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new york 2008

Something in New York - beginning

marsgirrrl 2009. 3. 22. 17:42
+ 드디어 뉴욕 여행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재수없는 대한항공 광고(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자랑질) 마인드는 아니고, 빈민으로 뉴욕에서 버티는 법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한동안 통장이 '음수(-)' 영역이여서 미국 비자 신청을 포기하고 있었다. 자금압박의 현실을 숨긴 채 미국 비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부시가 집권하는 동안 미국땅 밟고 싶지 않다'는 정치적인(!) 반미 핑계로 연명해왔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여름. 남친이 미국 영구귀국을 하면서 나도 함께 미국 방문을 잠깐 해야하는 급작스러운 상황이 생겨버렸고, 때마침 오바마도 대통령으로 당선(ㅋㅋ), 통장의 잔액은 '제로'지만 음수는 아니렸다! 그러나 리만 브러더스 덕분에 환율 올라 비자 수수료는 예전에 비해 배로 뛰었으니...온갖 서류 열심히 모아 인터뷰 날짜 잡고 드디어 내 생애 최초로 미국 대사관 방문! 들어가는 순간부터 여권검사에 가방검사에 핸드폰 뺏기고 등등, 대사관을 통과하는 건지 공항 세관을 통과하고 있는 건지. 자, 그리하여 드디어 영광의 비자 인터뷰! 젊은 남자 분이시네요, 하이!(그런데 이게 뭐야, 은행 창구 같잖어)

"무슨 일하니?(what's your job?)"
"잡지 기자하는데.(I'm a magazine edtor)"
"뭔 잡지?(what magazine?)
"영화잡지.(movie magazine)"
"영화 많이 보겠네.(wow, you see a bunch of movies)"
"응.(yes)"
(.....더 이상 대화 없음)
"끝?(that's it?)"
"(옆에 있던 한국인 직원) 2주 후에 비자 갈 거예요."

애써 가져온 서류는 하나도 검토 안 하고 신청서만 제출.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라며 코웃음을 치고 나서 다음날 후배가 메신저로 말하길 "선배, 이제 미국 무비자래요." -_-;;;;;; 나는 11월 13일에 입국이고, 미국 무비자 개시는 11월 17일이잖아. 어차피 받아야 되는 거였잖아. 소고기로 얻어낸 거라서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잖아. 무비자는 3개월이고 나는 6개월 체류 가능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썅. ㅜ_ㅜ

출국전 11월 12일. 정말 감사하게도 바로 마감해야 하는 영화 현장 취재 때문에 밤새 기사 쓰고 집에 오니 3시. 비행기는 11시. 대충 짐싸서 밤 새고 아침 공기 맞으며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효과음, 귀뚜라미 소리, 뚜뚜뚜뚜) 버스가 오지 않는다. 11월 13일 7시? 잠깐, 오늘 수능시험 날이잖아? ㅇㅂㅇ네, 수능날 전통답게 날은 춥고, 버스는 오지 않고, 배는 고프고, 환율은 1350원이라나요.(한달 전만 해도 1100원대였음) 

여차저차하여 공항에 도착. 비행기는 놓치지 않았다.(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나의 비행기 놓치는 특기) 가장 싸게 가겠다고 선택한 노스웨스트 두 번 환승. 나리타-디트로이트-뉴욕의 구간. tip 하나는 아무리 할인항공권 관련 여행사 사이트 죄다 검색해봐도 노스웨스트 자체 사이트 예약이 최고였다. 가격도 더 싸고 비행기 좌석도 선택할 수 있다. 뉴욕 시내에 더 가까운 라과디아 공항(LNA)까지 포함해서 검색하면 선택 폭이 더 넓어진다.(가격 검색하면 JAL이 가장 싼데 그때는 택스가 요금보다 높아서 다 합하면 노스웨스트보다 비쌌다) 

나리타까지 한시간 남짓. 짧은 구간인데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비행기여서 개인 비디오 시스템이 달려 있었다. 무심코 누른 <맘마미야>가 화근. 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를 나는 왜 극장에서 못 보고 안전벨트 매고 가만히 앉아서 봐야 하는 거야. 앙앙앙. 메릴 스트립의 귀여운 연기보며 나지막히 노래 따라부르는 추태까지. 그러나 일본까지 거리가 너무 짧아 한 시간만 감상. <맘마미야> 바로 나의 '길티 플레저'로 등극.(이후 어디선가 '<맘마미야> 재미있던데'라고 말 꺼냈다가 '그거 유치하잖아'라는 반응을 듣고 바로 마음 속에만 저장) 

기내식 마니아인 내가 처음으로 남겨본 노스웨슽 기내식.



나리타에서 뉴욕까지 12시간? 두렵지 않아요. 30시간 걸려 브라질도 갔었는데, 뭘.

* 개인적인 비공식 조직 '클럽 삽질러스'라고 있다. 인생 살면서 만날 삽질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는 아닌 척 하면서 삽질하는 캐릭터. 이 집단의 대표 삽질러가 당시 뉴욕에서 14일 출발 예정.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13일 밤 2시간 정도? 그녀는 내가 미국가던 날 블로그에 이런 멘트를 썼다.
"도착한지 며칠 뒤에 무비자 입국 가능해지고 환율 최대치일 때 입국하는 선배의 삽질에 비하면 난 아무 것도 아니다." (참고로 그녀는 남미 여행을 하며 가는 곳마다 건물이 무너지는 대단위 삽질을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