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학원 가는 길

marsgirrrl 2010. 5. 30. 10:04
매일 아침 7호선을 타고 퀸즈에서 맨하탄으로 등교한다.(소요시간 한시간 반 ㅠ_ㅠ)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은 타임스 스퀘어 아래 쪽 에 위치한 뉴욕 랭귀지 센터.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맨하탄의 중심가에 위치한 것치곤 비교적 학비가 싸기 때문. 한국인이 굉장히 많을 것을 예상하고 첫 등교를 했는데 의외로 세계 각국의 남녀노소들이 바글바글. 남편 따라 이민 온 프랑스 언니, 수학 선생 하다가 결혼해서 미국 온 알바니아 동생, 독립영화사에서 일하다 영어 공부하러 온 일본 청년 등 재미있는 과거를 가진 분들이 많다. 몇몇 한국 친구들도 생겼고, 미국에서 7월에 음반 녹음해서 일본에서 가을에 데뷔할 거라는 일본 동생하고도 친해졌다. 그리고 2PM 닉쿤의 사촌이라는 태국 소녀도 만났다! 닉네임 '선샤인'인 그녀의 말로는 한 달 전에 엄마의 말을 듣고 닉쿤의 사촌임을 알게 되었으나 어렸을 때 한 번 보고 그 뒤로 만난 적은 없다고 한다. 이 말에 한국 여자 애들은 놀라 자빠지고. 한때 아사노 타다노부와 LA에서 어학연수 함께 했다는 후배의 친구가 떠오르면서, 혹시 내 주변에 (알고 보면) 유명한 사람이 없나 체크하고 있다.

5주로 이뤄진 한 학기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반이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었다. 이탈리아, 세르비아, 프랑스, 터키, 일본, 태국 등 또 다양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다. 아무래도 일본이나 태국 애들이 같은 동양이라 그런지 말이 잘 통하는 편. 유럽피언들은 자기네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좀 있다. 세컨드 클래스인 '발음' 수업에 유럽 아줌마들이 대거 몰려오는 바람에, 이 학원의 프로모션 방식이 궁금해지고 있다. 한국 사이트 뒤졌을 때 본 적이 없던 학원이라 더 그렇다. 한국 애들은 나처럼 안되는 영어로 이리저리 인사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부류와, 자기네들끼리 뭉쳐서 항상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부류로 나뉜다. 결국은 나라가 어떻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애들끼리 놀기 마련인 듯.(그러나 사람 좋은 프랑스 언니에게 '너는 정말 오픈 마인드'라는 칭찬을 듣고 의기양양)

선생들은 젊고 성실하다. 아직 세 명의 선생밖에 안 겪어 봤는데 다 괜찮았다. 모두 다 여자라서 귀여운 남자 선생 클래스에 도전했으나 팬클럽의 득세가 너무 심해(어느 나라 쪽인지는 밝히지 않겠으나 리액션이 다 들렸음) 한 번 듣고 나와 버렸다. 두 다리 건너 뉴욕의 학원들에 대해 건너들은 바로는, 이 곳이 가장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는 듯. 가장 비싸다고 소문난 캐플란 어학원은 이상하게도 한국인이 많다고 하고. 아무튼 나는 영어보다도 여러 나라 사람들 만나서 취재하는데 더 열을 올리고 있다.-_-

하지만 짧은 시간 공부하는 게 가능한 학원이다 보니 '이지 컴, 이지 고'인 경우가 많다. 수업 내내 서로 같이 영어로 말을 주고 받으면 정이 쌓이기 마련인데, 대개는 한 학기가 끝나면 굿바이다. 그래서 요즘 약간 혼란이 생겼다. 헤어져서 다시 볼 기약도 없을 사람들에게 감정을 소비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비자 유지를 위해 계속 미국에 남아 있을 사람이니까 결국 혼자 남는 건 나 자신이다. 그러나 역시나 되는 대로 사는 스타일이라 훗날 이별의 아픔은 생각하지 못하고 또 이 사람 저 사람 기웃거리고 있다.
그래서 영어는 많이 늘었냐고 물으신다면, 뭐, 말 꺼내는 게 두렵지는 않을 정도랄까.(정확도와는 거리가 멀다)
다음주에 유니버설뮤직 의뢰로 킬러스 보컬 인터뷰 해야 하는데 걱정이 좀 되긴 하네. 흑. 
 

6번가 패션의 거리의 위치한 학원 주변에는 도매상이 가득. 학원 바로 앞에는 '프로젝트 런웨이'의 성지인 MOOD가 있다. 한번 들러서 '땡큐 무드' 해보고 싶어

드디어 발견한 촬영 세팅.그러나 무슨 촬영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CSI: 뉴욕 촬영 목격하는 게 소원) 원래 뉴욕 촬영은 무료였으나 앞으로는 한 의뢰당 300불씩 받는다고 한다

위로 조금 올라가면 타임스스퀘어

요즘 오픈한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 그러나 반응은 시들하고 오히려 그린데이 앨범으로 만든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이 승승장구 중

로고들과 색감들의 놀라운 조화. 미국문화를 집약한 사진이라며 뿌듯해하고 있다

패션과 뮤지컬의 거리를 오가는 지하철역 타임스 스퀘어 역에 위치한 놀라운 이발소. 90년대 타임머신 스타일인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