리가, 사회가 변한 게 아닐까?
막연한 청춘의 우울을 공유하던 시기가 끝나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그때만 해도 우리는(?) 좋은 차, 좋은 아파트, 좋은 핸드폰, 좋은 카메라, 좋은 여행담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이 없었다.
세밀한 모든 것에 대해 인터넷의 무한한 존재들과 정체성을 경쟁해야 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그저 나의 작은 불확실한 우주가 있었을 뿐이다.
세월이 흘러 그 우주는 점점 단단해지고 견고해졌다. 그래서 이제야 만나는 젊은 친구들은 그런 태도에 대해 정말 놀라워 한다.
세대차이라면, 세대차이다. 하지만 포장만 다를 뿐 청춘이 불안한 건 불변의 진리.

그 당시 나에게 너바나와 스매싱 펌킨스의 양자택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분노냐, 낭만이냐. 그 시절 나에게 양립했던 두 가지.
그리고 지금도.

Next time I promise we'll be Perfect.
Happy birthday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