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hell's kitchen flea market

marsgirrrl 2010. 5. 3. 12:52
고든 램지의 식당 '헬스 키친'(health가 아니라 hell's)과 아마 상관이 없을 동네 헬스 키친은 레스토랑 밀집 지역으로 유명하다. 바닷가 근처라서 식재료를 빨리 공급할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헬스 키친의 아랫쪽은 오래전 도살장이 있던 '미트 팩킹' 지역이다. 이제는 도살장 대신 <섹스 앤 시티>의 캐리가 브런치를 먹곤 했던 고급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헬스 키친은 이름에 맞게 뉴욕의 '지옥'같은 동네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마피아들의 주요 은신처였고 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헬스 키친의 역사를 그린 영화가 <갱스 오브 뉴욕>이다. 이후 치안이 강화되면서 헬스 키친이 정화되었고 이제는 땅값 비싼 동네가 되었다.

헬스 키친에서는 매주 주말 벼룩 시장이 열린다. Hell's Kitchen Annex Flea Market은 뉴욕 벼룩 시장 중에 가장 역사가 오래 됐고 규모도 크다. 전철을 타고 타임스퀘어 42번가에 내려 버스 터미널 쪽으로 나오면 건너편에 천막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딜 가든 벼룩 시장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성 때문에 이 곳은 꼭 들려야만 하는 코스. 괜찮은 빈티지 의류나 신발, 액세서리를 건지는 게 목표였는데, 알고 보니 앤틱 제품 판매가 더 특화돼 있었다. 근데 말이 '앤틱'이지, 대개는 집안 어디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나온 듯한 잡동사니들이 대부분. 그걸 보면서 한국에서 아깝게 버려야만 했던 물품들을 '앤틱'이라 우기며 팔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봤다. 

특정 분야 없이 오래된 물건은 다 팝니다

앞에 걸린 래빗 재킷이 탐났으나 사이즈가 커서 다행(-_-) 은근히 비쌌던 빈티지 의류점

각종 액세서리가 너무 많이 눈이 핑핑

미니어처 가구 장인의 작품. 누군가는 사겠져

저도 팝니다

과학 실험 하실 분 모집합니다

대체 이걸 돈 받고 판단 말인가, 정말 사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도끼는 좀 사고 싶었지만

나름 벼룩 시장의 가치를 높여주는 빈티지 타자기. 근데 왜 바닥에-_-

곱게 모셔놨던 구닥다리 필름 편집기

누군가는 사지 않겠는가

집에 있는 물건을 다 들고오는 컨셉. 나도 나중에 돈 없으면 집기 다 팔아야지

벼룩 시장 나와 들어간 1달러 조각피자집. 허름하지만 의외로 맛은 괜춘함

 
보물을 발견하겠다는 각오로 벼룩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으나 두 시간여 동안 건진 건 두 개의 빈티지 목걸이.(깎아서 10달러, 꺄오!) 날이 막 풀릴 때 즈음 갔더니 벼룩 시장의 규모가 사진보다 상당히 작았다. 아무래도 좀 더 날이 따뜻해져야 많은 상인들이 팔 것들을 짊어지고 오는가 보다. 애인에게 받은 오래된 엽서나 녹슬은 수도 꼭지 등등을 파는 걸 보면서, 무엇이든 팔 수 있다는 자본주의 국가의 마인드를 학습. 대개는 부르는 게 값이라 흥정하다 보면 몇 달러는 깎아주는 듯하다.(녹슬은 수도 꼭지에 정해진 시세가 있을 리가 없잖아!) 
한나절 헬스 키친을 돌고 나서 배가 고프면 9th ave 북쪽으로 걸어올라가보는 게 좋다. 물론 우리는 1달러 가격에 혹해 조각 피자를 급시식. 더 가다보니 99센트 짜리도 있었다. 토핑은 치즈와 페파로니 몇 조각이 전부. 계속 위로 올라가다보면 레스토랑 지구촌이 펼쳐진다. 햄버거, 피자부터 태국, 멕시코, 일본, 그리스, 프랑스, 이디오피아 등등 각종 이국적인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입맛만 다시며 레스토랑 거리를 한바퀴 돌고 난 우리는 결국 집에 돌아와 재료를 팍팍 넣고 파스타를 해 먹었다.
반값에 요리를 먹을 수 있는 restaurant week에 다시 만나요, 헬스 키친. ㅠ_ㅠ